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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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은 장미 >

▫️저자 : 온다 리쿠
▫️출판사 : 리드비

📖 14살의 나치는 '허주'의 승선원이 되기 위해 엄마의 고향 마을 캠프를 참가한다.
유전적인 변질을 겪으며 강하게 피를 탐하게 되는 나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지만 캠프의 누구보다 빠르게 변질이 시작된다.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비밀, 욕망과 열망 속에서 피를 거부하는 나치의 운명은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을까.

》 14년에 걸쳐 완성된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SF판타지 소설로 신비로운 서사 구조와 탄탄한 사건 구성을 가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
"똑똑한 장미는 피어나서, 시들고, 어김없이 져 버리는 꽃이야. 그래서 현명한 거야."
여자는 천천히 양팔을 벌렸다.
"하지만 어리석은 장미는 시들지 않아. 피어난 채 영원히 지지않고, 말라 죽지도 않아. 그래서 어리석은 장미라고 하는 거지."

🔖
어리석은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영원히 지지 않고 계속 피어 있다. 자신의 생명이 이미 끝났다는 사실도 모른 채, 어리석기 때문에 시들지 않는다.
물론 얼굴을 마주하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가 그 이름을 알고 있다. 허주 승선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위 사람들도.
시들지 않는 장미. 영원한 장미.
도와의 입술에 냉소가 피어났다.
시들지 않는 장미는 과연 아름다울까. 시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것은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화와 무엇이 다를까.

✍️
14년간 연재를 하며 쌓여 있는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온갖 감정들을 담아냈다.

SF 세계관을 중심으로 판타지를 표방하지만 어느 한 장르에 묶어두기에 적합하지 않다.
미스터리, 로맨스, 성장을 담은 청춘소설이자 판타지적 신비로움이 가득, 방대하게 담긴 소설이다.

뱀파이어, 변질체, 피먹임과 통로, 테라포밍.
여타 서양의 뱀파이어 작품들과는 그 결이 다른 소재적 특성을 부여한 단어들이 섬세한 문체와 만나 신선한 흥미와 독특함을 자아낸다.

💬
멸망의 지구, 불사의 인간.

책을 읽기 전 '어리석은 장미'가 뜻하는 바가 무엇일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어쩌면 인간은 필멸자로서의 의무처럼 불멸을 꿈꾸는 듯도 하다. 어리석은 이들의 불멸로의 욕망과 사춘기 소녀의 혼란, 두려움이 섬세하게 그려져 아이의 선택과 미래가 더욱 궁금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까웠던 시간이었다. (끝에, 갑자기 '응?'하는 부분은 분명 있다...)

💬
개인적으로 어서 빨리 이북이 나오길 기다린 책이다.
이야기의 묵직함 만큼 만만치 않은 무게와 페이지는 이동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나 같은 이에겐 꽤나 버거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독성이 좋고 내용이 흥미로워 단숨에 읽힌다. 온다 리쿠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과 필력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좀 더 여유롭게 단어에 새겨진 의미를 음미하며 다시 읽어보고픈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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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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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경사 바틀비 >

▫️저자 : 허먼 멜빌
▫️출판사 : 새움출판사

📖
< 필경사 바틀비 >는 허먼 멜빌이 쓴 최초의 단편 소설로, 1853년에 처음 발행되어 미국 문학의 고전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뉴욕 월스트리트에 사는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새로운 필경사인 바틀비를 고용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바틀비가 열성적이고 성실한 일꾼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라는 반응으로
모든 요청에 저항하게 된다.

