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과 인간 영혼을 탐구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농노해방 직후의 러시아의 작은 시골 마을의 지주이다. 그는 욕심이 많으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지주였다.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이성적인 정열과 러시아인다운 순수성을 가진 장남 드미트리(Dmitri), 무신론자이며 허무적인 지식인 둘째 이반(Ivan), 수도원에서 사랑의 가르침을 설교하는 조시마(Zosimas) 장로의 영향을 받은 순진무구한 셋째 알료사(Alyosha), 그리고 아버지가 백치 거지 여인에게서 낳은 또 하나의 아들인 스메르자코프(Smerdyakov)가 있다.
표도르는 청년 시절부터 방탕한 생활을 한 탓으로 그의 육신은 쇠약했지만 두 번 결혼하였다. 첫 번째 부인은 맏아들인 드미트리를 낳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집을 나가버렸다. 그의 두 번째 아내는 결혼 후 두 아들 이반과 알료사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 이 세 아들은 하인들과 친척들에 의해 양육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표도르는 한 가련한 백치 처녀를 겁탈하여 남자아이를 낳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아이의 이름이 스메르자코프다. 그는 자기 아버지 표도르의 하인이며 요리사이다.
이 네 명의 젊은이들은 서로 너무나 달랐다. 장남 드미트리는 퇴역한 장교로 아버지의 성품을 물려받기나 한 것처럼 방탕한 생활에 빠졌고, 돈의 씀씀이가 너무 헤퍼 언제나 돈에 쪼들렸다. 또 그는 자유분방한 여인 그루센카와 재산 문제로 아버지 표도르와 자주 싸운다. 드미트리에게는 약혼녀인 카테리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루센카를 사랑한다. 한편 동생 이반은 형의 약혼녀를 사랑한다.
둘째 아들 이반은 매우 지적이고 자존심이 강하며, 매사에 신중한 청년으로 서구적인 합리주의자였다. 그는 자연과학의 입장에서 신의 존재를 부인하며, 정통 기독교를 떠난 자로서 아무런 정신적 지주를 갖지 못했다.
셋째 아들인 알료사는 매우 종교적인 인물이다. 건강하고 겸손하고 미남으로 생긴 그는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 지역 수도원에 들어가 신앙이 돈독한 조시마 장로 밑에서 가르침을 받는다. 알료사는 형들의 잘못을 참회하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한계를 조용히 묵상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간다. 또한 그는 아버지와 형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화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알료사는 신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인간으로 상징되어 있다.
사생아이며 넷째아들로 간주될 수 있는 스메르자코프는 비천한 출생 배경과 지위 때문에 증오와 시기심으로 살아간다. 그는 둘째 아들 이반이 주장하는 무신론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이 세상에는 선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아버지 표도르에 대한 복수의 기회를 노린다.
이 걸작의 사상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혹자는 이 소설의 주제를 신을 향한 인간의 탐구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인간 실존과 관련된 영원한 철학적 문제들이라고 말한다. 조시마 장로는 알료사에게 기독교는 기쁨과 소망을 주는 종교라는 점과 사람은 누구나 모든 사람에게 연대적 책임이 있다는 사상을 강조한다. 따라서 사랑만이 삶의 근본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작품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우리가 그리스도가 가르친 사랑 속에서 인류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외면적 아름다움이 아닌 가장 고귀한 도덕을 가진 인물을 구현해 내려고 했다.
글 송광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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