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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김재진 지음 / 김영사 / 2020년 11월
평점 :

저자의 연륜이 묻어나는 책이였다.
단어 하나 하나의 표현들도 묵직하면서도 깊이 있게 느껴졌다.
한장한장 넘기다보면 잔잔한 삶의 무게도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오랜 투병생활 끝에 떠나보낸 어머니 이야기는 마음이 아려왔다.
문득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떠올라서 였을까.
어린시절 해마다 시골에 놀러가면 항상 우리를 반겨주는 할머니가 계셨다.
농사를 지으시던 할머니는 쌈짓돈을 모아 용돈하라며 내 주머니에 항상 챙겨 넣어 주셨다.
그런 할머니가 나에겐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은 존재였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다 이루어 주셨다.
그러던 어느날 속이 좋지 않다며 병원을 다녀 온 뒤로 앓아 누으셨다.
이후 상태가 더 심각해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췌장암4기 진단을 받았다.
진단 받고 6개월만에 할머니를 떠나 보내야만 했다.
그때 내 나이 14살.
항상 받기만하고 어리광만 피우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린나이도 아니였던 것 같은데.
나중에 더 커서 어른 되면 할머니 모시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다니고 호강시켜드린다고 했었는데.
말만하고 실행에 옮길 수 조차 없어져 버렸다.
그 흔한 "할머니, 사랑해요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말 한마디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데.
그래서 였을까.
한동안 할머니는 내 꿈에 나타나선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밥먹으라고 손짓하는 꿈을 꿨다
나를 너무 사랑해서 데려가려는 꿈이라고.
절대 그 음식들을 먹으러가면 안됀다고 어른들이 말했다.
할머니도 나에게 듣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였을까.
꿈속에 자주 찾아와서 나를 불렀지만,
나는 갈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그땐 왜그렇게 쑥스럽고 하기 힘든 말이였을까.
[꽃은 지고 나면 다음 해에 또 피지만, 사람은 가고 나면 돌아올 줄 모른다.] p.69
이 문장이 왜 이렇게 가슴 한쪽을 찌르듯이 아프게 하는지.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 숨어있던 할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못한 후회가 밀려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