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내맘대로 좋은책 - 책의날 특집 이벤트

어느날 멋쟁이 후배가 "돈을 아껴야겠다"고 하길래, "옷을 좀 덜사면 되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나한테 묻는다. "책을 좀 덜 사라고 하면 할 수 있겠어요?" 라고 한다.
음 ... 맞는 말이다. 다른 건 모두 아껴도 절대 아낄 수 없는 것, 책~

귀차니즘 때문에 두 줄 이상의 글을 써야 하는 이벤트에는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 편이지만 ...
이번 이벤트는 나 자신(?)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는다.

[책에 대한 10문 10답]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깔끔하게 한 줄이면 더 좋고, 길게는 두 줄 정도까지요.
 - 내 책(=어른책)보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더 좋아하는, 두 아이의 엄마

2. 일 년에 몇 권 정도 책을 읽으세요?
 - 전공서적을 포함해야 하는지, 그림책을 넣어도 되는건지 잠시 망설임 ^^;
 - (이미 읽었던 책의 복습은 빼고)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넣는다면 일 년에 120~130권 정도는 읽지 않을지... . 이 중 20% 정도는 일반적인 어른책, 5% 정도는 전공책. (역시 민망한 수치 ... --;;)

3.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어떤 의미에서건) 가장 충격적이었던 책은?
윤정모의 소설 <<고삐>>. 대학시절 읽었던 소설, 한 여인의 개인사를 통해 만나는 민족사, 주인공의 굴곡진 삶도, 매춘과 외세에 대한 이야기들도 충격이었다.    

 

 

공지영의 <<착한 여자>>. 신문에 연재될 때 꼬박꼬박 챙겨서 읽었던 것 같다. 답답할 정도로 너무나 착한 여자, 그 고단한 삶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읽는 동안 느꼈던, 개운치 못한 느낌이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이 책에서 기억나는 구절 중 한 가지, '이상하게 사람들은 처음 만날 때 몇 학번이냐고 묻는다. 그게 나이를 묻는 다른 표현이라는 걸 한참 후에 알았지만 ...' 형편 때문에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비중을 차지하는 대사는 아니었지만, 몇 번씩 곱씹어 읽으며 반성을 하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감옥에 갇힌 이가, 이토록 올곧은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간직한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 내게는 충격이었다.

 

 


4. 읽는 도중 3번 이상 웃었다, 라는 책이 있습니까?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 구니버드의 유쾌함이 너무 좋아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우화 작가가 된 구니버드>>가 나왔다고 하니 읽고 싶어진다.

 

 

 

<<내일은 실험왕>>. 아이들의 엉뚱함과 재기발랄함에 소리내어 웃었고, 스스로 또는 함께 커가는 과정이 맘에 들어 빙긋이 웃을 수 있었던 책.  '학습'과 '만화'를 붙인 책들을 은근히 멀리하던 내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5.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또는 닮고 싶은 책 속 인물은 누구인가요?
<<ANNE>> 나랑 닮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닮고 싶어한다.
어린 시절의 앤도 좋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앤은 정말 닮고 싶다.

 

6. 이 작가의 책만큼은 챙겨 읽는다, 누구일까요?
중고등학교 시절 한동안 헤르만 헤세의 책에 빠졌던 이후로는 특정 작가의 책(어른책?)을 챙겨 읽는 편은 아니다. (아니, 시기별로 특정 작가의 책을 찾아읽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다지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다.) 그러나 ... 최근에는 아이들의 그림책 작가에 빠져 챙겨 읽는다. ^^

 

 

 

 

코키 폴과 밸러리 토마스의 마녀 위니 시리즈(영문으로 된 책도 몇 권 가지고 있으니, '챙겨 읽는다'고 할 만하다). 그저 단순한 게 탈인 마녀 위니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날 유쾌하게 만든다.  

 

이 책들이 마음에 들어, 케빈 행크스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한동안 챙겨읽게 될 것 같은 예감~

 

그리고, 닉 버터워스의 퍼시 아저씨 시리즈도 좋아하는데, 국내에서는 절판이거나 출판이 안 된 책들이 여럿 있다. 음, 누군가 출장 갈 때 부탁을 해볼까?

7. 남에게 선물로 줬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연애할 때 옆지기에게 주었던 선물~ *^^*
다른 선물은 잃어버리기가 일쑤인 남편이, 이 책은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 (본인은 기억 못하겠지만 ... ^^;)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테니 책 사지 말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아들이, " 이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했던 책~. (난 아직 못 읽어봤다.)  


