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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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리러하
▫️출판사 :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 주최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
350:1 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단 하나의 작품.

📖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낡고 을씨년스러운 커다란 단독주택에는 괴팍한 집주인 할머니와 '서주'가 단 두명 뿐인 세입자와 함께 근근이 살고 있다.
할머니가 악마에게 세를 주기 전까지는...

🔖“그런 농담 아세요? 저도 우리 죄수한테 들은 농담인데, 너무 웃겨서. 신은 인간에게 감자를 선물했다면, 악마는 감자를 튀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신이 밀가루를 선물하자, 악마는 그걸 반죽해 튀겨 설탕을 발라 주었다.”... ..."내가 있으면 당신이 행복하잖아요."

🔖“우린 어차피 지옥에 세 들어 살잖냐.”
... ...
“우리 사는 데가 다 지옥이라고. 말만 이승이지, 여기에 명줄 두고 버티려면 돈으로 디딤돌을 쌓아 계속 뛰어야 하는 꼴이 지옥이랑 뭐가 다르다니.”

🔖“저는 초콜릿을 만들 뿐, 먹일 수는 없어요. 그 이후는 당신의 판단이죠.”

🔖악마가 조건 없이 무언가를 제공할 때, 인간이 거기 기대어 절제도 노력도 잃는다면 그게 타락 아닐까. 악마가 사람 한 명을 목표 삼아 계략으로 타락시키는 것보다는 사랑만 베풀도록 하는 게 효율이 높을 것 같긴 하다. 원래 애들을 망치려면 무한한 사랑만 주라고 하지 않던가.

🔖지옥에서 한 방울의 물을 혓바닥에 대면 물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버린다고. 바꿔 생각하면,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꼭 선한 의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불지옥에 갇힌 죄수는 물 한 방울에도 천국의 행복을 느끼게 될 테니까.

✍️🏻 집안에 있는 악마보다 더 서주를 두렵게 하던, 가족이지만 가족이지 못했던 할머니와의 관계.
상실의 두려움과 결핍에서 오는 불안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그녀에게 악마가 웃으며 다가온다.

조건 없이 행복하게 해준다면..
악마여도... 무슨 상관일까

잘생기고 다정하며 눈치가 빠르다.
뿐만 아니라 악마의 잔인한 본성까지 억눌러지는 애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 #판타지 #오컬트 #미스터리 #로맨스 #스릴러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장르의 작품이다.
( 작가가 90년대 스릴러와 호러, 순정만화를 주로 읽었다더니 딱 그 느낌의 책이다. )

처음에는 이 책이 어떤 장르인지 모호하게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설마 했던 로맨스적 요소가 보이면서 책 소개를 다시 들여다보니 판타지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이라 쓰여있어 잠시 당황했다.

💬 이 책은 악마에게 세를 주고 빈방들이 다양한 지옥의 형태를 가지면서 보여주는 지옥의 형태, 악마와 서주와의 관계성이라는 흥미롭고 독특한 설정이 반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딱히 이런 표현은 좋아하지 않지만...)

설정이 워낙 강해서 그런걸까,
독특한 설정과 그려지는 배경의 모습이 흥미로워서 그렇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힘은 흡입력이 부족하고 설정 외의 내용이 좀 부실하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설정과 소재에 비해 등장 인물 성격의 개성과 입체감이 떨어지고 인물간의 관계성과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분명한 무언가가 없이 흐지부지 핑크빛 기류로 끝난다는 것이 좀 불만이었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말들이 꽤나 많았다는 것도 ...