바틀비는 사무실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거부하며 점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데,
변호사와 동료들은 이러한 바틀비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어 어려워하며 바틀비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나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아까와 똑같은 뚜렷한 대답이 다시 들려 왔다.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다음날 바틀비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창가에 서서 정면의 창문 없는 벽만을 응시하며 몽상에 젖어 있었다. 왜 글을 베끼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
작품은 바틀비의 업무 거부와 독특한 행동을 중심으로 인간의 복잡한 측면과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또한 바틀비의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삶과 업무의 균형,
노동 조건, 사회적 단절 등과 연결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흥미로운 주제들과 허먼 멜빌의 비유적이고 의미 깊은 문체는 < 필경사 바틀비>를 미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 필경사 바틀비 >의 주인공 바틀비의 행동과 말의 이유는 작품 내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는데 이러한 모호성이 작품의 해석과 의미를 더욱 깊게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멜빌의 다른 단편인 <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 >와 <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 > 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들은 < 필경사 바틀비 >처럼 화자가 삶을 관찰한다.
그들의 행동은 시대적인 사회의 상황과 맞물려 비극을 초래하지만
멜빌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비극일까...질문을 던진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깊은 모호함은 심층성을 부여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며 문학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
멜빌의 < 필경사 바틀비 >는 유명한 것만큼이나 국내에서도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처음 바틀비를 접하고 깊이 읽기를 시도한 책은 문학동네의 책이었다.
같은 이야기라도 번역에 따라 독자가 받는 감흥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편이기에 고전문학일수록 다양한 번역본을 읽어보려 노력한다.

모호성이 짙고 해석과 의미를 다양하고 깊게 탐구할 수 있는 장치들이 깔린 작품일수록 번역이 중요함을 더욱 느끼기에,

"쉼표 하나 가벼이 넘기지 않는, 바른번역을 추구한다." 는
새움의 움라우트 세계문학선, 바틀비가 참 반갑다.

삶을 살아가는 의미와 개인과 사회의 가치 충돌 등에 대한 사유를 유발하고, 한 뼘 더 나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 행동하는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라는 감상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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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국사 - 5천 년 역사가 단숨에 이해되는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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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의 한국사 >

▫️저자 : 최태성
▫️출판사 : 프런트페이지

📖
<최소한의 한국사>는 제목처럼 반만 년 한국사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필수 상식 위주로 구성했다.
믿고 듣는 최태성 큰별쌤의 속도감 있는 입담으로 듣는 듯한 서술은 교양과 상식, 재미를 모두 잡았다.

🔖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삼국시대에 신라가 세 나라를 통일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데 가장 작은 신라가 삼국 통일의 꿈을 이뤘죠. 왕건 역시 후삼국시대의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궁예 아래에 있는 부하였거든요. 어찌 보면 의외의 인물이 후삼국을 통일한 거예요. 앞서가는 사람은 항상 자만을 경계할 것, 그리고 뒤에 가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갈 것. 후삼국 시대의 역사는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
정도전은 유학의 나라를 세우려는 의지가 넘쳤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대문 이름에도 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의예지'를 넣어요. 동쪽은 '인'을 넣어 흥인지문, 서쪽은 '의'를 넣어 돈의문, 남쪽은 '예'를 넣어 숭례문이라 지었습니다. 북쪽만 예외인데, 지혜는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지' 대신 '맑을 청' 자를 썼습니다. 그래서 숙청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편안할 정' 자로 바꾸어 숙정문이 된 겁니다.
그렇다면 유학에서 또한 중시하는 '신'은 어디에 들어갔을까요? 이곳은 정도전 이후에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해가 바뀔 때마다 제야의 종을 치는 곳, 보신각입니다. 보신각은 사대문 한가운데에 있지요.

🔖
전두환 정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면서 들어섰기 때문에 정통성이 취약했어요. 유신 체제와 달리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해외여행을 자유화하는 등 유화정책을 실시했지만, 매년 봄만 되면 정통성이 흔들렸지요. 5월만 되면 시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면서 시위를 벌였거든요. 이러한 상황에서 1987년 1월에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입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박종철이라는 학생이 경찰 고문 과정에서 죽은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거짓말을 늘어놓았죠. 탁자를 "탁, 하고 쳤더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거예요.

