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성 & 젠더 서가 사진을 기대한 분이 혹시 계신다면 죄송한 일이지만, 그걸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앞으로 만들거란 이야기다. 그 첫 신호탄은 바로 이 책.



그동안에도 젠더 서적을 꾸준히 읽어오기는 했지만, 늘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어서 내 오프라인 서가에는 없었다. 여성 & 젠더 서가의 첫 책은 이 책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정희진 선생 젊은 시절에 쓴 『페미니즘의 도전』은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 책을 안 읽고 이 책을 바로 읽어도 상관없으려나?




얼마 전에 전자책으로 구입한 박정훈 기자의 책이다. 박정훈 기자는 페미니스트 남성으로서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관한 의견을 꾸준히 개진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기자다. 인스타그램에서 저자의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글을 예전부터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의 글을 책으로 읽긴 처음이다. 아무래도 나 같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깨우치게 해주려고 쓴 책이겠지. 이틀 전부터 조금씩 읽고 있다.



종이책으로도 팔지만 전자책으로는 무료로 풀어서 (확인해보니 지금도 무료다)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전자책으로 구입했었다. 나도 그 사건이 대단히 충격적이어서 그날 그 사건을 계기로 젠더와 페미니즘에 처음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말이 필요없는 페미니즘의 고전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세계가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힌 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오래전에 전자책으로 사놓고 아직 완독은 못했지만, 읽을 때는 성별 미러링에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고. 




위 사진은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이 중 『형사 박미옥』은 젠더 서적까지는 아니겠지만, 지금보다 더 고루한 젠더 불평등 시대에 최초의 여성 강력계 반장이 된 분의 이야기니 간접적으로는 관련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젠더 서적을 온/오프라인 양쪽으로 좀 적극적으로 구입하고 읽어볼까 한다. 아마 이 다음에 읽을 젠더 서적은 아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알라딘에 담아놓기만 하고 안 읽어봤는데, 서가를 꾸미면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생활이 별로 안정되지 못해서 책을 마음껏 사질 못하는데, 늦어도 내년 중순부터는 (더 일찍 될 수도 있다, 더 늦을 가능성은 없고) 드디어 어느 정도 괜찮은 일자리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 후부터는 집에 있는 서가가 내 관심사의 확장이나 변동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게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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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7쪽의 인용문은 영국 런던 유학 시절에 엄유진 작가에게 조언을 해준 지도 교수 로빈의 말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문자 그대로 그림에 관한 조언이었겠지만, 난 이 말을 인생을 향한 조언으로도 여긴다. 어쩌면 작가도 그렇게 느끼고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경험을 통해 다른 이를 돕거나 배려하는 행위는 앞을 내다보고 주위를 살필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행할 힘이 있어야 가능했다. - P61

이 경험을 통해 다른 이를 돕거나 배려하는 행위는 앞을 내다보고 주위를 살필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행할 힘이 있어야 가능했다. - P79

이 경험을 통해 다른 이를 돕거나 배려하는 행위는 앞을 내다보고 주위를 살필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행할 힘이 있어야 가능했다. - P125

"속도를 늦추고 그림을 그려도 돼. 너무 빨리 그리다보면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놓칠 수 있으니까. 자기가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되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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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은,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시는 분들의 직업을 따스한 시각으로 조명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장점도 많지만) 여러 문제가 많은 우리 사회가 그래도 아직까지는 무너지지 않고, 한편에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부분도 있음은 이런 분들의 무명의 헌신 덕분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이 자신의 직업과 일을 대하는 자세를 보며, 그저 퇴근 시간과 휴일만 기다리기에 급급했던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반성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분들이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인용을 그동안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이번 책 인용은 이게 마지막이다. 책에는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더 상세히 나오니 꼭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조산사가 법에 명시된 것은 무려 1914년(조선총독부령 ‘산파규칙‘). 국내에 조산사 면허를 가진 이는 6000여명. 조산사는 간호사 자격을 지닌 이가 1년간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조산 수습 과정을 거쳐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공식 의료종사자이다. - P135

"사실 우리나라 병원에서 하는 자연 분만은 외국에선 고위험군 산모들에게 취하는 방식이에요. 금식하고 움직이지 말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고. 쉽게 말해 산모가 병원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렇지만 산모는 환자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산모는 환자가 아니거든요. 환자가 아닌, 출산의 주체가 되도록 조력하고 이끄는 게 제 일이죠." - P137

그 시간 동안 산모는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쓰며 출산에 이로운 자세를 찾아 나가야 한다. 자궁이 열리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진통의 유형과 세기, 그리고 그때마다 임신부가 취해야 할 자세나 호흡을 알려준다. 우선 북극곰 자세. 이 자세는 곰이 몸을 엎드려 웅크린 자세로 아기가 하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세라고 했다. 다음은 런지 자세. 이번에는 김수진이 시범을 보인다. 한쪽 무릎을 굽히고 다른 쪽은 쭉 뻗는 이 자세를, 필라테스에서 본 것 같은데. 골반 틀어짐을 잡아줘서 이 또한 출산을 돕는다. 짐볼을 대고 엎드리거나, 배우자와 등을 맞대어 기대는 동작도 권한다. - P138