내가 비슷한 종류의 장편 판타지 소설들을 꽤나 많이 봐서 그런지 다른 문학 분야에 비해 이런 장르 소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평이 박한 편이라 그런가...
기대하며 책을 받고 읽으면서 좀 아쉬웠다.
특히나 나의 장르소설 책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디북스에서 함께한 책이라서 더 그런 건가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재미가 없던 것은 결코 아니다.
가볍게 읽기 부담 없는 독특한 소재의 소설임에는 이견이 없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시네마틱 노블 #인류애가제로가되었다 라는 소설처럼 웹툰이나 영화, '킹덤'과 같은 웹드라마로 제작되는 등의 다양한 시도로 보여지면 좋을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텍스트로 머물러있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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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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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친코1 >
▫️저자 : 이민진
▫️옮김 : 신승미
▫️출판사 : 인플루엔셜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의 대하소설.
✔️2017년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33개국 번역 수출,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작.
✔️2022년 애플TV 드라마화 전세계 동시공개.

📖 일제강점기의 조선이지만 고향인 '영도'에서 가족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여자 '선자'.
고향을 떠나 일본이라는 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언제나 이방인으로서 살아가야만 했던 이민자의 삶을, '집'을 지키고 꾸려나가는 그들의 연대기를 그려낸 이야기이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혼인날 딸에게 저녁밥으로 꼭 흰쌀밥을 먹이고 싶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 적응해라. 지극히 간단하지 않은가?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 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 그저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 결국 배고픔 앞에 장사 없는 법이었다.

🔖이삭이 노아의 손을 잡고 꽉 쥐었다. “너는 아주 용감해, 노아야. 나보다 훨씬, 훨씬 더 용감해. 너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이삭이 천국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선자가 마음속으로 그린 천국의 모습은 고향이었다. 

✍️🏻 파친코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역사와 아픔과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

한국인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이야기를 쓴다는 작가의 말에 왜인지 위로받는 기분이다.

"일본인이 악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자신의 역사에 대한 부정직함이 악이고 우리가 역사에 대해 정직하다면 화해를 고려할 수 있다"_이민진

공감을 통한 화해와 연합을 믿는 작가.
농담이라지만 인생에서 자신의 어젠다가 모두를 한국인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이민진 작가의 어느 날의 하버드 강연. 그것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유튜브에서 송출된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말 한마디에서도 알 수 있는 그녀의 자부심과 소신이 듣는 한국인의 마음을 차고 넘치게 한다.

그녀의 파친코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 그녀 자체에 관심과 애정이 생기는 것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화(火)를 택한 그녀의 방식과 인간애가 너무나 존경스럽기 때문이다.

⚜️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_이민진
역사가 우리를 망쳐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_이미정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_신승미

꽤나 시끄러웠던 첫 문장.
전 번역작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첫 문장으로 이야기가 열린다. 안타깝게도 절판된 전 번역작을 읽어보지 못해 새로운 번역과의 차이는 이 첫 문장이 전부이나 그 강렬함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 놀라웠다.

💬 사랑받으며 자라오고 사랑받는 것의 고귀함과 존엄을 아는 선자였기에 고난 속에서도 그녀는 살아가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일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모두 사랑이 그 근간이지 않았을까.

2권 완결까지 모두 읽은 것이 아니라서 책에 대한 개인 소견이 정리되지 않는다.
은근 답답하다. 연재작를 보지 못하는 성격이 아쉬울 정도다.
출간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전 번역본이라도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구만...
어여 읽어야 드라마도 볼터인데~

다음권이 속히 출간이되길 소망해본다.
설레는 마음 담아...그들 가족의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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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가 제로가 되었다 시네마틱 노블 1
오누이 외 지음 / 스토리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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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누이, 정현욱, 김지원, 황모과, 배명은
▫️출판사 : 스토리존

📖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인류애를 상실하게 만드는 소재와 스토리를 가진 5인 5색의 단편집. 소재와 스토리는 다르지만 생존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고찰을 넣은 블랙코미디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구적 재앙 속에서 '인류애'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 영화감독 조성희

#D-1 ▫️저자 : 오누이

✔️24시간이 반복되는 '프리즈'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재산이 아닌 행운에 의해 계층이 결정되는 상황 속 웃지 못할 이야기.

🔖늘 그렇게 가장 원하는 것들을 미래의 자신에게 양보해 왔었다.

