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를 가리기 시작할 무렵 <<똥이 풍덩>>과 <<끙끙 응가놀이>>를 보며, 응가를 하고 엉덩이를 닦고 물을 내리고 손을 씻는 과정을 놀이처럼 보았던 슬이.
이제는 제법 줄거리가 있는 그림책을 본다.
특별히 의도한 것도 아닌데, 이번 주에는 주로 '똥'과 관련된 그림책을 보게 되었다.
다섯 살 슬이가 책꽂이에서 책을 고르며 하는 말, "응가, 아이고 쿨내야 ~ "
언제 리뷰를 쓰게 될지 몰라 아이와 함께 읽은 '응가' 책에 대해 짧게라도 기록하려고 한다. ^^;;
이 책은 ... 아마도 두더지가 머리 위에 똥을 싼 게 누구인지 찾는 과정을 통해 동물들의 똥 모양과 색깔, 냄새 등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물론, 결말 부분에 있는 두더지의 복수도 재미있지만 ...)
나 같은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두더지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게(!) 쏴아악 쏟아지는 소똥에 질겁하여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돼지가 눈 똥에 코를 싸쥐는 반응을 보이게 되니, '똥'에 대하여 잘 그리고 쓴 책임이 분명하다.
슬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후 몇 주간, 오빠 용이는 슬이로부터 "오빠가 내 머리에 똥 쌌지?"라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그냥 웃어넘기면 되는 것을 용이는 얼마나 질겁을 하며 동생에게 따지는지 ... 결국 내가 나서서 "머리에 똥 싼 사람이 기분 나쁘겠니, 머리에 똥 맞은 사람이 기분 나쁘겠니?"라며 용이를 달래야 했다. (초등학교 3학년도 애이기는 매한가지 ^^;)
재미로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보다 덜하지만, '음식을 먹는 동물들은 누구나 똥을 눈다'는 사실과, '똥을 누는 방법도, 장소도, 모양도 다르고', '똥을 눈 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은 더 잘 알려주는 책이다.
토끼는 돌아다니면서 동글동글 조그만 똥을 누고, 사슴은 걸으면서 똥을 누고, 고양이는 눈 똥을 숨기고 ... 사람은 물을 씻어내리고 ... 사람과 여러 동물들의 '응가' 행동의 차이에 대해서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책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저녁마다 이 책을 읽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자신을 하찮고 쓸모없이 여겼던 강아지똥이, 자신의 몸을 녹여 민들레 꽃을 피우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는 이야기. 너무나 유명하여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이 이야기의 깊은 뜻은, 아직 슬이에게는 무리일 터.
그러나, 아이는 이번 주 내내 이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다. 그림에 나오는 강아지똥의 자세와 표정이 달라질 때마다 나름대로 해석을 붙여가며 ... 언젠가는 이 그림책에 대해서 지금과 다른 대화를 해볼 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