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 독서법 인터뷰 

     민영진 목사 약력

 

1940년 출생

2003년 창조문예 시부문 등단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신학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신학석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철학박사)

감신대학교 교수 역임.

현) 재단법인 대한성서공회 총무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던 청소년기


재단법인 대한성서공회 총무 민영진 목사.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감신대학교 교수로 17년간 후학들을 가르쳤고 대한성서공회에서 번역담당 부총무로 일하다가 2006년 현재 대한성서공회 총무로 4년째 봉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성서공회연합회 학문용 성서 편집위원, 아시아태평양지역 몽골성서 번역 고문, 불교권 독자를 위한 해설성서 집필위원이다. 그는 용두동 감리교회(김한옥 목사)의 소속목사이기도 하다.


목회자(부친 민영호 목사)의 자녀로 성장한 그는 중학교 때 문예반장을 했고, 당시 학교에 마련된 2, 3백 권의 학급문고와 선생님의 추천도서를 열심히 읽었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책이 귀하던 시절이라 손에 닿는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다보니, 중학교 2학년 때 <청춘극장>같은 책도 접하였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그는 부친이 읽었던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읽었고, 대학 시절에는 토머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으며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대학교 시절, 철학을 강의하시던 한 교수님으로부터 <고백록>의 허구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얼마 동안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이나 고백록은 독자가 저자에 대해 실망할만한 내용을 넣지 않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기록이 아니라는 한 교수의 생각이 그에게 영향을 미쳐서, 다른 고백록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백록>을 이야기하던 중, 민 박사는 미국 아퀴나스 신학대학에서 공부한 친구 선한용 박사(전 감신대 조직신학 교수)가 번역한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를 추천해 주었다(선한용 박사는 그 외에도 <성 어거스틴의 기도>를 편역하였고, <시간과 영원>을 썼다. 신학교 2학년 때부터 어거스틴 사상에 심취한 선 박사는 평생 어거스틴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 박사는 대학생 시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家)의 형제들> 같은 장편소설들을 읽었고, 신정통주의 신학자로 분류되는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의 <조직신학>을 탐독했다. 그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제기한 문제를 틸리히도 그의 조직신학에서 다루었다. 나는 총신대학교 대학원 시절에 박아론 박사의 지도를 받으며 한 학기 동안 폴 틸리히를 공부한 적이 있어서, 민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10여 년 전 읽었던 틸리히의 글들에서 받은 인상을 떠올렸다. 당시에 나는 한 한기를 끝내면서 폴 틸리히에 관한 소논문을 학기말 리포트(term paper)로 제출한 적이 있었다. 비록 틸리히의 신학적 사고의 틀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철학적 신학’으로 불리는 그의 접근 방식과 학문적 독특함은 흥미를 끌만하였다.


민 박사가 신학대학에서 공부할 때였다. 교과서나 참고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도서구입비를 아버지에게 청구한 적이 있었다. 아마 살림이 넉넉했더라면 사랑하는 자식이 돈 좀 달라는데, 그것도 공부하기 위해 책을 산다는데 선뜻 내줄지언정 야단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골 교회 목회자였던 아버지는 현금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뜸 아들에게 한다는 말이, “신학을 공부하면 성경 책 하나만 있으면 되지, 달리 무슨 책들이 그렇게 필요하냐? 다른 책들이야 다 한 번 보고 나면 그만인데, 그런 책들은 도서관에 가서 보면 되지 않느냐? 돈 없다. 이거(도서구입 명세서) 치워라!”


민영진 학생은 매우 섭섭했다고 한다. “시골 교회 목회자가 무식해서 그런다고 생각했지요.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렀네요. 책 많이 읽었고 개인서재 장서도 한 때 4천 권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른 책들 그 수많은 원서들 다들 내 옆을 지나갔고, 그 때 그 때마다 내게 하루 세끼 밥처럼 나를 살려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책들은 다들 지나가 버리고, 어느 신설 신학대학원 도서실에 기증했습니다, 아직도 내 옆에 남아 있는 책은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전서>와 국어사전을 포함한 몇몇 어학 사전들입니다.”


나는 민 박사에게 ‘내 삶을 바꾼 책,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준 책’이 있었는지 물었다.

“목사님께서는 지금 ‘제 삶을 바꾼 책’,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준 책’을 물으셨습니다만, 저는 요람에서 임종 때까지 내 옆에서 계속해서 말해주고 내가 대답하는 상호의사소통이 가능한 책들 중에서 그 중 으뜸은 <성경전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런 책을 말하면서 국어사전을 포함한 몇몇 외국어 낱말 사전을 언급한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낱말이 사람을 바꾸거든요.”

하지만 그에게도 영향을 준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친구 서인석 교수(전 서강대 총장)의 저서를 통해 구조주의 성서해석에 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성서 해석에 있어서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주의라는 해석의 방법론을 사용하니 문학과 성서가 다르게 보였다고 한다.

구조주의와 함께 독자비평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민 박사는 지난 세기 역사적 비평적 성서연구방법론의 공헌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방법론이 ‘저자의 의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어떤 문서는 저자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독자에게는 저자의 의도보다는 의도 외의 저자의 모든 말도 독자에게 큰 뜻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민 박사는 그가 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민 박사는 그가 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내가 보낸 편지를 성경 갈피에 북마크(bookmark)처럼 넣어두셨죠. 어머니는 그 편지가 닳을 때까지 보고 또 보셨습니다. 그 편지에는 처음과 끝에 의례적인 인사말이 있고 그 밖의 전하는 소식들이 있지만, 주된 주제는 하숙비를 보내달라는 거지요.” 민 박사는 편지를 예로 들어 아주 단순하게 구조주의의 일면을 설명하려고 한 듯 하다.


