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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평점 :
✔️ <링>을 넘어선 새로운 공포가 인류의 심장을 겨눈다
✔️ 무기력이 끝으로 치달았을때 비로소 섬뜩함이 등 뒤를 타고 내려온다
✔️ 책의 마지막장을 읽고 표지를 봤을때 <유비쿼터스>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에필로그를 반드시 읽을것!
가치를 가장 무가치하게 만들다-스즈키 고지의 작품을 읽고 가장 먼저 쓴 한 문장이다. 평범한 인간의 일상이, 그들의 삶이, 세상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 즐거움, 기쁨조차 꿈꿀 수 없게 만든다. 귀신이 나오고, 잔인한 살인마가 튀어나오지 않아도 그의 소설이 호러 스릴러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즈키 고지의 소설은 '무자비하다.' 희망도 없어서 절망도 당연해진다. 그래서 단순히 머리칼이 쭈뼛서는 찰나의 공포가 아니라 모든것이 무너진, 대안조차 없다는 무기력함에 한기가 느껴진다.
보이니치 필사본과 소설 『유비쿼터스』는 닮았다. 두서없어보이고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들지만, 사실은 상당히 정교하고 체계적이다. (보이니치는 여전히 해독중이지만, 그 속에 규칙이 있음을 발견)
작품은 촘촘히 어둡고 절망의 구렁텅이지만, 곳곳에 작은 환기가 될 만한 에피소드와 캐릭터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의 후기를 보면 진지한 듯 피식 웃음이 새나오는 부분이 있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 아래에 미지의 미생물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나는 남극 얼음으로 희석한 위스키를 여러 잔 마시며 태곳적의 낭만을 음미했다. 지금까지 뭄에 좋지 않은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량이 늘어나는 이상 체질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미지의 미생물이 내 체세포에 기생한 덕분일까?
문송한 사람이라(문과라 죄송합니다) 과학, 천문, 수학 등 학문에 문외하다. 유비쿼터스에 대해 개요만 알고 책을 들었고 과학 개론이 연달아 나와도 거부감없이 읽었다. 이는 독자를 배려해 작품의 흐름에 최소한 개입하고, 이를 쉽게 풀어 쓴 덕분이다.
/ p.211
각 항목의 오른쪽에는 기준치와 환자의 수치가 함께 적혀 있었다. 기준치보다 낮은 수치는 L, 높은 수치는 H로 표시되는데, 훑어본 결과 란의 검사 결과에 L과 H표시는 거의 없었다. 정상 수치 일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용혈과 황달 항목에 체크가 되어 있어서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바였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