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꾸준하게 > 한국 최초의 스웨덴 유학파 최영숙

2년 전 읽은 책 공유. 한국인 최초의 스웨덴 유학파 최영숙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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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특집 주간으로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들! 『규방의 미친 여자들』은 이번 특집 독서 주간을 위해 알라딘에서 주문했더니, 딱 정확하게 여성의 날 당일인 어제 책이 도착했다. 일부러 딱 맞추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배송 지연으로 날짜가 딱 맞아떨어졌다. 북플에서 거의 매일 독보적 '읽고, 걷고, 기록하기'를 입력하고 있는데, 스탬프 환전을 오랫동안 안했더니 9천개가 넘게 쌓인 스탬프를 환전하고 거기에 4천점이 넘게 쌓인 마일리지를 합치니 적립금이 제법 많았다. 거기에 조금만 내 현금을 보태니 책 한 권 값이 나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저 걷고 책만 읽었을 뿐인데 책값이 나오다니! 이거 정말 좋은 시스템이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해서 산 책이 바로 아래 책!





『규방의 미친 여자들』은 우리 고전 소설 속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바리데기, 춘향전, 심청전, 운영전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도 있지만, 좀처럼 접해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비범하기로는 남성 영웅들 못지 않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성 영웅들은 짊어지지 않았던 제약을 이겨야내야 했던 그들의 고충도 보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이지만, 단순히 권선징악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을 젠더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내 시야가 더 넓어질 것 같다. 저자가 책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고전은 《방한림전》이라는 낯선 작품이다. 전혜진 작가는 '혈연을 뛰어넘은 대안가족을 상상하다'라는 소제목으로 운을 띄웠는데, 마지막 소설이 제일 기대가 된다. '대안가족'이라니! 지금도 어려운데, 조선시대에 가부장적 가족 말고 다른 가족을 상상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던가!  


다시 말해 우리 역사 속 여성 영웅들은 어떤 식으로든 당대 여성들의 꿈을 형상화한 존재였다. 이 관점에서 여성 영웅이란 남성들을 중심으로 하는 영웅 서사의 아류가 아니라, 당대 여성들이 겪었던 현실과 여성의 소망을 담는 개념이 된다. (5쪽)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남성 주인공과는 달랐다. 이들이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남장을 하고 성별을 감추어야 했다.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부모들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에 꽁꽁 묶여 있기도 했다. 남성 영웅들이 수많은 여성들의 흠모를 받으며 영웅호색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고 다니는 동안, "사랑하면 파멸하리라"는 신탁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아탈란타처럼 단 한 번의 사랑에 대해서도 혹독한 책임을 감수해야만 했다. 성공한 뒤에도 여성임이 밝혀지자마자 그동안의 모든 영웅적인 업적이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자라는 사실만이 문제가 돼 뮈당하고, 혼인을 강요당했다. 마치 우리의 주인공이 그저 결혼을 잘하기 위해 그 모든 영웅적인 일들을 해내기라도 했던 것처럼. (6쪽)



일제강점기 시기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심훈 작가가 쓴 책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손때가 다 타도록 거의 20년 넘게 계속해서 읽었던 책인데, 애석하게도 몇 년 전에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샀다. 이번에 산 건 아니고 몇 년 됐다. 『상록수』를 출간한 출판사들이 많지만, 어릴 때부터 혜원출판사에서 나온 이 판본이 익숙해서 똑같은 책을 다시 샀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표지도 안 바뀌고 그대로라서 반가웠다. 『상록수』에 나오는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그들의 단단하고 건강한 정신과 헌신성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 책을 수없이 읽으면서도 나는 그때마다 이들에게 반하고 만다. 


심훈의『상록수』는 1935년부터 1936년까지 동아일보에 게재된 신문 연재 소설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 작품을 책으로 만나고 있으나, 작가인 심훈은 책으로 출간을 준비하던 중 급성 장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소설이 정말 놀라운 점은 저자가 채영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1930년대에, 여성 작가도 아니고 남성 작가가 쓴 소설에서 이토록 주체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하다니! 심훈은 어쩌면 당대의 페미니스트가 아니었을지도.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고리타분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일까.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부족한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1930년대에 나온 작품이니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 생각한다. 물론, 『상록수』는 농촌 계몽운동을 다룬 소설이고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겠지만, 작품 속 채영신의 생각과 언행, 그를 묘사하는 방식만으로도 '여성의 날' 특집 주간에 들어갈 자격이 있지 않을까.