그가 해야 하는 것은 출산 과정 전반을 살피고 판단하는 일이다. 조산사는 의료진이니까. 김수진은 산모가 의료체계 안에 갇히지 않고 출산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돕지만, 한순간도 의료진의 위치를 놓지 않는다. 출산은 매 순간 판단이 필요한 일이다. 의료적 개입의 시점을 파악하는 것 또한 조산사의 일이다. 동시에 산모를 믿는다. - P141

아기 머리가 보이는 순간부터 조산사는 산모 발치에서 쪼그러 앉아 꼼짝하지 않고 기다린다. 길면 한두 시간도 걸린다. 어깨가 굳는다. 허리도 당연히 아프다. 하지만 침대를 박박 긁으며 통증을 참는 산모를 앞에 두고 제 몸의 통증을 느낄 새가 없다. 뜨개질을 하는 산파 이야기를 했지만, 그 산파의 눈은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 P144

수업 때 김수진은 산모(와 그 가족)에게 작은 것 하나조차 꼼꼼히 일러두었는데 출산 직전 언제 병원으로 출발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이었다. ‘몇 분 간격으로 통증이 오면 자궁이 몇 센티가 열린 것이니, 조금 더 기다려도 된다. 통증이 몇 분 안쪽으로 잦아졌을 때 출발을 하면 된다.‘ - P147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는 것. 통증 정도와 관계 없이, 언제든지. 이 말을 듣는 데 산모도 아닌 내가 다 든든하더라. 하지만 그때문에 그가 자면서도 귀를 열어둘 줄은 몰랐다. 잠을 깊게 들 수 없다. 개인 약속도 잡지 않는다. 한 달에 열흘 넘게 밤을 새운다. - P150

산모가 출산의 주체라는 말은 분만의 순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산사는 임신부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출산 계획을 세우도록 조력한다.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에서 산모의 결정권을 존중하되, 그 판단은 의료적 지식과 임신부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배움과 숙련이 쌓여간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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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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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내가 되고, 내가 일이 된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베테랑, 좀 더 오래된 말로는 ‘장인(匠人)‘과 비슷한 뜻이려나. 이 책에서 다룬 직업들은 세공사·조리사·로프공·어부·안마사·마필관리사·식자공·세신사·수어통역사·일러스트레이터·조산사·배우로 13명의 베테랑이 나온다.

베테랑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단순히 한 분야에서 물리적인 시간을 오래 보낸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창 시절에 배운 ‘방망이 깎는 노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방망이를 빨리 만들어달라는 주인공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듯 노인 자신만의 기준으로 최고의 완성품을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 (그게 수필이었는지 소설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랫동안 노동과 직업병 문제를 다루어온 르포 작가 희정은,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몸의 관점에서 베테랑들의 일과 삶을 들여다보며, 책의 프롤로그에서 말한다. 노동이라는 것은 냉정해서 어떤 성과나 기술도 대가 없이 내주지 않았다고.

그것은 신체적인 고질병이다. 어떤 직업이든 직업병은 다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육체 노동인데 열악한 노동 조건 탓에 몸을 돌볼 여력이 없다 보니 그 문제는 더 심화된다. 그럼에도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성실히 살아온 베테랑들에게 저자는 귀를 기울인다.

세월히 흘러 전업이 생기고 일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서, 그때 나를 놀라게 한 자부심이 놀랍도록 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 회사에서 받은 부당함을 토로하다가도 "이 직업을 유지하는 데는 어떤 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가요?" 라고 물으면, 표정이 슬며시 밝아졌다. - P8

자신을 최고라 자칭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저마다 최선을 다하여 지키는 선이 있다. 고객 앞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은 없게 하고 싶었다. 망망대해 어디서든 빈 그물로 오는 일이 없는 자신을 믿었다. 수십 미터 하늘 위에서 목숨은 하나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가 그런 사람이지. 수저를 가지런히 놓는 자부심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 P10

노동이라는 것은 냉정하여 무엇이건 지키고자 한다면 몸을 움직여야 했다. 찰나의 성과도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기술도 대가 없이 내주지 않았다. 시간을 내놓은 베테랑들은 둥근 달과 함께 퇴근해야 했고, 굳은 살이 박혀야 했고, 눈물을 머금어야 했고, 살이 벗겨져야 했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오래 한자리에 붙박였다. - P11

"나뭇결을 헤아리며 거기에서 자기 인생을 읽는 사람이 목수이고, 철 덩어리가 어디가 아픈지 귀를 열다가 문득 거기서 세상 목소리를 찾는 사람이 엔지니어라고 생각하고 산다." 해도 티가 안 나는 그림자 노동 같은 일을 두고 "문지르고 닦다 보면 내 마음도 닦인다는 말을 좋아한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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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3-11-1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보니 리뷰는 아니고 간략한 책 소개 정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