[스포 X] 약 460 페이지. 할렘이 주 무대이며 주인공과 등장인물은 대부분 흑인. 문화적, 역사적 배경 지식을 들고 들어오면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주인공 카니의 입체적인 내면의 묘사가 뛰어났고, 차별 속의 차별을 잘 드러냈다. 케이퍼 픽션이니만큼 살인과 사체가 종종 등장하지만 고어 소설 급의 자세한 묘사는 실리지 않아 흐름에 방해되지 않았다. 60년대의 할렘은 정말 정글과도 같은 곳이었을까? 서면으로만 접했기에 모든 행동에 약물, 폭력, 살인, 사기가 들어가는 이들의 행동이 낯설게 다가왔다. 흑인들의 폭동으로 한인타운 교민들이 총을 들고 가게를 지켰던 사건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깊이 그들의 눈으로 삶을 본 적은 없었기에 더욱 처참하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는 밑바닥의 그들의 삶 이외의 차별 속의 차별이 이었는데, 이 부분 역시 충격적이었다. 흑인 사회 속에서도 피부색의 밝기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고 출신지와 부의 차이에 따라 또 다른 차별이 행해졌다. 트러블이 생기면 피하는 아시안들과는 다르게 항상 분노를 표출하던 그들이라서 무조건 연대할 줄 알았는데 사회 속에서는 사실 편가르기를 하는 중이었다니. 아시안들 역시 같은 무리임에도 차별이 존재하듯 그들도 같음을 알게 되니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연대해야할 약자들끼리의 싸움이라, 씁쓸함을 느꼈다. 책이 전체적으로 빠른 흐름과 느린 흐름을 번갈아 가져가기에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계속해서 변해가는 카니의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추격전과 사건 구성이 탄탄해 영화같이 흘러가기도 했다.
30일 동안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다이어리. 일, 관계, 나의 마음 총 3가지 버전이 있다. 그 중 본인이 지금 힘들어하는 부분의 책을 찾아 한달동안 나의 상태를 돌아보게하는 내용. 짧은 내용에 비해 여러가지를 적고 생각할거리가 많아 도움이 될 듯하다. 내가 체험해 본 책은 [일]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마음]과 [관계]에 대한 다이어리도 사려고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요즘 딱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일과 관련된 내용이니만큼 번아웃에 관한 내용도 실려 있어서 지금 나의 상태를 진단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나의 한 해를 돌아보며 카페에서 하나하나 조용히 적어보기 좋은 다이어리
약 280 페이지의 양장본 책. 서진영 작가의 글과 루시드로잉 작가의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오래된 가게들과 주인들의 삶을 글로 담았고 노포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가벼울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펼쳐보니 읽고 생각할거리가 많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글과 그림의 조화가 완벽했다. 나긋나긋한 글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림. 목차에는 가게의 특징이 담긴 그림이 있어서 더욱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읽는 내내 여행 가고싶은 기분이 넘쳐났다. 예전 같았다면 주말마다 다녀 올 계획을 세웠겠지만 시국 탓에 타격은 없을까 문을 닫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근현대사의 유물과도 같은 노포들이 오래오래 그 곳을 지켜야 다음 세대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을텐데. 이 책에 나온 가게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참 멋있었고 감사했다. 오랜가게, 오래가게!
강아지 한마리와 다수의 고양이가 등장하는 가슴 아프고 따뜻한 귀여운 동물 에세이. 약 230 페이지. 중간중간 4-5 컷의 만화가 등장해 귀여움을 더했다. 주로 길고양이들의 삶을 적어놓아 귀엽지만 마음 아픈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다. 처음엔 귀여워보였던 한가로운 집사의 품에 안긴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멀리 떨어져 누운 고양이와 창 밖의 고양이들. 책을 다 읽은 후 표지를 다시 보면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 특히나 얼룩고양이 장군이는 눈물 포인트. 길고양이들의 삶을 사랑과 관심으로 관찰해서인지 나도 함께 캣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야기였고, 우리의 삶이 편안해진 대신 그 아이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은 아닌지 조금 무거운 마음도 드는 책이었다. 길 위의 아이들은 이미 많이 힘드니 더 힘들게 하지말자. 제발 동물 괴롭히지 말아요.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불안한 사람들]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번째 에세이. 약 230페이지.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매우 가벼운 내용이라 초보 독서가도 즐길 수 있는 책. 육아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에게 가르쳐주고싶은 이야기들도 함께 하는데 본인을 ‘불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백인 남성이며 이성애자에 고등교육을 받은 직업이 있는 서유럽인으로 지칭한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구에서 권력을 나타내는 단어가 모두 들어간 문장! 아이에게 평등을 남녀 전쟁으로 잘못 해석하지 말아라, 여자가 너와 같은 기회를 갖을 수 있으니 문을 잡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라, 여자를 동등하게 대하는 동시에 배려하는 건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말아라 등 아주 정상적인 충고를 하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싶은 내용이었다. 결혼했고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부가 함께 보면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