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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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땅의 야수들 >

▫️저자 : 김주혜
▫️옮긴이 : 박소현
▫️출판사 : 다산책방

✔️한국계 재미작가의 장편소설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과 격동의 시절에 휘말려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2022년 9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후보

📖 빼앗긴 땅의 설움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는 투쟁과 사랑을 담은, 먼 나라에서 전하는 가장 한국적인 우리의 이야기.
1917년부터 1965년에 걸친 한국 근대사를 관통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렸다. 사랑과 전쟁, 정치와 운명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

🔖옥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건 여자들이었다. 남자들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면서, 여자들은 자신 또한 살아 있음을 느낀 적이 있을까?

🔖나는 그 애를 없애려고 했지만, 그 애의 영혼이 실처럼 나에게 이어진 거야. 인연이라는 게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야수들은 결코 옥희를 두렵게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인생은 곧 바퀴였다. 영민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 바퀴를 잘 굴려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반면 어리석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그 바퀴에 잘못 깔려 무참히 짓밟힐 수도 있었다. ... 그들이 진정으로 멈추는 순간은 오직 죽음을 맞이할 때뿐이었다.

🔖삶은 견딜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한국의 아픈 역사 속 민초들의 삶과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같은 민족으로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남긴다.
대하소설의 폭넓은 서사를 긴 호흡으로 보여주지만 결국은 어디서든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과 다채로운 사람들의 생을 이야기한다.

어떠한 시대적 격동 속에서도 존재하는 사랑과 이별, 선택과 운명의 수레바퀴를 타고 순환하는 인연을 그리면서 같은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다양성을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명력에 담았다.
입체감 있는 등장인물들은 매력적이고, 흡입력을 가진 전개는 몰입을 야기해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파친코>와 같이 전쟁과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비교가 많이 되고 있지만 어쩐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좀 더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물들의 행동을 공감하며 감정의 폭이 커지고 다양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결이 비슷하지만 진폭이 다른 느낌이랄까.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어, 정식 출간본과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중요한 주제가 담긴 문장이 번역의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거나 새로운 제시를 해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옮긴이에 대한 극찬이 끝까지 이어지길 독자로서의 바람이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듣고 자랐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이러한 서사가 나온 것이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연 파괴, 전쟁, 기아 등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며 의미 있게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김하는 작가의 행보를 응원한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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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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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말들 >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저자 : 태지원
▫️출판사 : 클랩북스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그림에게 배운 삶의 지혜
태지원 작가는 사회 교사였던 경험으로 청소년 교양서를 쓰고 명화를 주제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연재를 하며 독자에게 위로를 주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명화를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 전작이 그림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라면 이 책은 좀 더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어른이 되는 이야기,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나가는 이야기를 그림 속에서 답을 찾아가며 다룬다.

책의 구성은 네 부분으로 나누는데,
'1장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알아야 할 것들' 에서는 그림을 통해 인생을 더 다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2장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다면' 에서는 명화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 적당한 거리가 관계를 아름답게 만든다' 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찾아보며 '4장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법'에서는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여 다시 일어나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꿈을 꾸는 이들을 좌절로 이끄는 재능의 멀티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의 카테고리가 있다. ... 열정만으로 길게 펼쳐낼 수 있는 꿈은 없다. 재능만으로 버틸 수 있는 분야도 존재하지 않는다.

💬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겠지만 요즘 들어 특히나 그림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와 희망을 찾는 이들을 위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 굉장히 반갑다.
그림책에서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삶과 이야기를 발견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으며 그림책 테라피를 즐기는 독자이기에 작가의 길잡이로 따라가는 큐레이션이 잘 된 그림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새롭다. 같은 그림이라도 작가의 생각과 감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풀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옛이야기를 듣는 아이가 된 것만 같을 때도 있다.

지식의 부스러기를 모아 글로 엮는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정보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우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으며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상황과 감정에 따른 자신의 그림 또한 꺼내어 놓는다.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그림과 그림작가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엮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나씩 짚어가는 이 책은 꽤나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재능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 공감이 되었는데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침울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재능'이라는 이름 아래 피어나는 꽃 같은 이들과 얼마나 많이 나를 비교하며 좌절했었는지, 나의 길을 찾기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가 생각나 잠시 잠재웠던 따끔함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나이가 들고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늘어나면서 무뎌지기도 했지만 이러한 삶의 순간들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달려든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던 일들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오히려 더 흔들리고 미혹된다는 것을 알아가면서도 어떻게든 '어른인 척'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하루 상처받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가, 위로와 용기, 일어나 걸어갈 힘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의 다짐과 일상의 사랑스러움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에서 나를 찾아내고 마주 보는 법을 배운다.