🔖
현재를 사는 우리 역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의 선택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나요?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추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리던 안중근처럼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역사의 교훈들을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
한국사는 다른 분야의 교양 상식에 비해,
단순한 무지가 아닌 역사에 대한 의식이나 가치관의 부재를 의심받기도 한다.
더해 죄책감까지 갖게 되기도.

한국사 이해의 부재는 사회적 위치에 따라 논란이 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만큼 중요하고도 일상적인 학문이다. 하지만 그 방대한 시간의 흐름과 사건 사고들을 마주하며 자신 있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싶다.

지난 상반기 동안, 동아리에서 <한 컷 한국사> 책을 '느리게 함께 읽기' 했다. 학창 시절 배웠던 한국사를 업데이트하며 낯선 내용에 당황하기도, 민망하기도 했던 순간들이 많았더랬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 참 많았는데,
역사란 사건 장면과 흐름 모두를 이해하고 연결해 생각하지 못하면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었다.

TV에서 재미있게 편성된 한국사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 아이들 덕에 수시로 날아오는 질문 폭격--> 진땀 뻘뻘 나날을 보내던 중, 친구의 소개로 YouTube <최태성 1TV>채널을 접하면서 엄마 콧대를 어느 정도 찾고 있다.

탁월한 이야기꾼 큰별쌤의 한 권으로 끝내는 <최소한의 한국사>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반만 년 역사를 훑고 지나가지만 하이라이트를 딱딱 집어내 지루하지 않고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옛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하게 읽힌다.
읽다 보면 큰별쌤의 강의가 육성 지원되는 느낌이 든다.
쉽고 재미있어 어느새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흐름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최소한'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깊고 넓다.


💬
중간고사를 앞둔 아이가 이것만 읽으면 한국사 시험 문제없는 거냐며 묻길래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는 했지만...(응...안된다.)
사회생활하면서 역사 이해 부재로 망신당할 일은 없을 듯하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제 도서관에서 한국사 벽돌 책 몇 권을 집어 왔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유쾌한 입담으로 한국사 인식개선에 앞장서 주실 최태성 큰별쌤께 감사드린다.
(우선은 머리 아픈 거 싫어하는 중학생 포섭 완료)

요즘 뉴스에 나오는 몇몇 분들에게 격하게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 역사 앞에서 당당해질 그날을 위해 _ 큰별쌤 태성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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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류충민 감수 / 더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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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

▫️저자 : 이나가키 히데히로
▫️옮긴이 : 김소영
▫️출판사 :더숲

📖
무섭지만 밤새 읽는 시리즈 식물학 편.
지구환경에 적응해가며 오랜 시간 진화의 진화를 거듭한 생명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식물.
그들이 내보이는 <공포>를 주제로 식물 세계의 섬뜩하고 기묘한 형태를 식물학의 역사와 함께 소개한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무섭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공포와 흥미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셈이지요.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와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인류를 발전시키고 문명과 과학기술을 발달시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수께끼로 가득찬 식물의 세계는 무섭습니다. 그러나 재미있습니다. 자. 이제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_이나가키 히데히로 ]


1장 식물이라는 섬뜩한 생물
2장 기묘한 식물
3장 독이 있는 식물
4장 무시무시한 식물의 행성
총 4장의 소주제로 구성되며 그에 맞는 다양한 식물의 이야기를 전한다.


🔖
식물이 상당히 기묘한 생물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그럴 것이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뇌 한곳에 모아 그 뇌가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도록 진화된 생물이다. 그런데 모든 생물이 이와 같지는 않다.
(...)
이런 곤충의 입장에서는 뇌가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상당히 기묘한 생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식물의 관점에서도 인간은 뇌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매우 기묘한 생물로 보일 것이다.

🔖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불확실하다. 설령 자신이 죽는다해도 자신의 분신은 계속 살아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죽은 것일까? 아니면 영원히 살아가는 것일까?