🔖지금은 이렇게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게 축복처럼 여겨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들 깨달을 거야. 인간은 스스로의 인생을 축복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세상에 살아야 한다는 걸!

📌🔖나는 그간 무얼 위해 살았던 걸까?

💬 SF 장르에서 타임 루프는 꽤 흔한 소재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렇듯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타임 루프물이라니...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무차별적인 이러한 상황 속이라면 생존 본능과 사랑의 구별,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오늘 하루도 미래에 양보하며 살아가는 모든 고단한 영혼들에게 넌지시 들려주고픈 이야기였다.

#유어 라이프 ▫️저자 : 정현욱

🔖자연스러운 죽음. 인위적인 개입으로 길어진 인간의 수명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린다. 인구 조작 음모 세력이 명분으로 내세울 만한 이야기였다.

💬 인구 절벽과 세대의 불균형으로 인한 정부의 '인구 조작' 음모론,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말로 포장된 안락사. 어찌 보면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게임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너무나 현실 문제를 반영하고 있어서 불편하디 불편하다. 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고 외면이 안되는 당면한 사회문제이기도 한 소재를 눈을 뗄 수 없는 스릴러적 구성으로 긴장감을 주고 열린 결말로 생각의 폭을 넓혔다.

#사람도 아닌데 ▫️저자 : 김지원

🔖근데, 상관없어요. 난 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존재와 인생을 함께하고 싶어요.

💬 개인정보와 빅데이터로 분석한, 취향에 꼭 맞는 AI로 인해 남편의 배신을 맞이하는 여자의 이혼법정 투쟁기..였으나 결국 그녀도...
이 상황에서 어느 누가 유혹을 이길 수 있을까?
당연하지 않을까...관계에서 중요한 것의 근본은 과연 무엇일까?

#배내똥 거래소 ▫️저자 : 황모과

🔖우린 돈이 없고 먹을 게 없고 그래서인지 존엄 같은 건 아예 집에 없는데?

🔖아빠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어떻게든 되돌려 놓겠다고. 그러니 너는 뭐든 꿈꾸라고. ... 쓰일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고맙다고 말이다.

💬 언뜻 보면 코믹하게 그려지는 가족의 피폐한 상황.
먹고 싸는 것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일이건만 배출되는 것의 가치를 위해 폐지를 먹어야 하다니... 산업의 변화로 인한 인간과 기계의 역할과 가치 역전이 미래의 먹고사는 문제에 끼치게 되는 현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그 와중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부모와 아이의 마음이 그나마 인류애를 붙들고 가족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만든다.

#선샤인은 저 너머에 ▫️저자 : 배명은

🔖"나는 나를 선택하겠어요."

💬 현실적이어서 더 쓰라린 이야기.

✍️🏻《‘Over-The-Text’. 문학은 더 이상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완독한 지금, 그들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꽤나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르 문학을 폄하는 주된 이유인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글이 아닌 즐거움과 고민, 질문을 동시에 안겨주는 문학의 기능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 여적 읽었던 다양한 SF, 판타지 장르의 책, 영화 제목들이 언뜻언뜻 생각나곤 했지만 평범함과 비범함을 두루갖춘 이 책의 주인공들을 내세운 이야기는 꽤나 감각적이고 독특한 위트로 뒷목을 때리는 울림을 남긴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위트를 닮은 다섯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추천사를 적은 조성희 감독의 말처럼, 첫 번째 이야기 D-1이 시작되면 그 뒤로는 책을 덮을 수 없다.

<동아시아출판사_스토리존_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의견을 담아 서평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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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 -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김인숙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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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저자 : 김인숙
▫️출판사 : 은행나무

📖 소설가 김인숙이 한국에 관한 서양 고서 마흔여섯 권에 대해 쓴 산문으로 우리가 아는 사실관계와는 상관없이 타국의 타인에 의해, 타인의 시선으로 쓰인 기록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일반 번역서로는 결코 접할 수 없을법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선의 이야기'를 빛이 나는 그대로 잘 전하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엄청난 품과 작가적 상상력이 담긴 책이다.

