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클로버 >

▫️저자 : 나혜림
▫️출판사 : 창비

📖 궁핍한 생활에 삶이 버거운 중학생 정인이와 고양이로 둔갑한 휴가 중인 악마 헬렐이 함께 보내는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 끊임없이 '만약에'를 들이대며 유혹하는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과 정인이의 티키타카 대화가 유쾌하면서도 씁쓸함을 자아낸다.

🔖도대체 밥값이란 건 뭐길래 아끼면 아낄수록 더 버거워지는 걸까? 한 사람이 세상에 나서 먹는 밥값을 더 셈하면 그게 그 사람의 인생값일까?
같은 밥이라도 다 같은 값은 아닐 거야. 누구는 입에 돈을 집어넣고, 누구는 땀을 집어넣고, 또 누구는 폐지를 집어넣잖아.

🔖봐 주는 사람 없이 응달에서 피우는 꽃도 저마다 할 말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걸 죄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아이가 있다는건 더 신기했다. 햇볕 같은 아이가 그늘을 알아준다는 게.

🔖"할머니가 그랬어요. 세상엔 '만약에'가 안 통하는 것도 있다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나한테 중요한 건 그거예요."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재미있냐고? 재밌지 않을 리 없잖아? 폭력은 비디오 게임, 전쟁은 뉴스속보, 착취는 초콜릿, 생명 경시는 모피코트, 환경 오염은 아보카도와 스포츠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신명 나는 파티의 클라이맥스에선 돈이 비처럼 내려. 모두가쇼를 좋아하잖아? 쇼는 계속될지어다!"

✍️🏻중학생인 정인이의 세상에선 모든 시간과 무게에 돈이 붙는다. 불평 섞인 한마디에도 굽어진 허리를 펴고, 사는 게 지옥이 되니 불평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할머니를 불편하게 하기 싫어 입을 꾹 다무는 빛날 정(炡)에 사람 인(人)을 쓰는, 너무 일찍 셈하는 법을 알아버린 아이는 하루하루가 버겁다.

한자락 한자락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상처를 내는 것 같은 매일을 살아내면서도 배고픈 길고양이에게 자신의 양식 한 조각을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 정인이. 상처받은 마음을 꼭꼭 숨기고 도망치는 선택을 하면서도 악마가 탐내는 유기농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던 그 아이가, 악마의 달콤한 말에도 흔들림 없이 정직한 에이브를 떠올리며 주먹을 움켜쥐며 참아내던 그 아이가, 결국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참 많이 아렸다.

중학생 시절 한 번뿐인 수학여행보다도 아르바이트하는 날이 더 중요하다 말하던 정인이의 자존심이,
네잎클로버의 행운보다 달개비와 꽃무릇의 꽃말을 이야기해 주던 친구와의 기억이 더 소중하다 여길 수 있는 정인이의 단단한 마음 한자락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헬렐의 유혹에 대항하는 정인이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흔들리는 바닥을 굳세게 내딛는 방법을 배운다.

나혜림 작가의 <클로버>는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척이나 유려하고 감성적인 문체는 시종일관 문장을 읽어나가는 독자의 마음에 빛나는 윤슬을 일으키는 듯하다. 잔잔한 파도 같다가도 헬렐과 위트 있고 거칠 것 없이 이야기하는 정인이의 모습과 참 닮아있는 문체이지 않나 싶다.

정인이의 환경에 감정이 심하게 이입되어 좀 과하다 싶게 몰입한 감이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어릴 적으로 돌아가곤 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기에 자존심은 작은 생채기도 크게 곪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정인이의 시선은 조용한 것에 비해 칼날 같은 아픔이 베여있다.
마지막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쉽지 않은 시간을
견딘 이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까지 흔들리면서도 단단하게 현실을 붙잡는 아이의 모습에 굉장히 위로받았다. 작가 또한 글을 쓰며 스스로 위로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사람들은 극복하는 인간을 좋아한다지만 사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하세요. 뭐어떻습니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잖아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피어날 겁니다. 응달에서도 꽃은 피니까요. - 나혜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