      시(詩)의 세계를 즐기는 민영진 총무


민 목사에게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 물어보자, 뜻밖의 좋은 책과 러시아의 시인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지금 한참 읽고 있는 책을 말씀드려도 됩니까? 책이라기보다는 분야인데요. 내 친구 한 사람이 오래 전에 나에게 선물로 준 책인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읽지 않고 서가에 꽂아두기만 한 책이었는데, 그 친구가 그 책을 나에게 선물했을 때는 내가 마땅히 읽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거나 자기가 읽고 감명을 받은 책이거나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금년 초에 중국을 두 주 동안 공무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이 책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 책은 도서출판 열린 책들에서 1994년에 출간한 <시의 이해와 분석>(로뜨만·무까르조프스끼 외/ 조주관 편역)이다(동구 및 러시아의 현대시론과 시 분석 논문 중 주요작품을 묶은 연구서인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의 제1부는 시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기초정보를 알려주는 이론적인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특성이나 본질에 대한 글들, 그리고 시인과 시어에 대한 독특한 이론과 러시아 시인들의 시작품에 대한 문학비평가들의 논문을 수록했다. 제2부는 실제 시 텍스트를 분석해 놓은 슬라브 문학연구가들의 논문들이 실려 있다).

민 박사는 이 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두 사람의 러시아의 시인을 소개해 주었다. “이 책은 쉬또젤라찌 총서 6번인데, 러시아 시에 관한 논문 모음입니다. 특히 러시아의 두 시인 알렉산드르 블로끄와 안나 마흐마또바1)에 관한 글들은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들었습니다. 두 시인이 다 소돔과 관련된 시를 썼습니다. 흥미 있는 것은 도스또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에 나타난 한 등장인물의 소돔에 관한 언급이 이 두 시인의 소돔에 관한 시를 해석하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알렉산드르 블로끄의 ‘뮤즈에게’, 도스도예프스끼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그리고 안나 아흐마또바(Anna Akhmatova, 1889-1966)의 ‘롯의 아내’를 연관시킨 것이 흥미 있었습니다.”

“시 ‘롯의 아내’는 롯에 대한 여성적 시각이 반영된 시입니다. 미처 몰랐던 것을 배웠습니다. 그녀가 살던 소돔, 그 집을 떠나면서, 그 마을 그 집을 뒤돌아보지 말라던 천사의 말을 거역한 것의 의미를 이제부터라도 명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시 ‘롯의 아내’ 전문은 아래와 같다:


      롯의 아내2)


               안나 아흐마또바


의로운 자는 어두운 산길을 따라

거대하게 빛나는 신의 천사를 뒤따라 간다

그러나 아내에게 불안의 소리가 들린다:

<늦지 않았다. 당신은 아직 돌아 볼 수 있다.

고향 소돔의 붉은 탑과

당신이 노래 부르던 광장과, 뛰놀던 뜰과

사랑하는 남편의 아이를 낳은 곳

그 커다란 집의 텅 빈 창문을>


그녀가 얼핏 뒤돌아보자, 죽음의 고통으로

두 눈은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몸뚱이는 투명한 소금 기둥이 되고

민첩하던 두 발은 땅에 박혀 버렸다


누가 이 여인을 위해 슬퍼할까

조금이나마 그녀의 상실감을 생각해 줄 이 누구인가

내 마음만은 잊을 수 없다

순간의 시선에 삶을 바친 그녀를


민 박사는 아흐마또바의 시 ‘롯의 아내’에서 다음의 구절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누가 이 여인을 위해 슬퍼할까?

조금이나마 그녀의 상실감을 생각해 줄 이 누구인가?

내 마음만은 잊을 수 없다.

순간의 시선에 삶을 바친 그녀를


“앞으로 이 여성 시인이 준 충격은 나의 사고에 줄곧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터넷에 들어가 러시아 시인들을 찾기 시작했고, 특히 뿌쉬낀과 블로끄와 아흐마또바가 지금 내게 많은 말을 걸어오고 있고 나도 그들이 제기한 많은 질문에 대답할 답변을 궁리하고 있고, 그들의 시를 읽으면서 벌써 나는 내가 지은 습작 시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어떤 것은 대폭적으로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거나 하고 있습니다.”

민 박사에 따르면, 아흐마또바는 스탈린 치하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외국의 시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놀라운 것은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의 시조 10여 수를 러시아어로 소개하였다는 사실이다.


사실 민 박사는 월간 창조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그의 독특한 설교 메시지처럼 그의 시도 개성이 강하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

심사위원이었던 황금찬 시인과 이성교 시인은 ‘심령을 새롭게 해주는 감동의 시’라는 추천평에서 그의 시를 다음과 같이 높이 평가했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시 창작이 그 대표적인 작업이다.

여기 소개하는 민영진님은 오랫동안 시의 터를 닦아온 분이다. 먼 하늘에 시의 세계를 걸어놓고 그것을 바라보며 먼저 신학을 해온 분이며, 실제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고 그것을 오랫동안 시로 표현해 온 분이다. 그래서 시가 한결 속 있는 알맹이로 돋보인다. 그것이 바로 여기 수작으로 추천하는 시편들이다.

작품 「자계리」는 작자가 6.25때 피란을 가 있었던 마을을 회상하며 쓴 시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비교적 밝게 떠올린 작품이다. 이 작품과 연계하여 「자계리의 어머니」도 정경의 세계와 다른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끝까지 상상력을 동원한 감동의 작품이다.

「파도타기」, 「문신」 같은 작품은 그의 본 바탕대로 신앙이 뒷받침되어 있다. ‘파도타기’를 <하나님과 장난치며 노는 것>이라든가 ‘문신’을 지은 죄와 연결하여 옷 입는 것에 비유하였다. 3연에서 <문신을 감추려고/옷을 입고 덧입고 살아왔지만/이제는 죄 없는 것 보이려고/속 훤히 비치는 옷 입고 삽니다>같은 것이 그 좋은 예다.

그의 시 표현으로 보아 그의 호흡은 대체로 길다. 그만큼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서술에 있어서 산문체로 되어 있는 것이 많이 눈에 띈다. 이때까지 정신적으로 메마른 어떤 형식, 실험성만을 쫓아가던 우리 시단에 민영진님의 시는 우리의 심령을 새롭게 해줄 좋은 세계를 많이 보여줄 것이다”(월간 창조문예 2003년 8월호).


민 박사는 독서법에 대한 질문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특별한 것 없습니다. 나를 사로잡는 책이 아니면 못 읽지요. 나를 사로잡는 책이라고 하면 독서삼매경에 들어가게 되지요. 구조주의문학 관련 책을 읽는데 거기에서 누군가가 말했더군요. ‘독서는 곧 글쓰기’라고 <노하우>가 있다면 읽으면서 쓰는 것이지요. 저자와의 상호의사소통이지요.”