🔖내가 이제부터 소개하려는 책들도 그러하다.
거기에 있으나 거기에 없는 책들 희귀한데도 희귀본이지 않고 고서가 아닌데도 몇백년씩이나 오래되었고 외국어 책인데 우리나라 얘기를 담고 있는.그런 책들 중의 어떤 책이 아니라 그런 책들 모두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그 책들이 남고 있는 공간과 공간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의 '이야기'에 대해서

💬이 책이 이야기하고 하는 바를 작가의 들어가는 말에서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책의 경우는 종이가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 존재가 이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책이 책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활자, 그리고 인쇄와 제책과 보급까지. 여기까지 오면 다 온 것 같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이 아직 더 남아 있다. 책에 체온을 입히는 독자들. 낡은 표지, 변색된 내지, 누군가의 낙서, 얼룩 그리고 문득 페이지 사이에서 발견되는 수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 이런 것들로 흔적을 남기는 독자들의 세월.

🔖아마도 홍종우는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심청전》도 알리고, 다른 것도 알리고, 할 수 있는 만큼 다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자랑스러웠으니까. 너희들 잘난 체하지 마,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훌륭한 문학이 있어, 말하고 싶었을 테니까.

 🔖이 책《일본교회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책이 임나일본부설을 최초로 소개한 서구 서적이라는 점이다. 일본이 백제와 신라, 가야 지방을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이 설은 이후 일본의 조선 침공을 정당화하는 이론이 된다. 로드리게스가 아무리 오래 극동 지방의 선교를 했고, 또 역사를 공부했다고는 해도, 결국 한계는 있었다. 그가 참고했던 자료들은 일본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그가 조선을 제대로 알려면 조선과 직접 접촉하는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두원과의 짧은 접촉 이후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드디어, 이제 막 기말고사를 끝내고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중학생 큰아이가 왜 이 무거운 책을 내내 들고 다니며 넘겨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이제 엄마 타임이라며 빼앗아든 며칠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고서의 느낌과 그 우아함에 빠져있는 나에겐 사진만 몇 번씩 보고 또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Korea’, ‘Corea’, ‘조선’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나라와 관련된 한 글자만 들어 있어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 명지-LG한국학 자료관.
이런 엄청난 자료관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 의미와 가치를 알고 있는 이들의 노력이 이 한 권의 책에서조차 찬란하게 빛난다.

어디선가 들어 본 이야기와 듣도 보도 못한 자료들로 가득한 굉장히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책이다.
책에 삽입된 고서들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타자의 타자인 조선의 모습 속에 비어져 나오는 역사의 그림자들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야기도 읽는 내내 감탄이 나오지만 무엇보다 삽입된 사진과 그 구성이 책장을 끊임없이 넘기고 돌아보고 또 넘겨보게 만든다.

구성이나 책의 깊이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꽤나 낯설고 그들의 시선 속에 담긴 혐오와 폄하는 불쾌하고 불편하다. 반대로 막연한 동경 또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그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가의 개관적 태도와 작가적 상상력은 오히려 반감을 줄이고 시대적 이해를 담고 있어 마음을 누그러트린다.

3일간의 정독(精讀)같은 적독(摘讀)으로도 이 책에 매료되었다. 당분간 아이와의 공동 책장에서 손 때가 탈 예정. 아이가 하멜표류기를 읽어보고 싶다고 하니 성공적인 연독의 길이었지 않은가~
덕분에...고전이라면 우선 웃픈 나도 바빠지겠지만 말이다.

