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는 무심코 들었던 선생님의 말씀들이 사는 중간중간 떠오른다. 
때로는 감명 깊었던 얘기도 있고, 때로는 사는 데 유익한 상식 얘기도 있고, 때로는 선생님의 오해에 대해 항의하지 못했던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억울한 얘기도 있다.

얼마나 기록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으나 ... 내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적어두려고 한다.
고민 끝에 고른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 아이의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이야기.

우리 아이 공부에 대해 묻는 대신,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는 내게, "공부에 대해 묻지 않고 친구 관계에 대해, 학교 적응에 대해 물어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던 선생님이다. 이 선생님께서 스승의 날 즈음에 보내주셨던 통신문은, 그 진심이 느껴져서 ... 두고두고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고학년을 맡았을 때는 선물을 받지 않는 제 나름의 뜻을 아이들에게 얘기했습니다만...
저학년 아이들게는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하다가 이렇게 통신문에 싣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선물은 아이들이 나름대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 자리 잡았을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던 사람으로 저를 한 번 떠올려 주는 것이며, 그 아이가 자신이 번 돈을 쓸 때 그 용도로 저의 선물을 살까 한 번 고민해 주는 것입니다.
그때 기꺼이 그 선물을 받겠습니다.

저는 올해 스승의 날이 아니라 20년 후의 스승의 날을 기대하며 살고자 합니다. 

이 선생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웠으니, 앞으로도 한두 번은 이 선생님 얘기를 더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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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9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특별한 통신문이라면 충분히 선생님 마음이 느껴집니다. 감동~~
하지만, 교육청의 지시로 일괄적으로 보낸 통신문에선 어떤 감동도 받을 수 없더군요.
선생님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교대가는 우리 딸에게 보여줘야겠네요. 멋진 선생님이에요~~

bookJourney 2008-02-09 12:28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분이세요. 일기장이 바뀔 때마다 앞면에 덕담을 직접 적어주시기도 했답니다. ^^

순오기 2008-02-16 09:28   좋아요 0 | URL
우리 큰딸이 요거 보더니 수첩에 적어두었어요.
친구한테도 전화로 말하더군요.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져 감동모드에요!

bookJourney 2008-02-16 17:35   좋아요 0 | URL
예비 선생님이 고운 마음씨를 가졌네요 ~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고 믿어요 ~~

세실 2008-02-0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이시군요. 이런 선생님 만나고 싶어요. 참 스승이십니다.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맺힙니다.

bookJourney 2008-02-09 15:28   좋아요 0 | URL
예~ 저희 아이의 1학년 선생님으로 이 분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물론, 그 후의 다른 선생님들도 좋으시지만요 ^^

마노아 2008-02-10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워요. 용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났군요. 새 학년에도 멋진 선생님 만나기를 함께 바라요~

bookJourney 2008-02-10 06: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틀림없이 마노아샘도 좋은 선생님이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