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의 선거대의제 체제를 가리켜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만큼 잘못된 일은 없다. 이 부적절한 명칭(혹은 환상)은 1800년경부터 사회 일반에 정착되기 시작했는데, 실은 그 전까지 선거대의제는 민주주의와 정반대의 것을 뜻한다고 인식되고 있었다. 원래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다음의 세 가지 방식으로 통치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뜻했다. 즉 특정 안건에 대해서 혹은 공직자 임명에 대해서 직접 투표하여 결정하는 것, 스스로 비상근 공무원으로서 복무하는 것, 그리고 추첨으로 선발된 기관(예를 들면 배심원)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참여의 실천들은 모두 선거대의제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 P14
선거를 통해서 구성된 정부는, 민주정이 아니라 ‘과두정‘이라고 인식되었다. 과두정은 ‘민중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소수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그 차이는 명백하면서도 기초적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통치하고자 한다면, 그 일이 부담스러운 일일지언정 우리 자신이 통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곧 민주주의가 아니다. - P14
‘민주적 대의제‘에서 정당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은 상당히 명백하다. 대표자들은 더이상 민중을 대리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권력자들을 위해서 민중과 교섭하는 사람들이다. 유권자들은 물론 정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원한다면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후보자들이 정당 인식표를 달고 있지 않는 한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유권자들이 제대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 P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