문제에 부딪혔을 때 특별히 책에서 대안을 찾았던 경우가 있는지를 묻자 민영진 총무는 박사는 솔직한 답을 주셨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렇지요. 그럴 때 특히 남들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는 지 지혜를 배우고 싶지요. 나를 늘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새 길을 제시한 이들은 여러 방면에 산재해 있습니다. 하다못해 TV나 신문이나 잡지 광고의 어떤 문구나 그림이나 색채가 난국타개의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동서고금의 시인들에게 크게 기대는  편입니다. 왜, 젊은 날 실연당하거나 하면 연애시들이 굉장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말씀드릴까요? 특히 서구 시인들에게서 그들의 작품에 성경이 형식으로나 내용으로 깊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 때문에 기독교적인 시인에게서는 물론이려니와 반기독교적인 시인들, 예를 들면, 로트레아몽(Comte de Lautreamont)3)이나 랭보(Arthur Rimbaud)4) 같은 시인들에게서도 저는 성경을 다시 읽는 계기를 발견합니다.”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베스트 5를 부탁드렸으나, 민 목사는 베스트 5가 대단히 상대적이라고 답했다. 대신 1) 남들이 권하는 책, 2) 우리말이나 외국어로 쓰인 것 중에서 번역의 대상이 되는 책, 3) 각 종교의 경전, 4) 친구, 스승, 가족이 쓴 책, 그리고 5) 국어사전을 추천했다.


민 목사는 책을 읽을 때 책 여백에 많이 기록하는 스타일이다. 대학에서 강의하기 시작하면서 독서 카드에 제목을 붙여 정리하였다. 지금은 노트북에 독서 자료를 정리하고 저장한다. 노트북이 독서와 글쓰기 환경을 바꾸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매체의 변화가 독서 환경을 바꾼다는 것이다.


민 박사는 책의 세계를 아는 독자이다. 그는 칼 바르트가 그의 <교회교의학>에서 언급한 말을 인용했다: "나의 책은 선배들이 한 말의 각주(脚註)에 불과하다."  그는 질문자가 다르면 같은 책이라도 새롭게 연구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의 한 노교수가 20대에 요절한 한 영국 시인의 작품을 70평생 연구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또한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랭보(Rimbaud, 1854-1891)가 비록 반기독교적 시인이지만, 그의 시가 때로는 기독교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 목사에게는 책을 읽는 장소와 시간이 따로 없다. “모든 공간 모든 시간이 독서에 활용됩니다. 그러므로 독서를 위한 성별된 공간이나 시간은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글을 쓰는 시공이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서를 읽는 기쁨을 누리라


나는 마지막 질문을 민 박사에게 던졌다. “그리스도인이 변화되고 성숙하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꾸준한 독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서에 대한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문우답(賢問愚答) 하나 하지요. 일반 신도들 중에는 성경이 좋다는 것 알면서도 못 읽는 사람이 있고, 또 성경을 학자처럼 거창하게 연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다 좋습니다. 78세로 고인이 되신 제 어머니 보니까 평생 성경만 읽으시는데, 사실 어떤 내용을 물으면 모르시더라고요. 그냥 읽는 것 자체가 즐겁고 기뻐서 읽는다는 것입니다. 몽골의 라마교 사원에 들렸을 때 사원 주변으로 돌아가는 바퀴들이 세워져 있는데 신도들이 손바닥으로 그 원기둥처럼 생긴 바퀴를 돌리니까 휙 휙 돌아가더군요. 기도바퀴라고 하더군요. 또 어떤 사람들 설명은 어렵고 긴 경전을 신도들이 다 못 읽으니까 여기 와서 저 수많은 바퀴들을 돌리면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 하나씩 읽는 것으로 처 준다는 것입니다. 글을 몰라서 못 읽거나 시력이 약해져서 못 읽는 이들은 다른 이들이 읽어줄 때 듣는 형식으로 읽지요. 또 어떤 신도들은 성경 통독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성경을 노트에다가 옮겨 적는 일을 하더군요. 감동적이랍니다. 또 어떤 이들은 성경을 잘 읽진 못해도 평생 가슴에 껴안고 교회에 다니기도 합니다. 저는 일반 신도에게 독경에 대해서 좀 너그러운 편입니다. 자기가 읽는 것은 독경(讀經), 다른 사람이 큰 소리로 읽는 것 듣는 것은 청경(聽經), 성경을 써가면서 읽는 것은 필경(筆經), 성경을 만지기만 해도 저는 그것을 촉경(觸經), 가슴에 안고 다니기만 해도 회경(懷經)이라고 하여 성경을 읽는 것으로 처 줍니다.” 나는 성경 읽기에 ‘촉경’, ‘회경’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으나, 그 말씀에 미소 지을 수 있었다.


민 박사는 <성서를 읽는 기쁨>이라는 글에서 “성서는 다른 책과는 달리, 몇 가지 세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 성서만큼 많이 보급된 책도 없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 나라 안에서 성서가 보급된 통계를 보면, 일반 출판사에서 보급하는 성서 말고도, 대한성서공회가 보급한 것만 해도 해마다 1백만 권이 넘는다. 해마다 1백만 권에서 2백만 권까지 보급되는 책은 성서 외에는 그리 흔하게 찾아볼 수 없다. 나라마다는 달라도 세계적으로 보면 성서는 영원한 베스트 셀러에 속하는 책이다.

성서만큼 전 인류가 쓰는 여러 언어로 번역된 책도 없다. 1997년 말 통계로 2,197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지금 계속되고 있는 성서번역의 진도로 보아서 아마도 21세기에는 인류가 쓰고 있는 4-5천여 개 언어가 모두 자기의 언어로 번역된 성서를 가지게 될 것 같다. 앞으로 한 세기 안에 새로운 언어가 더 생기지 않는 한 모든 언어는 제 언어로 된 성서를 갖게 될 것이다.