 

 

8. 소장하고 있는 책 중 가장 고가의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베아트릭스 포터의 전집(?). 알라딘에서 판매하기 전에, K 인터넷 서점에서 맘먹고 구입했던 책. 책꽂이에 '예쁘게' 꽂아두고 마음 내킬 때마다 한 권씩 읽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다음은 <<먼나라 이웃나라>> 세트. 아이에게 아직 이른 것 같아 책꽂이 높은 곳에 두었는데 ... 아이가 한 권 두 권 빼서 읽어, 이제는 10권을 읽고 있다. ^^

 


낱권으로 산 책 중에서는 <<로봇 메커니즘>>. 책을 구입한지 얼마 안되어 근사한 부록을 주었다는 말에 맘이 상했는데, 얼마 전 전시회에서 반값에 파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맘이 상했다. 그 사이 값이 조금 오른 것 같고, 아이가 그동안 잘 활용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

9. '책은 나의 oo(이)다'. oo는?
책은 나에게 평화이고, 위로이며, 휴식이다.
또한 아이와 의사소통하는 길이다. (첫째 아이가 읽는 책들이 점점 길고 복잡한(?) 책으로 바뀌고 있어 함께 읽기가 힘들어졌다. ^^;)

10.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내맘대로 좋은 책'은 어떤 것일까요?
이번 달(?)과 지난 달에 읽은 책들 중 몇 권~

'나도 선생님이 좋아요'를 외치고 싶어질 만큼 좋았던 책. 혼자서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읽었고, 내가 읽느라고 아이에게는 한참 뒤에 주었다. ^^ 

 

 

생생한 독서교육 현장보고서. 이 책의 선생님 같은 분들만 학교에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보았다. 그림책에 대한, 그림책을 통한 아이와의 소통에 대해 시각을 넓혀준 책이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마음 간격 1mm, 나와 다름을 인정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 나와 같기를 강요한다면 한없이 먼 거리 ... 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내 행동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준 책이다. 

 

 

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역시, 두 줄 넘게 글을 써야 하는 이벤트는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 ^^; 
그래도, 나 자신의 책 읽기 습관에 대해 생각하고, 최근에 읽은 책들을 정리했으니 그것으로 만족!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5-1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가 되고 또 엄마가 된 앤은 만나보지 못했어요. 어떻게 성장했을지 궁금해요.
기억 속에는 유명한 만화영화 속의 그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요새 교육방송에서 그 만화 다시 해주더라구요. ^^ 마녀 위니의 생일파티는 아직 못 보았어요. 다음에 서점 가면 보고 올래요. ^^

bookJourney 2008-05-16 21:04   좋아요 0 | URL
어른이 된 앤은요,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고, 대화해 주는 ~ 든든한 조언자이자 친구 같은 엄마, (가끔 질투도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멋진 아내의 모습이었답니다. 사실, 남편(& 아빠)이 된 길버트의 모습도 멋있었어요. '왜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길버트 같지 않을까 라고 했다가 내가 앤이 아니니...'라고 맘을 접었을 만큼요 ^^

bookJourney 2008-05-16 21:04   좋아요 0 | URL
마녀 위니의 생일파티는 ... 아쉽게도, 전작들에 비해 반짝이는 재미는 조금 덜한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좋아요~

순오기 2008-05-1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삐를 많이들 얘기하던데...난 아직도, 윤정모의 작품은 오늘 새벅에 읽은 '누나의 오월'하나뿐이군요. 구니버드 2탄은 내게 보내주지 않아서 아직... 앤은 결혼후에도 건설(?)적으로 잘 살았겠다는 믿음을 갖게 하네요.^^
읽은 책보다는 못 읽은 책은 훨~~ 많군요. 꼽을 수 없을만치... 이거 정말 시간 많이 걸리더군요. 작성하고도 아차~ 이 책이 아닌데~ 하는 것들도 있지만 수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두었어요.ㅠㅠ

bookJourney 2008-05-19 08:59   좋아요 0 | URL
<<고삐>>는 대학 때 읽은 책인데,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맘이 너무 무거워져요. 구니버드 2탄은 다음 지름신 내릴 때 사게 될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들어요. ^^
제가 읽은 책들은 주로 아이들 책이라 ... 쓰고 나서 다시 보니 부끄러워지더라구요. ^^;

최상철 2008-05-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된다는 아들이 너무 착하고 이쁩니다. 이건 책만 보면 사달라고 눈에 불을 켜니 무섭습니다. ㅠㅠ 생각해보니 5학년 중반전에는 이렇게까지 책을 사달라고 한 것 같지는 않아요. 국제 도서전에서 또 판타지 소설을 10권이나(센추리 게임, 율리시스 모어요)사달라고 해서 결국 사왔어요. 다행히 할인해서 권당 5000원이란 말에 호주머니를 털었지요. 제가 고른책(저는 또 팝업 그림책에 빠져 있는지라~~ ㅠㅠ) 기타 인문 관련책 하니 엄청난 책값을 지출하고 온 날이었네요. 저도 아이들책에만 빠져있어요. 에효~ ㅎㅎ

bookJourney 2008-05-21 12:16   좋아요 0 | URL
책을 사지 말라는 첫 번째 이유는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다'랍니다. ^^;;
사실,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도서관이 둘,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도서관 하나, 길만 건너면 되는 학교도서관이 하나 ~ 이렇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넷이나 되니, 웬만한 책은 빌려다볼 수 있긴 해요.
그래도 맘에 드는 리뷰만 보면 책을 사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

희망찬샘 2008-11-01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 위니 리뷰 쓰려다 페이퍼가 눈에 띄길래 한 번 들어 와 봤어요. 오랜만이지요? 위니 시리즈를 좋아하시는군요.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에 이 책 있다고 좋아하던데, 아마 위니가 나오는 다른 책보고 극중 캐릭터를 알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는 리뷰 쓰러 쌩~ 갑니다.

bookJourney 2008-11-02 20:04   좋아요 0 | URL
마녀 위니 시리즈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만이 아니라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위니와 윌버의 이야기는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