🔖
인간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 이 말은 유성생식이라는 뜻이다.하지만 인간은 제각각인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차이나 성적으로 평가하여 균질한 인재를 만들려고 한다. 농작물 재배와 마찬가지로 그게 더 관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생물은 노력을 들여서 다양성을 창출한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균일하게 관리했다간 아일랜드의 기근처럼 인간 사회에서도 재앙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리 인간은 미래에도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생각해 보라. 이 생물이 바로 '식물'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물구나무서기를 한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영양분을 취하는 입은 상반신에 있지만, 식물이 양분을 얻는 뿌리는 하반신에 있다. 그리고 식물은 생식기관인 꽃이 상반신에 있고, 인간은 생식기관이 하반신에 있다. 생각해 보면 식물은 상당히 기이한 생물이다. 그러나 식물과 인간 중에 압도적으로 그 수가 많은 것은 식물이다.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식물이 있다. 그런 식물들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물구나무서기를 한 식물'인 것이다. '인간이란 어쩜 그렇게 기묘할까?' 식물은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
오늘날 지구는 맹독을 내뿜는 식물과 맹독을 이용하는 생물들에게 지배된 괴물 행성이다. (...)
게다가 인간이라는 생물은 걸리적거리는 식물이나 동물을 없애서 식물이 없는 사막을 만들고 있다. 이윽고 마치 주인인 양 지구에 군림하던 괴물들도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이야말로 새로운 지구의 창조주가 아니던가. 그리고 마침내 인간까지 멸종되어 더 아름다워진 지구가 되살아날 날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옛날, 땅속으로 쫓겨난 미생물들은 분명 그런 날이 오기를 가만히 숨죽이고 기다릴 것이다.


💬
환경 변화에 따른 생존 필요조건이나 반복된 세포분열의 유전자적 결함, 결손을 다른 개체와의 결합으로 다양한 성질을 만들어 극복하는 방식은 거의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진화의 법칙이다. 식물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과 식물의 다른 점은 진화가 종족의 유지를 위한 '목적'임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긴 세월을 살기보다 한해살이로 개체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식물의 진화 방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인간만이 소유욕으로 인한 유전자 유지를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역사가 존재하는 듯하다.




✍️
이 책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식물이나 우리가 쉽게 알지 못했던 전설 속 식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바로 근처에 널린 평범한 식물이 가진 독특한 역사와 진화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식물 세계 유전자 진화의 역사와 인간 사회의 사건에 연루된 식물의 이야기.
환상 속 식물 같은 기괴함을 가진 기상천외한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를 자극하고 호기심을 더욱 유발한다.
독특한 생태의 식물 이야기를 전하며 단순한 지식이 아닌 식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아주 유용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40여 종의 다양한 반려 식물을 키우고 있는 식집사이자 잡초 애호가인 나는 정말 밤새 읽었더랬다.
저자와는 다르게 집안의 반려 식물들에게서 딱히 섬뜩함을 느끼거나 하기보다 편안함과 애정을 느끼는 바이지만 깊은 숲에서 느껴진다는 위압감과 경외감에는 공감한다.
(내가 한 여름의 진초록보단 봄의 여린 잎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작은 수반에 귀엽게 동동 떠있는 물옥잠이 '아름다운 악마', '100만 달러짜리 잡초'로 소개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살짝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식물이 살아남는 방식과 전략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현명하고 날카롭다.
각종 편의와 발전.
문명화된 사회를 얻기 위해 인간이 간과하고 있는 지구환경의 미래를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과 비교해 봐야 할 때다.
인간 중심이 아닌 지구 중심의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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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지음, 김경미 옮김 / 이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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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 빠진 소녀 >

▫️저자 : 악시 오
▫️옮긴이: 김경미
▫️출판사 : 이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공립도서관 최고의 책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도서 TOP 10 

📖 한국의 고전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판타지적 이야기. 능동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거머쥔 소녀의 여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오디세이.