작가가 전하는 순간순간이, 인생의 길목에서 문득 생각이 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제시하는 그림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그가 전하는 현명하고 조용한 응원의 말들과 조언이 마음에 남는 책이었다.

'❤️' 숫자에 연연하지 않게되는 마음과
'나만의 승리'를 쌓아가는 내일이 되길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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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세 알 팥 세 알 개똥이 그림책 3
윤구병 지음, 정지윤 그림 / 개똥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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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세 알 팥 세 알 >

▫️글 : 윤구병
▫️그림 : 정지윤
▫️출판사 : 개똥이 (보리출판사)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작가의 새 그림책.
✔️농작물을 통해 전하는 천천히,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

📖 산속 깊은 곳에는 할아버지와 작은아이,
사람은 둘뿐이지만 그밖의 식구들이 참 많이 살고 있다.
제비와 참새, 까지, 멧비둘기와 꿩, 종다리도 마을에서는 약이 묻은 낟알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할아버지네 산비탈 밭에서만 산다.
먹거리가 충분하지 않아 배고픈 시절에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누며 살아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

🔖봄이 오자 할아버지와 작은 아이는 씨앗을 뿌렸어요.
콩 세 알 팥 세 알, 옥수수도 기장도 모두 세 알씩.
할아버지가 새들에게 말했어요.
"한 구멍에 세 알씩 묻었으니 한 알 씩만 먹으렴.
한 알은 두더지 몫이고, 한 알은 우리 몫이야."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해. 나도 참았거든."
작은 아이가 말했어요.
새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 뒤적뒤적 찾아보니 책장에서 보리출판사의 책들이 꽤나 나온다.
두꺼운 <보리 국어사전>부터 전통놀이를 소개하는 <전래놀이>, 유명한 도토리 계절 그림책의 시리즈,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식물 도감>까지 윤구병 작가와 이태수 작가의 그림책이 탑을 이룬다. 보리출판사의 책들은 정감 있고 세밀한 표현과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책들이 많아 손에 들고 들여다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 대부분이다.

첫째가 '일병'이라서 아홉 째인 그는 '구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윤구병 작가님은 '우리말글 으뜸 지킴이'로 뽑힐 만큼 다양한 방면으로 우리의 말과 글을 바르게 알리고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특히나 세밀화 시리즈들은 언제 보아도 어여뻐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에 출간된 그림책인 #콩세알팥세알 역시 따뜻한 색감과 섬세한 그림으로 삶의 진리와 아름다운 동행을 이야기한다.

💬 가난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누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모습 속에는 주린 배를 고구마로 채우더라도 미소를 잃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걱정하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먹을 것이 남아돌아 음식물 쓰레기가 범람하는 한편에는
배를 곯아 죽어가는 안타까운 생명들이 넘쳐난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의 마음속에 꼭 기억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안타깝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관심이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조근조근 이야기 나누기 좋은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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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멋진 집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그림책 우수상 수상작, 2023 볼로냐 국제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
박준엽 지음, 신아미 그림 / 오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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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의 멋진 집 >

▫️글 : 박준엽
▫️그림 : 신아미
▫️출판사 : 오늘책 (키즈스콜레)

✔️제 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그림책 우수상 수상작.
✔️공학도 남편이 글을 쓰고 예술가 아내가 그림을 그린 컬래버 작품.

📖 자유롭게 상상하고 멋지게 집을 짓는 걸 좋아하는 건축가 이안은 아주 친한 세 친구가 원하는 집을 지어주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모두가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안에게는 친한 세 친구가 있다.
과학자 마틴, 예술가 라파엘, 정원사 발렌티노.
재능도 원하는 것도 다른 세 친구의 집을 지어주는 이안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담긴 집의 그림이 조밀조밀 섬세하게 눈앞에 가득 펼쳐진다.

각자 만족할 만한 집은 지어졌지만 집을 짓는 것이 좋은 이안은, 상상력을 발휘해 취향이 다른 세 친구가 모두 좋아할 더 멋진 집을 짓기로 한다.

이안이 놀랍고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모두의 취향을 고려한 멋진 집을 만들어 내지만, 정작 현실에서 자신과 다른 누군가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취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 책을 펼지면 그림이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색감과 모양이 가득해 눈길을 끈다. 특히나 이안의 집에 있는 독특한 물건들을 숨은 그림 찾기 구성으로 보여주며 재미와 즐거움, 집중력도 놓치지않았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상 이 그림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가 잘 전달 되었나?
하는 것이다.
취향을 존중하며 함께 사는 공존을 이야기하는데, 세 친구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이안 혼자 세 친구의 소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집의 아기자기 조밀한 그림을 자세히 보다보면 과학적이고 예술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이어서 정말 놀랍다.
물론, 과학 + 예술 + 자연 이 함께 뒤섞이다보니 기괴한 형상도 더러 보이지만 말이다. 밤에 보면 좀 무서울 것 같은 물건들도 있었지만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그것은 이안이, 친구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바를 이해하기 때문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바를 잘 알아줘서 나에게 가장 좋은 집을 지어주는 이안같은 친구를 가지고 있는 세 친구가 그들이 가진 재능보다 더 부럽다.
결론은, 이안은 굉장하다!!!
"나도 !!!"를 외치고 싶어진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서로가 필요한 것도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자. 우리에게는 엄청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 내는 능력을 가진 이안이 없다는 걸 명심하면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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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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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버 >