성서만큼 장기간 읽히고 있는 책도 없다. 성서가 구전 형태에서 책의 형태로 완전하게 바뀐 것은, 구약의 경우 에스라 시대라고 보고, 신약의 경우는 서기 2세기라고 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읽히고 있다. 일반 책은 얼마만큼 읽히다가는 독자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데, 혹은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고전으로 남는 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독자는 한정되어 있다. 다만 성서만이 예외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성서만큼 사랑 받는 책도 없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또 성서만큼 인류가 당면하는 문제에 대처할 깨달음을 주는 책도 없다는 말일 것이다.

성서만큼 전 인류가 그들의 석학을 총동원시켜 연구하게 하는 책도 없다. 한 책에 대한 연구물이 성서만큼 많은 것도 없다.

성서만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책도 없다. 성서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성서는 계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성서만큼 매체를 달리하여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책도 없다. 구전 시대에는 구전으로, 문필 시대에는 책의 형태로,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서는 전자매체인 CD-ROM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그래서 민 박사는 “성서가 이러한 세계적 기록을 지닌 책이라면, 성서는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니, 인류가 2천여 년 이상 매달려 온 책이라면, 우리도 한 번 진지하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쉽게 무시해 버릴 책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사람이 성서를 사랑하기를 권하고 있다.

“성서를 이해하면 할수록 성서를 그만큼 더 사랑하게 되고, 성서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성서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해와 사랑이 서로 맞물려서 돌고 돌수록, 곧 이 둘이 맞물려서 순환하면 할수록, 성서의 말씀에 대한 이해와 사랑, 사랑과 이해가 증폭될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성서의 말씀은 독자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성서를 읽는 사람이 새로운 의식을 갖게 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발견하게 하며, 새로운 희망에 사로잡히게 하고, 새로운 믿음을 고백하게 하고, 새로운 삶을 계속적으로 추구하게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람은 책을 만든다. 그러나 성서는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성서에서 나는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발견한다. 궁극적으로는 예수께서 나를 사랑하심을 성서에서 배우고 있다. 기독교가 성서를 경전으로 인정하여 성서가 권위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니다. 성서 자체의 권위가 독자로 하여금 성서를 경전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하게 한다.”

민 목사는 성서학과 신학 관련 서적 3천 여권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은준관 총장)에 기증하였다. 새로운 학교의 출발을 돕기 위해 성서를 제외한 그의 장서 전부를 전달하였다. 이제 그는 대한성서공회 총무답게 몇 권의 성서와 함께 하고 있다. 성서를 사랑하고 시를 아끼는 구약학자 민영진. 그 깊이을 가늠하기 힘든 성서학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 그리고 몸에 밴 겸손과 친절은 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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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재 목사님 독서법 인터뷰 


통찰(insight)을 얻는 책읽기를 멈추지 말라


유관재 목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목사로서, 침례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아주사 패시픽(Azusa Pacific) 대학교에서 M.A. 및 M.M. 학위를 받고 미국 애쉬랜드(Ashland)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족으로는 삶의 동반자 김미향 사모와 3남매 영선, 진선, 하선이가 있다


신앙 배경과 책으로 본 성장 과정


유관재 목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목사였다. 할아버지 형제 중 3형제가 목사였다. 큰 할아버지(유세근 목사)는 독립문 성결교회 제13대 목사였는데 6.25 전쟁기간 중 집회를 인도하다가 납북되었다. 아버지(유병기 목사)는 해외 선교회 회장을 역임하고 얼마 전 은퇴했다.

유 목사 자신은 중학교 때 복음을 깨달았다. 그는 성경공부 통해서 개인적으로 예수님 영접하고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현재 그는 아버지가 목회하던 성광침례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중창 활동을 하면서 인기를 몰고 다녔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장래의 삶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신학교에 가기로 결심하였다.

그의 마음에 지금까지 깊이 남아있는 책은 김진홍 목사의 <새벽을 깨우리로다>이다. 이 책을 읽고 그는 목회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어떻게 복음적인 목회를 할 것인가에 대한, 즉 목회에 대한 구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 책은 그로하여금 복음적인 목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책은 나에게 통찰의 순간을 준다


어떤 목사가 될 것인가 고민한 때가 있었다. “목사가 누구냐, 목사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느냐를 생각했습니다. 목사는 죽을 때까지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항상 새로운 것이 샘솟아야 하니까.”

그래서 그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하나는 책을 읽어야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부할 수 있는 기본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단순히 박사학위를 따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유학을 가서 영어도 잘하고 원서도 자유롭게 읽게 되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를 소원했다. 그는 평생학습자의 삶을 원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선택을 잘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항상 본질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다. 목회현장에서 방법론이 인기있지만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려고 한다. 설교자이지만 나도 예배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예배에 참여한다. 그리고 기도와 말씀 연구, 이것이 기본인데, 이 두 가지에 있어서 탁월한 일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진홍 목사의 책이 의미있는 것이었지만, 존 번연의 <천로역정>도 매우 중요한 책이었다. “나는 <천로역정>을 읽고, 목회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TODR가하게 되었다.


사람과 시대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다


유 목사는 하루 한 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달에 30권 정도 읽습니다. 읽는 책 중에 50%는 기독교서적이고,  50%는 일반서적입니다. 설교자는 텍스트(text)를 잘 알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콘텍스트(context)를 이해하고, 사람과 시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영, 리더십, 미래학, 그리고 미래의 트랜드에 관한 책들을 봅니다. 목회자가 앞서 가야 성도들에게 미래의 변화와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선포되는 메시지의 궁극적 초점과 결론은 복음과 십자가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 유행, 트랜드를 끄집어내고 관심 갖게한 후 복음을 넣어주기 위해서 이러한 독서가 필요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국내 작가는 구본형과 공병우다. 구본형의 책을 다 읽는다. 공병우의 책도 즐겨 읽는다. 물론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독서가 아니라, 읽는 가운데 통찰(insight)을 얻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한다.

도서구입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기독교서점과 일반 서점에 직접 가서 책을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제는 인터넷으로도 좋은 책을 만난다.

