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리커버 특별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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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저자 : 정재찬
▫️출판사 : 인플루엔셜

📖
시로 인생을 읊는 ‘시 소믈리에’ 정재찬 교수의 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밥벌이(일), 돌봄(가족),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총 7장으로 구성된,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과 마주 보는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마중물 같은 열네 번의 시 강의.

💬
먹고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 고달프다.
가진 것이 많거나 적거나 힘든 여정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덜컥 한발 내딛는 것조차 겁이 날 때,
가슴속 뭉친 응어리가 맺혀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
참 의외롭게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문장들과
단어 하나, 쉼표 하나가 등을 밀어주고 도닥여주어
넘어진 무릎을 세우고 깊은숨을 토해내 숨통을 트여줄 때가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또한 격동의 사춘기를 보냈다.
나의 사랑스럽고 속 깊은 친구들보다 당시의 나를 위로하고 감싸 안아준 것은 세계명작 시집이었더랬다.
어색하게 번역된 단어들의 나열 속에서
나를 위해 안배된 한 조각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와 위로를 기억한다.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의 저자 정재찬 교수는 < 시를 잊은 그대에게 >를 통해 대중의 곁으로 다가와 시를 통해 듣는 인생론으로 시가 주는 인생의 맛을 전파하는 시 에세이스트다.

그의 시 이야기는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나와 공감하고 위로하듯 등을 도닥도닥 두드리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시가 주는 돌봄을 인생의 길목 한 귀퉁이에서 전해 듣는 기분이 꽤 편안하고 즐거웠다.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곁에 두고 오래오래, 문득문득 찾아보게 될 책이 될 듯하다.

삶이 주는 각종 부담들을 보람으로 가꾸다 보면, 욕망이 지나 소명이 되는 것이 인생 아니더냐고 마음을 다잡는다는 저자의 담담한 시와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
그래서 우리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보람이 있는 일을 찾습니다.아무리 밥벌이라 하더라도 그냥 밥만 벌어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듭니다. 위험합니다. 더럽습니다. 이른바 흙길입니다. 하지만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흙길이 곧 꽃길입니다.

🔖
죽어라 일하는데 죽지는 않고, 그렇다고 일도 줄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도 지쳐 있나요? 그럴 겁니다.
'소금 버는 일'인데 어찌 힘들지 않겠어요.

🔖
아이를 키우며 자란 건 다름 아닌 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모님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늙어버렸네요. 인생은 그렇게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닐는지요.

🔖
아마추어란 단어는 프로보다 못한, 실력이 미숙한 자라는 뜻이 아닙니다. 원래 이 단어의 가장 좋은 뜻은 사랑하는 자, 곧 애호가라는 의미이지요. 바둑이나 조기 축구든, 등산이나 낚시든, 요리나 꽃꽃이든, 뭐든 좋아하는 자는 못 말리는 법입니다.

🔖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그게 낫다."

🔖
인생이란, 살다가 죽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인생에 대한 설명이 단순해져버리는 순간 오히려 삶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역설도 만들어집니다.
✍️
시의 숲에서 인생의 길을 찾아가며
바람의 숨결을 느끼고
향기로운 빛이 묻어나는 사람이 되길 희망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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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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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세리머니 >

▫️저자 : 조우리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50년 가까이 함께 산 두 여자가 부부가 되기 위해 필요한게 뭔지 아세요?"

이 강렬하고도 애처로운 질문이 담긴 문장이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였다. 단지 한 문장이지만, 그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감정이 너무나 격정적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 작은 도시 하주시에서 일하는 벽장 레즈비언 공무원 ‘도선미’와 신규 레즈비언 공무원 ‘이가경’은 정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레즈비언 부부에게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한다. 어느새 혼인신고를 마친 레즈비언은 101쌍에 이르고, 알려진 관광지도 지역 특산품도 없는 하주시는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다.
_출판사 책 소개

책 소개를 보면서 이 책의 장르가 판타지인 건가 잠시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여다본 그 세상은 조금 더 생생하게 현실과 닿아있었다.

🔖아무리 힘주어 눈을 감아도, 눈꺼풀 밖의 빛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둠 너머에서 일렁이는 빛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도 없다. 선미는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걸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깨달았다. 고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건 작은 티끌 하나로도 충분했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대신 어른에게 말할 때는 엄마도 같이 있을게. 엄마가 네 보호자니까."
가경은 엄마가 예전부터 준비해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엄마에게도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있는건 아닐까. 그래서 남겨진 엄마는 다음을 고민하고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엄마와 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어렴풋한 예감이 들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경은 법이 얼마나 완고한 고집불통인지 알게 되었다. 몇 개의 단어만 바꾸면 훨씬 더 좋아질 문장들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거대한 성벽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살아갈수록 맞서 싸우고 물리칠 대상보다 지켜야 할 존재가 더 많아졌다. 아무리 붙잡으려 애써도 사라지는 사람이 계속 생겼다.

🔖"선택할 수 있다는 거,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권력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잖아."