🔖내가 묻는다. “혹시 신들이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받아들이나요?”

“당연히.” 신의 목소리는 용왕의 대전에서 들었던 것처럼 낮고 가차없고 잔인하다. “인간들은 변덕스럽고 폭력적이야. 자기가 죽을까봐 두려워서 전쟁을 일으키잖아. 몇 년에 걸쳐 자라는 생명을 몇 초 만에 죽이고.”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죠.” 내가 쏘아붙인다. “죽음이 자비도 없이 자신들의 집에 찾아와 어린아이들의 숨결을 빼앗는데 인간을 탓할 수 있나요?”

“탓할 수 있지. 당신이 인간의 잘못을 갖고 신들을 탓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순환 아닌가요? 신들은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은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경의를 표하잖아요.”

“세상이 자기 주위로 돈다고 생각하는군. 강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하늘도 바다도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인간은 세상의 많은 부분 중 하나일 뿐이고, 내 생각에는 이 모두를 병들게 하는 존재인데 말이야.”

🔖 “무언가를 믿어야 그 신이 될 수 있지.”

🔖“만약 누군가가 네 운명이 가장 높은 폭포에 올라가 뛰어내리는 거라고 한다면? 아니면 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게 네 운명이라면? 심지어 너한테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라고 한다면? 운명은 까다로워. 너나 나나 심지어 신들도 운명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워.”
...
“운명을 쫓지 마, 미나. 운명이 널 쫓게 해야지.”

🔖나는 어떤 운명의 붉은 끈도 따르지 않는다. 내가 아는 길을 걸어갈 뿐.

✍️🏻동아시아풍의 판타지 세계관을 몽환적이고 환상적으로 아름답고 섬세히 묘사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작품' 이라는 문구가 책 띠지에 적혀 있었는데, 나 또한 읽는 내내 생각했던 부분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키즈의 동아시아적 판타지 로맨스 소설.
딱 그 느낌.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영화 실사화 같은 영상화가 되면 적합하겠다는 생각이다.

💬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동양적 세계관, 그것도 우리의 심청전이 모티브가 된 이야기라는 책 소개에 냉큼 집어 든 이야기.

다양한 판타지 세계관에 진심인 내 기준에서는 그다지 새로울 건 없는 편이었지만 이 이야기가 왜 미국에서 압도적인 아름다움이라며 찬사를 받았는지는 이해가 갔다.

책 소개에 있는 SF(science fiction) 적인 요소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동양적인 배경과 소재 설정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미국 청소년들의 K-컬쳐 기류에 잘 맞아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BTS와 블랙핑크 등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화면에서 보여줬던 전통적인 동양풍 매력이 세계관의 상상력을 극대화하지 않았을까. 거기다 또래의 로맨스라니.

할리퀸 문고에 푹 빠져살던 시기가 있던 이들이라면 특히나 이해할 감성이지 않을까 싶다. 클리셰는 영원한 법이니까~.

거기다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모습보다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거머쥐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자기 주도적인 현대의 여성관에도 거슬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은 해외 작가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어서 그랬을까..
요즘에는 느끼지 못했던 번역의 어색함에 읽기가 꽤나 불편했다. 대화체나 독백 등의 문장은 번역가가, 그 외 설명이나 묘사 부분은 AI 번역기가 번역한 것 같은, 연극의 지시문을 읽는 듯한 어색함이 있어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서평단으로서의 의무감으로 이북을 사서 '듣기'로 완독할 수밖에 없었다.
번역이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다니.
참 아쉬운 점이다. 또한 작가의 < 감사의 말 >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저자의 의도나 배경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정말 < 감사의 말 > 이었던 점도 좀 아쉽다.

흑요석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나
한국 애니메이션 달빛궁궐 같은
찬란하고 다채로운 색채가 가득한 영상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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