“인터넷에서 매일경제신문 독서클럽 서비스에 가입해서 독서정보를 얻고, 그 사이트를 즐겨찾기로 해놓고서 자주 방문합니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책을 요약한 것을 먼저 읽습니다. 자세한 요약을 먼저 읽고 책의 구입 여부를 결정하지요. 자세한 요약이 나와있기 때문에 책을 선별해서 구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책읽기에 마감효과를 이용한다


“기질적으로 책을 붙들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체로 나는 책을 끝까지 못보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끝까지 본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같은 사람도 이제는 책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은 기질적으로 책을 가까이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유 목사는 자신의 기질이 점액질이어서 비체계적이고 끈기가 없다고 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질이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게 무엇이냐면 마감효과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약속을 하면 늦은 적이 없습니다. 여유있게 약속 장소로 갑니다. 1시간이나 30분이 남으면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많은 시간이 주어져 여유가 있을 때보다 제한된 시간의 마감효과가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그래서 기차를 기다리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합니다.” 그는 비행기를 타는 경우  1시간 30분 전에 미리 나갑니다. 미리 나가면 시간도 늦지 않고, 마감효과를 이용해 책 한권을 본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찾은 공부비결


유 목사는 구약성서 신명기 6장을 읽다가 공부하는 비결을 배웠다. 신명기 6장에는 우리가 쉐마라고 하는 말씀이 있다. “쉐마”는 “들으라”를 뜻하는 히브리어인데, 이 말씀을 유대인들은 가정을 세우고 자녀를 가르치는 지표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날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에 행할 때에든지 누웠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를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찌니라(신 6:4-9).

성경 읽을 때 유 목사는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한다. 이것은 영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또한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성경은 그림 언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왜 손목에 붙이라고 했을까? 우리의 몸 중에서 손목은 가장 잘 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손목에 시계를 찹니다. 왜 미간에 붙이라고 하셨을까? 미간(얼굴)은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가장 잘 보이는 부분입니다. 문설주는 집주인이나 방문하는 사람이 출입하면서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곳입니다. 눈에 잘 띄는 곳이지요. 여기서 하나의 원리가 나옵니다. 말씀을 잘 보이는 곳에 두라!”

유 목사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단어를 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원리를 단어 암기에 적용하였다. 영어신문에서 모르는 문장이나 모르는 단어를 종이에 기록해서 벽과 천정에 붙여놓고 수시로 보고 읽고 암기했다. 그러나 영어공부가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원리는 책읽기에도 적용이 되었다. 언제나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1분 1초를 사용하며 읽는 것이다. 손 가까이에 책이 있어야 읽을 수 있다는 간단한 원리를 실천한 것이다.


어디가나 책은 필수 휴대품


그는 여행할 때 꼭 여러 권의 책을 챙긴다. 미국 집회를 갈 때는 10여 권의 책을 가져간다. 숙소로 정해진 장소에 묵으면서 2, 3일이면 다 읽는다. 그 곳에 있는 서점에 가서 여러 권의 책을 구입해서 읽는다. “여행할 때의 독서는 값집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문화, 낯선 곳에서 다른 환경에서 읽을 때 새로운 통찰을 얻습니다. 책을 볼 때 정말 물고기가 펄떡이는 것 처럼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인사잇(insight)이 계속 떠오릅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성경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유 목사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할 뿐 아니라, 성경에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 추천하고 싶은 책


그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있는 기독교 저술가인 맥스 루케이도1)를 좋아한다. “나는 설교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전하려고 합니다. 맥스 루케이도는 성경에서 한 포인트를 섬세하고 강력하게 잡아내어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로 묘사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헨리 블랙가비2)도 그가 좋아하는 저자다. 블랙가비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 : 교재>, <헨리블랙가비의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의 7단계>, <교회에서 함께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 등의 책을 펴낸 탁월한 저자다. “헨리 블랙가비의 책들은 본질을 다루고 있습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에 관해서, 진정한 영적 부흥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코이노니아에 관하여 소중한 가르침과 통찰을 주는 책들입니다.” 그 밖에 필립 얀시, 존 맥스웰 같은 저자들의 책을 추천하면서, 목회자들은 이러한 저자들의 책이 나오는대로 다 읽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래 전에 유 목사는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에게 그의 탁월한 어휘 구사력의 비결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이동원 목사는 시집을 읽으면서 좋은 어휘를 골라낸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해인 수녀의 시인의 시집을 좋아합니다. 자주 읽습니다.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으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유 목사는 이어령의 글도 좋아한다. 그의 글에서 때로는 논리의 비약을 보기도 하지만,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그의 글에서 얻는 인사잇(insight) 때문에 즐겨 읽었다. “사물을 이렇게도 보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는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앞서 언급한 맥스 루케이도의 <예수님처럼>과 짐 로허와 토니 슈워츠가 함께 쓴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를 추천했다.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는 유 목사에게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다 준 책이다. 이 책은 인생에서 시간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삶의 궁극적인 척도는 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사느냐에 있다. 하루는 24시간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그렇지 않다. '시간의 법칙' 과 달리 '에너지의 법칙' 하에서는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이 세상에 쏟아부을수록, 오히려 더 강한 에너지가 생성되고 훨씬 더 많은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인생은 시간관리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삶의 체계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최고의 테니스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집중하고 쉬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 긴장을 풀어주는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습니다.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에서 긴장을 푸는 그만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죠.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에너지를 쏟는 집중과 쉼의 절묘한 조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목사님들은 항상 긴장 상태에 있으니까 이 책은 목회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내 인생을 관리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유 목사는 쉬우면서도 아주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면서 <잭 아저씨네 작은 커피집>(레슬리 여키스, 찰스 데커 공저)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미국은 유명한 커피점들이 다 시애틀에서 출발합니다. 이곳도 시애틀에 있는 작은 커피집인데 그 많은 유수한 커피전문점을 제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성공요인을 4P로 분석합니다(People 사람, Pasion 열정, Personal 인간관계, Product 제품).3) 즉 그들에겐 좋은 제품과 열정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좋은 팀웍은 물론이고 고객들에 대한 깊고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고객을 알아주는 곳. 고객을 감동시키는 곳. 그래서 사람들은 잭 아저씨네 커피숍에 들어가기 위해 기꺼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섬기는 리더를 따릅니다. 군림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늘 섬기는 자세를 가진 리더. 나를 낮추면 낮출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고 진심으로 따른 다는 것을 저는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그는 이 책을 읽고 친구들과 특별한 형식이 없이 독서 토론을 한 적도 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어 기업형 체인에 맞서 이긴 구멍가게의 실화를 들려주면서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비즈니스의 핵심을 짚어준다. 그것은 바로 열정, 사람, 친밀, 제품이라는 네 가지 요소다. 미국 중소기업체에서 가장 많이 읽는 이 책은 아무리 작고 힘 없는 가게나 기업이라도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핵심적이고 단순한 비즈니스 원칙을 지키면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치열한 경쟁 속에 빠진 우리에게 이 책은 비즈니스의 기본을 깨우쳐 준다. 그것은 “열정을 가진 직원을 채용하고, 그에게 권한을 주어 고객과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정은 손님에게 보다 쉽게 전염되고, 손님들은 그 가게의 충실한 단골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이 원칙들을 생활 속에서 적용 하고, 사업주든 관리자든 평직원이 든 간에 현재 하는 일에 대해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핵심 질문들이 정리되어 있다.