상록수만큼 내 곁에 오래 있었던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세번은 정독한 책, 조선시대의 여성 작가 '허난설헌'의 고단하고 슬픈 삶을 다룬 책이다. 짧은 생애를 살다갔지만, 사후에는 조선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까지 명성이 높았다는 허난설헌. 오늘날이라면 대성한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그의 짧고 힘겨운 삶이 서글프다. 그나마 시집 가기 전까진 친정에서 사랑을 받고 살았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여성이기에 속박된 삶을 살아야 했던 난설헌. 오늘날 한강 작가, 김은희 작가 등이 한국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눈물나도록 기뻐했을 테다. 아래는 나중에 사거나 빌려보려고 담아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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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꾸준하게 > 인간의 뇌와 젠더

‘여성의 날‘을 맞아 2년 전에 읽은 책을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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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대체휴일에 하루를 덧붙인 나흘간의 장기 휴가. 오늘은 그 첫날로, 간만에 바쁜 휴일을 보냈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양산 평산 책방에 갔다. 시골마을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대중교통으로 가긴 어려워서, 직접 운전해서 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들어서 알려진 평산책방. 왜 책방 이름이 평산인지는 오늘 가서 알게 됐다. 이유는 책방이 평산마을에 있어서인 것 같았다.

여기에 가는 걸 벼르고 별렀던 이유가 문재인 개인을 지지해서는 아니다. 정치인 시절이나 지금이나 딱히 그의 지지자도 아니기도 하고. 난 원래 타 지역에 있는 책방을 구경하는 게 취미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주인장으로 있는 곳이다 보니 관심이 갈 뿐. 아마 박근혜나 이명박이 책방을 연다고 해도 가볼 것 같다. 책방은 그저 책방일 뿐이니까. 여기에 가서 책방지기를 만난 분도 있던데 내가 갔을 땐 없었다.

주차는 평산마을 경로당에 했는데, 경로당까지 가는 도중 길에 탄핵을 반대하는 부스(?) 같은 곳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성조기랑 태극기도 묶음으로. 어쨌든 주차를 해두고 책방에 갔다. 근처에는 문재인의 사저가 있는듯했다.







아무래도 유명 인사가 운영하다 보니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문재인이 귀향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일까. 대통령의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본인의 고향에 돌아와서, 그곳의 지역 경제에 보탬을 주는 일도 괜찮은 것 같다.

엄중한 경비를 받으며 외롭게 퇴임 후 여생을 보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다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 거물이 사는 곳이다 보니 정치적인 시위가 벌어진다든가 해서 시끄러운 문제는 생기겠지만.) 물론 이는 전직 대통령들의 고향이 시골일 때만 가능한 일일 테다.

아무튼, 처음 간 책방에서는 무조건 책을 사 오는 게 미덕이라 믿기에 난 오늘도 책을 샀다. 이제 그만 사고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커피도 있길래 ‘토리라떼‘라고 여기에서만 판다는 커피도 샀다. 문재인 씨가 키우는 개 중의 하나가 토리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마 그 이름과 생김새를 딴 게 맞을 테다.





그리고 집까지 다시 50킬로를 넘게 운전해서 왔다가 친구랑 약속 잡고 다시 30킬로 정도를 가서 친구랑 별다방에서 수다를 떨다가 돌아왔다. 무려 도합 왕복 160킬로... 휴일이 길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넘쳐서, 오랜만에 일정이 꽉 찬 하루였다. 아래는 오늘 산 책들. 책 소개는 나중에 읽게 되면 차차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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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주인 15
시노하라 우미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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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아오이 도서관‘을 주 무대로 펼쳐지는 만화다. 만화 속 타치아오이 도서관은 코테가와 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코테가와 아오이의 개인 재산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설 어린이 도서관이다. 재미나게도, 난 이 작품을 어린이 도서관에서 읽었다. 타치아오이처럼 어린이책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타치아오이의 사서들처럼 나 역시 책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는 것을 꿈꿨다. 단순히 꿈만 꾼 게 아니라 일정 부분 실현하기도 했다. 도서관에선 대학 때 근로학생으로, 졸업한 후에선 지역 책방에서 직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짧은 기간이었으나 난 꿈을 조금이나마 이룬 셈이다.

『도서관의 주인』의 배경인 타치아오이 도서관은 특별하다. 단순히 책을 대출하고 열람을 한다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가 아닌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 도서관의 오너에게도, 사서들에게도, 이용객인 어린이들이나 성인들에게도. 그 어떤 것이 뭔지를 미리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직접 읽고 찾아보시기를.

이 책을 읽으며, 도서관과 사서의 존재 의의를 되새기게 됐다. 그리고 어릴 때 읽은 동화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책들이 있지만, 내가 생물학적으로 성인이라고 하여 굳이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타이틀을 내걸지 않은 동화도 충분히 깊은 의미를 지녔으니까. 그걸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배웠다.

사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도 결국은 대부분 어른들이 쓰는 거니까. 카카페에도 올라와있던데, 언젠가 다시 처음부터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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