▫️저자 : 나혜림
▫️출판사 : 창비

📖 궁핍한 생활에 삶이 버거운 중학생 정인이와 고양이로 둔갑한 휴가 중인 악마 헬렐이 함께 보내는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 끊임없이 '만약에'를 들이대며 유혹하는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과 정인이의 티키타카 대화가 유쾌하면서도 씁쓸함을 자아낸다.

🔖도대체 밥값이란 건 뭐길래 아끼면 아낄수록 더 버거워지는 걸까? 한 사람이 세상에 나서 먹는 밥값을 더 셈하면 그게 그 사람의 인생값일까?
같은 밥이라도 다 같은 값은 아닐 거야. 누구는 입에 돈을 집어넣고, 누구는 땀을 집어넣고, 또 누구는 폐지를 집어넣잖아.

🔖봐 주는 사람 없이 응달에서 피우는 꽃도 저마다 할 말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걸 죄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아이가 있다는건 더 신기했다. 햇볕 같은 아이가 그늘을 알아준다는 게.

🔖"할머니가 그랬어요. 세상엔 '만약에'가 안 통하는 것도 있다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나한테 중요한 건 그거예요."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재미있냐고? 재밌지 않을 리 없잖아? 폭력은 비디오 게임, 전쟁은 뉴스속보, 착취는 초콜릿, 생명 경시는 모피코트, 환경 오염은 아보카도와 스포츠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신명 나는 파티의 클라이맥스에선 돈이 비처럼 내려. 모두가쇼를 좋아하잖아? 쇼는 계속될지어다!"

✍️🏻중학생인 정인이의 세상에선 모든 시간과 무게에 돈이 붙는다. 불평 섞인 한마디에도 굽어진 허리를 펴고, 사는 게 지옥이 되니 불평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할머니를 불편하게 하기 싫어 입을 꾹 다무는 빛날 정(炡)에 사람 인(人)을 쓰는, 너무 일찍 셈하는 법을 알아버린 아이는 하루하루가 버겁다.

한자락 한자락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상처를 내는 것 같은 매일을 살아내면서도 배고픈 길고양이에게 자신의 양식 한 조각을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 정인이. 상처받은 마음을 꼭꼭 숨기고 도망치는 선택을 하면서도 악마가 탐내는 유기농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던 그 아이가, 악마의 달콤한 말에도 흔들림 없이 정직한 에이브를 떠올리며 주먹을 움켜쥐며 참아내던 그 아이가, 결국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참 많이 아렸다.

중학생 시절 한 번뿐인 수학여행보다도 아르바이트하는 날이 더 중요하다 말하던 정인이의 자존심이,
네잎클로버의 행운보다 달개비와 꽃무릇의 꽃말을 이야기해 주던 친구와의 기억이 더 소중하다 여길 수 있는 정인이의 단단한 마음 한자락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헬렐의 유혹에 대항하는 정인이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흔들리는 바닥을 굳세게 내딛는 방법을 배운다.

나혜림 작가의 <클로버>는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척이나 유려하고 감성적인 문체는 시종일관 문장을 읽어나가는 독자의 마음에 빛나는 윤슬을 일으키는 듯하다. 잔잔한 파도 같다가도 헬렐과 위트 있고 거칠 것 없이 이야기하는 정인이의 모습과 참 닮아있는 문체이지 않나 싶다.

정인이의 환경에 감정이 심하게 이입되어 좀 과하다 싶게 몰입한 감이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어릴 적으로 돌아가곤 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기에 자존심은 작은 생채기도 크게 곪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정인이의 시선은 조용한 것에 비해 칼날 같은 아픔이 베여있다.
마지막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쉽지 않은 시간을
견딘 이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까지 흔들리면서도 단단하게 현실을 붙잡는 아이의 모습에 굉장히 위로받았다. 작가 또한 글을 쓰며 스스로 위로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사람들은 극복하는 인간을 좋아한다지만 사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하세요. 뭐어떻습니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잖아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피어날 겁니다. 응달에서도 꽃은 피니까요. - 나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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