🔖바깥은 몰라도 내부가 이토록 조용한 건 다행이라기 보단 오히려 화가나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겐 온 생애에 걸쳐 간절했던 일이 어디에선가는 무관심 속에 묻힐 뿐이라니.

💬 자신의 내밀한 한 부분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걸, 어린 시절의 무수한 추억을 공유했던 지인들 곁을 모두 떠나버리고 나서야 알게 된 선미가 안타까웠다.

"그거면 돼요."
라고 기도하듯 이야기하는 그들의 중얼거림이 마음에 남아 아린 이야기이기도 했다.
또한, 그걸로 안되겠어요.
"모자라요."라며 기도하는 선미의 당연한 욕구와 욕망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응원하게 되는, 희망가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저 어떤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을 뿐'이라는 문장에서 먹먹한 아쉬움과 뜻 모를 죄스러움이 더해진다.
함께 화를 내고 싶어졌다.
억울해서 아무나 붙들고 막 욕하고 싶다던 그녀들의 울분이 책을 덮은 이후에도 종종 생각나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그 고독과 두려움 안에서 꺼내어진 용기에 승리의 세리머니를 함께 했지만 말이다.

책 여기저기에 묻어 있는 질문과 질문의 답은 결국엔 하나였다.
아주 평범한 존재의 이유이자 증거,
'사랑'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사회이길.
(최소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수같은 이들의 합리화에 빗대는 이들의 주장이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아니길 바란다.)

✍️ 왠지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법한,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라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 이 이야기의 저자 조우리 작가님은 여성, 퀴어,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신다.
처음 그의 작품을 만난 건 리디북스의 우주라이크소설 < 미요와 요미 >였는데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고민과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였다고 기억한다.

이 이야기 역시 문장이나 단어들이 과하지 않고 다소 건조하게 느껴지면서도 감정이나 주제 전달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담담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가로 기억할 듯싶다. 그가 앞으로 할 다른 이야기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오늘의세리머니 #조우리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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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3
더글라스 케네디.조안 스파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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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

▫️글 : 더글라스 케네디
▫️그림 : 조안 스파르
▫️옮긴이 : 조동섭
▫️출판사 : 밝은세상

📖
오로르 시리즈는 오로르와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를 시작으로 처음으로 학교에 간 오로르의 친구 사귀기와 형사 사건 수사 이야기가 담긴 두 번째 이야기 <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 낯선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 까지 벌써 세 번째 책이다.

🔖오로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너를 줄 세우려는 사람이 아주 많이 나타날 거야.
줄에 맞추라는 사람들한테 절대로 굴복하지 마.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야.
그렇지만 후회가 부끄러운 일은 아니야.
후회를 느끼면,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는 각오를 하게 돼. (...) 우리는 남이 어떤 삶을 선택하건 그걸로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돼.
그 선택이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오로르가 말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오로르한테는 오로르만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확실히 있어. 그리고 우리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가 될 거야!

 🔖우리는 자신을 믿어야 해. 닥쳐오는 어려움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뿐이야.

🔖누구나 각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죠.
모두가 특별해요.

💬 오로르는 태블릿으로 대화를 하고
신비한 능력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11살 소녀이다.
자신의 '다름'을 모든 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름'과 특별함, 개성, 고유성과 같은 특성과 다르지 않다고 믿고 스스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음을 믿는 용기 있는 아이다.

자신의 다름을 긍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스스로를 믿는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오로르의 세 번째 이야기는 전작에서 보여주는 감동과 더불어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와 두려움 속에서도 빛나는 오로르의 용기와 긍정 에너지를 보여준다.

오로르의 모습과 에피소스 속에서 생활 곳곳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사회 소수자들을 대하는 편견 가득한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긍정적이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이 아름다운 동화는 누드 사철 제본으로 읽기 편안한 디자인과 색 간지 구성, 위트 있는 삽화와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한 모든 것을 갖춘 이야기책이었다.

✍️ 오로르 시리즈 첫 책을 알고는 있었지만 읽어본 적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시리즈 모두 읽어보게 되었다.
약간의 책태기와 심각한 글태기를 겪고 있는 중에 마음을 울리는 오로르 시리즈로 인해 다시 끄적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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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 픽
이유리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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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이유리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김서해 : 폴터가이스트
▫️김초엽 :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설재인 : 미림 한 스푼
▫️천선란 : 뼈의 기록
▪️출판사 : 자이언트북스

✔️SF 단편 앤솔러지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기획 시리즈 첫 번째

✍️🏻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생각들이 짧은 단편 안에 깊은 이야기를 담고 독자를 사색하게 한다.

장르에 대한 편견이나 취향이 유독 없는 편이어서
작가 특유의 세계관이 담긴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읽기 즐긴다. 특히나 요즘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SF, 판타지 등 독특한 소재들이 뒤엉킨 이야기는 막혀있는 뇌의 한구석에 구멍을 뚫고 새로움을 넣어주는 듯하다.

읽고 마음에 남았던 SF 장르소설들은 단순히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공상과학소설이라기보다는 삶의 본질과 근본에 대한 질문, 철학이 담긴 이야기들이었다.

