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이런저런 동시집을 사다가 아이의 책꽂이에 꽂아두곤 했다. (내가 읽으라고 권하는 책보다도 권하지 않는 책에 더 관심을 보이는 큰 아이의 성격 때문에, 그냥 은근슬쩍 꽂아둔 것 ^^;)
그런데, 큰 아이는 동시집을 읽었는지 말았는지 반응이 없고, 어쩌다 내가 아는 척이라고 할라치면 영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내가 아이에게 동시집을 안 읽어주어서 습관(?)이 안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둘째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동시집을 한 권씩 끼워넣기 ~
처음으로 고른 동시집은 윤석중님의 <<달 따러 가자>>.
표지에 예쁜 달님, 별님이 있어 둘째 아이가 첫인상에 좋은 점수를 주었다.
윤석중님의 동시, 동요들은 모두 고운 마음이 들어있는 글귀에, 기분 좋은 율동감이 있어 따라 읽다보면 저절로 노래처럼 되어버린다. 동요로 불리워지고 있거나 아니거나 관계없이 말이다. 결국 처음에는 동시 읽기라는, 다분히 의도적(!)인 엄마의 꼼수(?)로 시작한 것이, 노래 부르기로 바뀌어 버렸다. ^^;
이 책에 실린 동시, 동요 중 내가 노래로 부를 줄 아는 곡들은 열 곡 정도가 된다.
우산 ... 깜장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이라고 부를 때면 둘째 아이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달 따러 가자 ... 장대랑 망태 들고 뒷동산으로 달 따러 간다는 발상도 재미있지만, 달을 따다가 불을 켜지 못하는 순이 엄마 방에다 달아드리자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기찻길 옆 ... 우리 집에서는 자장가 대신 부르는 노래라 다섯 살 꼬마도 곧잘 부른다.
나무를 심자 ... 산아 산아 파래라, 좀더 파래라 ~ 이렇게 부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시원하게 뚫릴 것 같은 느낌.
나란히 나란히 ... 끝의 한 소절은 자꾸 빼먹고 부르는 노래. 풀잎마을에 가서 제대로 들어봐야겠다. ^^;
퐁당퐁당 ... 온가족이 돌림노래로 불러보고 싶다.
맴맴 ...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많이 불렀던 노래인데, 첫째 아이는 나한테서 처음 들은 모양이다.
돌과 물 ...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제목이 '돌과 물'인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과학적인 상식(!)이 들어있는 노래~
산바람과 강바람 ... 시원한 산바람, 강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노래.
밤 한 톨이 덱떼굴 ... 내가 우리 첫째 아이 나이였을 때쯤 TV에서 '이 주일의 동요'로 보고 배웠던 노래. 아직도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
잠들기 전에 읽어주는 네다섯 권의 책 중 한 권을 이 책으로 하고, 열 곡씩 노래를 불러주다 보니 어느 날은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다시 잔꾀를 부린 것이, 책장을 넘길 때 한 곡을 건너뛰는 것. 워낙 많은 동시들 사이에 동요가 끼어있는 데다가 둘째 아이가 글씨를 모르니 '건너뛰어도 모르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책장을 넘기는 내 손을 막더니 앞으로 되돌아가며 하는 말,
"엄마, 맴맴 안 불렀잖아." ^^;;
그래, 미안하다. 엄마랑 노래 부르기로 했으니, 제대로 다 불러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