<멘토>(R.이안 시모어)도 꼭 읽어볼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이 글은 영국의 스티븐 코비, 앤서니 라빈스라고 불리는 저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아들의 멘토, 즉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이자 스승이 되어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민, 즉 성공과 행복에 대해 편지의 형식을 빌어 조언하고 있다. 멘토는 새로운 일의 출발선상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두려움이 엄습올 때, 결정이 망설여질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조언해준다. 저자는 항상 배우고 노력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 방법을 자상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 직접 몸으로 터득한 성공의 비결을 모두 풀어 놓았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므로 여전히 중요하다


책은 왜 중요한가?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그의 아내(김미향 사모)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사람의 변화가 책을 통해서 제일 많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2남 1녀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는 어느 날부터 자녀 양육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후로 아내는 아이들에게 너무 훌륭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양육에 전문가가 된 겁니다. 그 분야를 계속 읽어나가자 이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내가 읽는 책을 빼앗아 읽을 정도로 책을 참 좋아합니다.”

그는 좋은 책을 쓰기도 했다. 제일 먼저 세상에 내놓은 책은 <비전혁명>이다. 이 책은 느헤미야서를 공부하고 묵상하다가 리더십의 관점이 아니라 비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그 밖에 <버려야 할 단어들-크리스챤이 꼭 버려야 할 단어 21가지>과 <찾아야 할 단어들 - 크리스찬이 꼭 찾아야 할 단어 17가지>를 내놓았다. 유 목사는 극동방송에서 짧은 방송 칼럼을 하고 있는데, 그 글들을 모아 출간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아름다운 비전-감동을 주는 모델교회


유 목사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열정’이다. 성광교회 홈페이지에는 그 열정을 담은 비전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1. 이 지역에 영향을 주고 감동을 주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2. 이 지역을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3. 세계를 품고 땅끝까지 주의 복음을 증거하는 선교하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4. 많은 교회들 가운데 귀감이 될 수 있는 모델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신앙공동체로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부름받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또한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기쁘게 찬양합시다.

전도를 통해 이웃을 열심히 구원합시다.

교제를 통해 하나되는 은혜를 나눕시다.

섬김을 통해 아낌없이 사랑을 실천합시다.

배움을 통해 그리스도를 본받는 성숙한 성도가 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성령충만한 공동체가 됩시다. 

유 목사는 본질을 추구하는 목회, 섬기는 자가 되어 본을 보이는 목회,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목회를 지향한다. 그는 말보다 실천을 통해 영향을 끼치고자 한다. ]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고 책을 사랑하며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유관재 목사. 유관재 목사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목사일 뿐만 아니라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목사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기도하고, 묵상하고, 연구하며 파워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그의 신선하고 열정적인 메시지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그의 묘지 앞에 “하나님을 온 몸으로 사랑했던 한 사람, 맡겨진 양떼를 가슴 저리도록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쓰여 지길 원하는 사랑의 사람이다.

그는 침례교미래를준비하는모임(침미준)의 회장으로서 한국교회의 선두 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섬김이 몸에 배어 있는 서번트 리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목사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는 그가 21세기를 위해 준비된 영적 지도자임을 필자는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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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완 목사님 독서법 인터뷰

 

책읽기의 축복을 누리며 영화설교를 한다


신앙 배경과 책과 만남


하정완은 불신 가정에서 외아들로 자랐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무렵 친구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하였다. 삶의 전환은 이렇게 이루어졌으나, 기질적으로 우울했던 청소년기에 실존주의 철학으로 빠져들어갔다. 대학교 생활을 시작해서도 그와같은 성향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예를 들면, 프란츠 카프카의 <성>, <변신>, <빨간 피터의 고백>과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적 단편, <죽음에 이르는 병>과 <이것이냐 저것이냐>, 카뮈의 <이방인>과 <시지프의 신화>, 31세에 요절한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스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지와 사랑>, 사르트르의 <구토>, <존재와 무> 등이다.

많은 책을 읽은 그는 70여권의 책을 썼다. 1983년에 자필로 쓴 시집을 복사해서 200부를 낸 것이 첫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집을 유명 시인들에게 발송했고, 시인 구상, 이해인 수녀로부터 격려의 편지를 받았다.


기독교 문화운동가 하정완 목사


꿈이 있는 교회는 기독교계 젊은 문화운동가로 이름 높은 하정완 목사가 문화사역과 제자훈련을 기치로 내걸고 1999년 4월 설립한 교회다.

하목사가 꿈이 있는 교회를 설립한 것은 1999년 4월.서울중앙감리교회 청년관 관장으로 재직하며 제자훈련에 치중했던 하목사는 2년간의 관장생활을 청산하고 정식 목회를 시작했다.처음 3명으로 시작했던 제자훈련이 2년새 40여명으로 불어나자 정식 교회를 열 필요성을 느끼게 됐던 것이다.

꿈이 있는 교회는 청년목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청년이 믿어야 기독교계가 성장한다는 하목사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하목사는 불신자를 전도하는 가장 적당한 시기로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를 꼽는다.청소년 사역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하목사는 “신앙은 지식이나 재산 순이 아니라 인격과 말씀의 실천 순”이라고 강조한 뒤 “교회는 누구에게나 말씀을 실천하고 교제하는 곳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목사가 교회를 시내 중심가에 세운 이유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현재 이 교회에 출석하는 젊은이 대부분이 예배를 드리기 위해 차로 평균 1시간씩 달려 온다.안산 인천 성남 의정부는 물론 심지어 오산에서 오기도 한다.지역 교회를 탈피해 뜻이 같은 사람끼리 모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꿈이 있는 교회는 찬양단인 파워 프레이즈와 도심지전도 프로그램인 '복가도심사역'과 같은 문화사역을 사용하여 문화를 통한 불신자와의 만남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열린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교회들을 위해 '열린사역연구소'를 운영하여 중소규모 교회들을 돕는 사역을 함께 하고 있다.