나의 <테드 창_ 숨>으로 시작된 SF 장르에 대한 관심은
김초엽 작가님과 천선란 작가님의 SF 소설들로 애정 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번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의 작품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는데, 각기 다른 매력과 감정을 담은 짧은 이야기 안에 꽉 찬 감정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부추기고 흔들었다.

🔖밥을 먹으면 설거지를 해야 하고 옷을 입었으면 빨래를 해야 하듯 사랑을 했다면 끝난 자리에 남은 것은 남은 사람이 깨끗이 치워야 하는 것, 그렇다면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이 술픔을 꼭꼭 씹어서 소화시켜야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_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께요/ 이유리

💬  인간의 감정이란 영혼을 담은 주머니가 아닐까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 혹은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란 대체 뭘까요? 그것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한 사람의 뼈를 이루게 되는 걸까요. 그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손끝에 닿는 두툼한 인공 피부의 감촉을 느낄 때면 알 수 있었죠. 아, 이 갈망은 분명 여기 실재하는 것이구나.

🔖녹슬고 싶어요.

_수브다니의 여름휴가/ 김초엽

🔖그런 것들이 인간의 몸에 가장 오래도록 남는다. 인가는 알까? 새긴 문신이 죽어서도 남는다는 걸 알면 멋이라는 대답 대신 더 그럴듯한 대답을 해줄까?

🔖모미는 로비스의 친구다. 모미가 로비스를 그렇게 불러주었기에.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_ 뼈의 기록/ 천선란

💬 죽음과 상실, 본질을 끈질기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오히려 안도와 위로를 느낀다.

자이언트북스에서는 '자이언트 픽 시리즈'로 다양한 장르의 앤솔러지를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매달 첫날, 한 권씩은 안될까나.

@giantbooks_official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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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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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

소설___잇다

▫️저자 : 백신애와 최진영
▫️출판사 : 작가정신

📖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으나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기획된 소설 잇다 시리즈.

기획의도가 참신하고 흥미로워 어떤 구성과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이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찾아보았다.

[근대 작가들을 동시대적인 인물로서 불러내고, 그들이 제시했던 문제 제기를 환기하고 되새기며,
현대 작가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_편집부

✍️ 책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한참 읽어보았다.
머리로 이해한 것과는 다르게 무슨 의미인지는 책을 덮고 나서 마음의 울림으로 알았다.

결코 녹녹치 않은 시대를 온 힘을 다해 파란만장하게 살아간 근대 젊은 지성인 여성이었던 백신애 작가의 이야기는 대대로 이어져오던 여성의 아픔을 관통한다.
당시의 소설 형식들이 다소 그렇듯이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고 시대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그의 소설의 주제들은 100여 년이 지난 현대 소설에서도 자주 다루는 소재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참 씁쓸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제 한 몸만 위하고 제 마음의 자유와 기쁨만을 위한다면 이렇게 미치광이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요."라며 가슴을 치는 여인의 사연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애잔하다.

백신애 작가가 그려낸, 전형적 가부장제 시대상에서 억압받던 여성이 남편의 외도에 미쳐버리면서도 어머니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그리움에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구속적인 가부장제를 탈피하고자 했던 신여성의 호소하는 듯한 모습, 용납되지 않는 욕망을 예술적으로 치환하려는 여성의 모습에서 시대상과 작가가 이야기하고 하는 바를 엿볼 수 있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자꾸 변해 진다고요? 참 잊어버렸군,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찰나가 연장해가는 것이니까 이 순간 아무리 사랑하지마는 다음 순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지요.
그러니까 그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까.


소외된 이들의 정체성에 귀 기울이는 작가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감해지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하는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들춰보면서 사랑이 지닌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본다.

백신애 작가의 사랑에 아파하고 허락받지 못할 사랑을 숨겨야 하는 고통을, 사랑을 믿고 그 가치를 쫓는 최진영 작가가 어떻게 이어나갈지 그의 이야기를 읽기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일상의 고단함과 이유 있는 일상적 두려움을 가진,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20대 여성인 '나_(이정규)'와 타성에 젖은 듯한 다정함 한켠을 품고 있는 40대 여성 '고순희'씨 사이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매혹과 다감이 책은 덮은 지금도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사회에서 바라는 평범함이 아닌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마음을 폄하하지 않고 소중하게 담는 그들의 시선이 참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백신애 작가가 그린 이야기 속 인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최진영의 사랑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사랑'을 응원하는 듯하다.

💬 유명한 작가이지만 최진영 작가의 책을 접한 기회가 없었는데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라는 단편 하나로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름 하나에도 감정이 묻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어떤이에게라도 아무런 편견과 혐오 없이도 사랑이란 것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고 보여주는 작가의 섬세함이 귀하고 다정하게, 위로로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연결하는 구성력과 기획력 또한 돋보이는 책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출간될 [소설_잇다] 시리즈에는 어떤 감동과 감흥이 담겨있을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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