서평단이 아니었다면 쉽사리 손에 들지 않았을 책이다.이렇듯 나의 세계관을 넓히는 기회들이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다.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서평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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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 가장 비싼 시나리오 작가 95명의 노하우와 실전연습
마딕 마틴 외 지음, 셰리 엘리스 외 엮음, 안희정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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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딕 마틴, 제임스 V.하트,사이드 필드 외
▫️출판사 : 다른

📖 대중을 사로잡는 시나리오·드라마 작법의 모든 것.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 작가 95명의 실전 작법을 소개하고 노하우를 전달하며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6년에 출간된 책의 재편집 리커버.
✔️프로 작가들의 짧은 조언과 요령들이 담겨있다.
✔️시나리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읽기 쉽다.
✔️멋진 글이 아닌, 투자자의 마음을 흔드는 시나리오 쓰기

🔖대부분의 작가가 가진 훌륭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관찰하거나 엿듣는 능력이다.

🔖시장성 없는 콘셉트는 버려라.
...현재의 영화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몇 달 또는 몇 년을 보냈는데 다른 작가가 쓴 유사한 시나리오가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는 것보다 기분 잡치는 일은 없다. 그러니 손실을 줄이려면 다른 것을 써라.

🔖훑어보기 쉽게 수직적으로 써라.
...시나리오는 문학 작품이 아니라 영화를 위한 설계도다. 따라서 단편소설이 아니라 설계도처럼 읽혀야 한다.

🔖구체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를 택해서 훨씬 더 강렬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라.

🔖작가로서 자기 자신이 되는 비법은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뿐만 아니라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들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강점과 열정을 파악해야 한다.

🔖인물에게는 등장하기 이전의 삶이 있다.
인물들은 시나리오 안에 그냥 들어서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출생부터 시나리오에 등장하기 전까지 이전의 삶이 있다.

🔖시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관객은 주인공이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정보를 얻으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하게 여긴다. 반면 주인공이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정보를 얻으면, 주인공보다 더 많이 아는 우월한 입장에 있다고 여긴다. 이는 기대감을 높여서 관객을 끝까지 이끌고 갈 수 있다. 

🔖결말을 다시 생각해 내는 건 생각보다 쉽다. 문제들을 해결할 멋진 방법을 찾는 게 어렵다. 

🔖항상 다음 시나리오나 아이디어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누구나 글을 쓰고 출판을 할 수 있는 1인 독립 출판미디어의 시대. 요즘은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 그에 발 맞추어 작가가 되는 여러 글쓰기 교본과 작법서, 강의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글쓰기는 짧은 단상을 적는 것도 꽤나 어려워하는 나 같은 이에게 책 쓰기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 일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들여다 본 시나리오 작법은 막연했던 글쓰기의 순서를 구체화하고 기술적인 면을 갈고 닦는 법을 보여주었다.
무엇이든 쉬운 것은 없는 법이지만, 여러 유명작가들의 조언과 요령은 그들의 깊은 연구와 사유,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시작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힘을 실어줄 것 같은 '실용서'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작법의 'ㅅ'도 모르는 나의 입장에서는 기회가 된다면 지침을 참고삼아 실전 연습을 해볼 수 있을 정도의 이해도와 접근성이 좋은 책이다.
(물론...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 부분도 적지는 않았다.🤔)

특히, 좋아하는 영화의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글을 썼는지 그의 시점을 들여다보는 건 신선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실전 연습에서 말하는 질문들은 비단 글을 적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작법에 대한 것을 A부터 Z까지 순서대로 꼼꼼히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구성을 깔끔하게 잘 나누어 놓았지만 후루룩 읽으면서도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 선배 작가들의 노하우나 짧은 조언을 들은 것,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방법의 노하우 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다양하게 영감을 얻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장점이있다.

💬평소에 즐겨 읽지 않는 분야였던 만큼 책을 접했을 때 그 두께와 무게에 겁을 먹었더랬는데 의외로 내용이 흥미로웠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다.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적독(摘讀)을 할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정독(精讀)과 속독(速讀)을 번갈아가며 읽어내고 있었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도전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서평촌님께 감사드립니다.
@westplainsland
<서평촌님의 도서 제공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darunpublishers 다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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