꿈이 있는 교회의 경우 불신청년들이 예배를 참여한 후 설문조사를 받아본 결과 기성교회의 예배에 부정적인 경험을 가졌던 청년들조차 거의 전부가 "재미있다" "편안하다" "자유롭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청년들을 만나는데 있어서 문화적응력을 높인 예배와 사역들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하정완 목사는 목원대 신학과(Th.B),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Th.M),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대학원(M.A)과 풀러신학대학원(D.Min.)을 졸업하였다. 영화예배 컨퍼런스의 주강사가이도 한 저자는 여러 매체에 영화칼럼을 쓰고 있고 이전에 건국대학교 교목, 서울청년관관장, 목원대 강사 등을 지냈다.


내 삶을 바꾼 책들


하 목사의 삶을 바꾼 책 중에 하나는 대학 시절 읽은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적 단편이다. 그 책에서 그는 하나님의 성육신의 비밀을 발견했고, 대학원 시절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언어 속에 숨겨진 존재의 참여를 깨달았다.

목회 초년병 시절에는 로버트 콜만의 <주님의 전도계획>을 읽고, 제자훈련을 통한 주님의 구원계획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40대에 들어와서는 고든 맥도날드, 유진 피터슨, 오스 기니스 등의 저자를 만났다. 그 중에서도 고든 맥도날드1)의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과 유진 피터슨2)의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은 하 목사에게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하 목사는 성경 인물 중 베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베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 목사는 베드로가 비록 실수가 없지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여 하나님의 성숙한 일꾼이 되는 것에 주목한다.


베스트셀러를 포함하여 다양한 책을 읽는다


하 목사는 일반적으로 다양하게 골고루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편이다. 가능한 한 베스트셀러들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토미 테니의 <하나님의 관점>, 스텐리 존스의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 김순호의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영적 기초>가 있다. 일반서적으로는 도널드 클리프턴과 톰 래스가 쓴 <당신의 물통은 얼마나 채워져있습니까?>, 망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 세스 고딘의 <보리빛 소가 온다>, 김위찬의 <블루오션전략>, 그리고 <나니아 연대기 해설집> 등을 읽었다. 이러한 독서는 영화 설교3)를 위해 활용되거나 설교에 참고 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는 책을 효율적으로 잘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본다.  버스 이외의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즐겨 이용하면서 책을 읽는다. 양적으로 많이 읽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루에 100쪽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독서 주간을 정해서 2천 쪽(페이지)을 읽으려고 한다.

지금은 컴퓨터이 도움을 받아 독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지만, 책 자체의 여백에 기록(노트)을 남기거나 포스트잇(postit)을 사용하여 흔적을 남긴다.


폭넓게 읽고 깊이 읽는다


“책을 읽을 때 폭넓게 읽지만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집중해서 읽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과 관련된 책들을 주로 수집해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는 하이데거, 윤동주, 제자훈련, 시집, 결혼과 가정사역, 리더십 등 테마별로 한 분야를 집중해서 읽었다고 한다. 일종의 전작주의(全作主意)4) 독서법이다.

그는 양서를 어떻게 골라낼까? 하 목사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소개해 주었다. “우선 베스트셀러들을 훑어봅니다.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분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유심히 보고 메모해 둡니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을 물어보고 참조합니다. 신간들을 꼼꼼히 훑어보고 신뢰할만한 저자, 출판사들의 책이면 중요하게 검토합니다. 인터넷으로 많은 댓글들이 달려있는 책들도 유심히 살펴봅니다.”


세계관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 목사에 따르면, 설교자는 세계관이 탄탄해야 한다. “즉, 성서를 깊이 읽고 묵상함으로 성경적 세계관의 기초를 닦는 것은 기본 전제이니다. 세계관의 기초를 탄탄히 하는 것은 세상이란 환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읽고,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정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에 의하면 독서란 우리 마음의 그릇에 물을 채우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설교를 위한 예화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안 읽는 것 보다는 낫지만 그리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설교자는 편식을 하지 않기 위해 골고루 읽어야 한다.


하 목사가 제안하는 책을 읽는 습관과 방법 열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매일 정해진 양의 책을 읽어라.

2. 나름대로 독서주간을 정하고 집중해서 읽어라.

3. 다양하게 골고루 책을 읽어라. 음식을 먹을 때도 편식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한종류의 책에 집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는 것이 좋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신앙서적은 당연히 읽지만 그 달의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과 시집에서부터 물리, 사회과학, 대중문화에 관련된 책까지 다양하게 독서대상 분야를 넓혀서  읽는다.

4. 집중해서 읽는 분야도 확보하라. 편식은 문제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갖고 전문가 수준까지 읽어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필자가 집중해서 편력했던 주제들을 보면,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서적, 시집 특히 윤동주 연구 서적, 제자훈련 관련서적, 결혼과 사랑관련서적, 전도관련 서적, 열린예배 관련서적 등이 있다. 요즈음에는 영화와 관련된 책들과 미래, 열린예배에 관련된 책들을 집중해서 읽고 있다. 이것들이 나의 또 다른 책 쓰기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5. 열악한 환경에서도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라. 우리는 보통 책을 조용한 서재에서만 읽는 습관이 좋은 것으로 이해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 집회를 인도하러 갈 때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때 1-2시간 정도의 지하철 왕복시간에 200페이지 정도의 책 한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6. 책 읽기가 짜증스러울 때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개발하라. 필자의 경우 책이 잘 안 읽혀지거나 리듬이 끊겼을 때는 먼저 서점을 투어하면서 호감이 가는 책을 산 후에 종로 즐겨가는 커피숖에서 책을 읽는 것을 택한다.

