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게 추천하는 도감을 정리하다가, 그만 나도 마음이 '동~'하여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풀 도감>>을 장만해 버렸다.

정확하게(솔직하게!) 말하면, '풀 도감'을 사은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개똥이네 놀이터>>를 정기구독하고 받은 것...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 아닌가'하고 살짝 반성을 하고 있었는데 ...
배송된 '개똥이네 놀이터'를 들고 아이가 반색을 하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반성하는 마음이 싸악 없어져버렸다.
<<풀 도감>>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내 책'(내 책? 용이 책 아니고?)을 받아들고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갖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1. 와아, 내가 어렸을 적 외갓집 마당에서 봤던 풀들이 다 있네~. 할아버지 산소 갈 때 봤던 풀이랑 꽃들고 있고. 나는 그냥 "이 들꽃 이쁘다~ 정도였는데, 모두 이름이 있구나.
#2. 어? 이거 엉겅퀴가 아니라 지칭개야?
아, 꽃 모양이 조금 다르고 잎사귀가 다르구나. 엉겅퀴 잎은 뾰족뾰족하네 ...
#3. 아, 이게 괭이밥이구나. 어렸을 적에 많이 먹었는데 ...
그런데,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렀는데 뭐였더라?
#4. 이 꽃, 내가 참 좋아하는 꽃인데 ... 너무 예쁘다. ... 그런데, 이걸 사진이 실린 도감에서 보면 왜 이런 느낌이 안 살까? 사진보다(물론 사진집의 사진은 다르지만) 그림이 직접 봤을 때의 느낌을 더 잘 살려주기도 하는구나.
#5. 우리 선생님은 ... 학교 구석에 핀 꽃을 가리키며 "꽃들이 참 예쁘지 않아요?"라고 하는 우리에게 "우리 동네에선 그걸 '풀'이라고 불러. '꽃'이 아니라"고 하시곤 했다. 그 땐 "선생님, 너무 삭막해요.."라고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씀 속에는 들꽃을 하찮게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자연 전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마음이 들어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꽃'만이 아니라 꽃이 달려있는 본래의 '풀'을 제대로 보신 거란 생각도 들고. (이 책 이름도 <<야생화 도감>>이 아니라 <<풀 도감>>이잖아~. ^^)
#6. 그런데, 이 책, 다시 보아도 너무 예쁘다~~~. 꽃을 모티브로 한 외국의 그 찻잔 못지 않게, Danish flower~ 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십자수 책의 그림들 못지 않게, Flora of Korea~ 인가 하는 한정판 그림첩 못지 않게 ... 정말 예쁘다. 물론, 풀에 대한 설명도 훌륭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