이외에도 책 읽기를 위해 필요한 습관들을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7. 책을 사는데 과감하게 투자하라

8. 책을 읽는 도중 책에 메모하면서 책을 섭렵한 흔적을 남겨라

9. 재미가 없거나 유익하지 않은 책은 아무리 비싼 돈을 주고 샀더라도 읽는 것을 중단하라

10. 나만의 속독하는 법을 개발하라


목회자가 꼭 읽어야 할 저자들


“교양적 차원에서라도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책은 사상의 기반으로 읽어야 하고, 문체의 수려함이나 풍성한 감성을 위해 라이너 마리아 릴케나 도종환 같은 이들의 시도 읽어야 합니다.” 하 목사는 앞서 언급한 고든 맥도날드, C. S. 루이스, 프란시스 쉐퍼 같은 이들의 책을 늘 손 가까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목회자나 평신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베스트 5는 다음과 같다:

1)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고든 맥도널드)- 이 책은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이 책은 광야를 걷는 우리들에게 영성이 현실과 어떻게 조화하고 갈등하며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3) 소명(오스 기니스)- 인생 전체의 그림을 그려주는 책이다.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4) 영화와 영성(로버트 존스톤)- 오늘날의 화두인 영화를 통해 신앙적 접근을 쉽게 안내하고 있다.

5) 고백록(성 어거스틴)- 인생은 영적 여행이다. 이 참회의 기록은 그 여행의 방법에 관하여 지혜와 통찰을 제공한다.

<영화와 영성> 의 저자인 로버트 존스톤(Robert K. Johnston)은 하 목사의 은사로, 풀러 신학교의 ‘신학과 문화’ 담당 교수다. 본서와  <허무한 아름다움>(원제:Useless Beauty)5) 등 12권 이상의 책을 썼다.


책읽기는 삶의 큰 축복이다


하 목사는 독서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갖기 보다, 모든 자투리 시간을 책을 읽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주로 근사한 커피 전문점이나 기차 안에서 읽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침대 위에서 읽기를 좋아합니다. 저는 분위기가 있어야 잘 읽혀지거든요.” 그는 취침 전에 침대 위에서 쿠션을 등 뒤에 대고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한다. 지방에 집회를 가는 경우, 여유있게 도착해서 근처의 커피숍에서 책을 읽곤 한다.

그가 섬기는 ‘꿈이 있는 교회’에서는 필독서를 단체로 구입한 후 리더들이 읽도록 전해준다. 수련회에서도 책을 읽고 나누고, 설교 중에도 좋은 책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교회 홈페이지(www.dreamchurch.com)의 ‘삶 나눔터’ 코너에는 ‘책갈피 묵상’이라는 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 많은 추천도서를 소개하였다. 그 목록 중에는 <겨울에서 봄 에게로>, <순수한 복음>, <영화의 바다로>같은 하 목사의 저서와 <순전한 기독교>(C. S. 루이스),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박범신), <기질로 읽는 내 삶의 프로파일>(홍광수), <맥주 타이타닉 그리스도인<(윌리엄 D. 로마노프스키), <생각하는 믿음 행동하는 믿음>(고든 맥도날드), <잠자는 유전자를 깨워라>(무라카미 가즈오), <목적이 이끄는 삶>(릭 워렌), <성 어거스틴의 기도>(어거스틴), <습관의 힘>(잭 D. 핫지), <게으름>(김남준), <넘치는 예배>(달린 첵), <모험으로 사는 인생>(폴 투르니에), <나의 하프타임>(홍정길 외), <얼음냉수>(문희곤), <성도의 견인>(존 오웬), 그리고 <하나님 당신을 갈망합니다 >(토미 테니) 등의 양서들이 들어 있다.


그에게 독서는 큰 축복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 가운데 하나가 독서입니다. 왜냐하면 책읽기를 통해 모든 역사를 경험하고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큰 축복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통로입니다. 책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70여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서가 밑바탕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에게 있어서 책을 읽는 시간은 글쓰기로 이어지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영화설교를 하는 목사


하 목사는 청소년을 위해 <이 영화 봤니?>라는 책을 펴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우리 친구들이 영화를 보는 방법을 배우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정리했습니다. 우선 좋은 영화들을 선정했습니다. 좋은 영화들을 보면서도 기독교적 시각에서 보는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훈련이 영상을 보는 눈이 생기도록 하고, 곧 좋은 비평가적 크리스천이 될 수 있게 만들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영화설교를 하는 독특한 목사다. 하 목사가 ‘영화 설교’를 시작한 것은 영화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목회자로서 ‘다양한 방법’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화의 내용을 설교 예화로 쓰다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어떤가하는 생각에 영화를 보여준 것이 영화설교의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 ‘전심(全心)을 다해 살아보자’는 내용에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에서 무인도에 불시착한 주인공이 오랜 시간동안 나무를 비벼서 불을 피우려는 장면의 열심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접근은 청년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후로 1년에 서른 번, 절반 이상을 ‘영화 설교’로 예배를 진행했다.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배 앞 순서에 교인들이 진행하는 연극도 도입했다고 한다.

‘꿈이 있는 교회’에서는 영화설교하기 전 반드시 영화를 보고 올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난후 설교를 들을 것을 요청한다. 이같은 방법은 매우 중요한 영화를 바르게 읽을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하였던 것 같다. “영화설교를 통하여 우리는 교인들이 나름대로 문화를 읽고 복음으로 해석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일정수준의 복음적 시각에서 영화를 읽을 수 있는 비평적 크리스천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 목사는 영화를 이해하려는 목회자와 신학도 그리고 평신도를 위한 입문서를 소개해 주었다. 필독서로 네 권, 추천도서로 여섯 권이다.

[필독서]

로버트 존스톤, 영화와 영성, IVP

하정완, 영화의 바다로, 예찬사

켄 가이어, 영화묵상, 두란노

윌리엄 로마노프스키, 맥주, 타이타닉, 그리스도인, IVP


[추천도서]

로버트 존스톤, 허무한 아름다움, IVP

하정완, 영화에서 주님을 만나다, 규장

하정완, 이 영화봤니?, 나눔사

하정완, 주님과 함께 떠나는 영화여행, 교회성장연구소

박한철, 강진구, 감성세대의 영화읽기, 예영

김용규, 영화관 옆 철학카페, 이론과 실천

 

               글/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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