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ㅣ 책 읽는 샤미 52
김화요 지음, sujan 그림 / 이지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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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요 작가의 작품은 늘 어른조차 단숨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재를 다룹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에 그치지 않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선택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간접 경험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기 힘든 '만약의 상황'을 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미리 마주하게 하는 셈입니다. <전학생>도 그런 상황 속 여러 인물들의 선택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전학생>은 작년 8월에 초판이 나온 후 6개월 만에 벌써 4쇄를 찍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입니다. 읽어 보니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내가 모르는 사이에>와 닮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에 두고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한 명씩 따라가며 사건의 핵심을 쫓아가는 방식이죠. 이야기는 전학생 하도를 중심으로 아현, 혜정, 유신의 시선을 차례로 비추며 하도의 과거를 조금씩 밝혀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도가 직접 자신의 진실을 말하는 순간 독자는 하도뿐만 아니라 아현, 혜정, 유신의 입장도 이해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시시각각 감정이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하도를 배척하는 혜정이나 하도의 비밀을 함부로 말하는 아현을 보며 '대체 왜 저래?' 싶었거든요.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밝혀지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이런 과정은 비단 독서 과정에서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속마음을 모르기에 너무나 쉽게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아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인물의 진심을 확인하듯, 현실에서도 '저렇게 행동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라고 한 박자 쉬어 생각한다면 우리의 이해의 폭은 한 뼘 더 넓어질 것입니다.


    김화요 작가는 <전학생>을 통해 '이해의 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타인의 마음도 책처럼 펼쳐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덮여있는 책장 너머의 진실을 궁금하게 만드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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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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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한 뼘 반 ㅣ 다산어린이문학
황선애 지음, 이주희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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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가장 쉬운 글이 가장 깊은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안도현 시인이나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요. <우리 사이 한 뼘 반> 역시 깃털처럼 가볍게 읽히는 글이지만, 황선애 작가가 그 속에 담은 울림은 바위처럼 묵직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긴 호흡의 독서를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우리 사이 한 뼘 반>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동화책입니다. 큼직한 글씨와 넓은 행간 덕분에 독자는 문장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어요. 여기에 이주희 작가의 귀여운 삽화는 양말이나 줄자처럼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소재들을 적재적소에 등장시켜 몰입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이 책은 아주 명쾌하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는 어른들조차 종종 놓치곤 하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데서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 '찐친'이라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서로의 '방'을 지켜주는 적당한 거리와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요.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인 해라는 유주와 소위 말하는 '단짝'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공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지안이와 영웅이라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죠. 한 권의 책만 고집하는 것보다 여러 책을 골고루 읽는 것이 더 즐거운 것처럼, 한 명의 친구에게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친구와 어울릴 때 학교생활은 비로소 다채로워집니다. 아마도 이야기의 결말 다음에, 해라는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즐거운 매일을 보내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 사이 한 뼘 반>은 어린 독자에겐 관계의 기초를, 어른에겐 깜박 잊었던 관계의 예의를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얼마나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함께 나누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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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요정 뿡뿌 1 - 복수의 독방귀 ㅣ 방귀 요정 뿡뿌 1
최도영 지음, 윤담요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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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귀 요정 뿡뿌>를 읽는 동안, 그리고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어디선가 구린 방귀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보통 "책에서 구린내가 난다"는 말은 혹평이지만,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해요. 대체 그 기분 좋은(?) 구린내가 어디서 오는지 곰곰이 짚어보았습니다.


    먼저 방귀를 묘사하는 다채로운 의성어들입니다. 요정 뿡뿌가 등장할 때의 "뿡뿌루 뿌붕 뿡뿡!"이라는 리드미컬한 소리부터, 주인공 하나가 뀌어대는 여러 종류의 방귀 소리를 읽고 있으면 실제로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글만으로도 청각을 자극하는 최도영 작가의 위트에 감탄하게 됩니다.


    윤담요 작가의 삽화는 이 '구린내'에 색깔을 더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칭찬입니다!) 방귀는 색이 없지만 만약 눈에 보인다면 딱 이런 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방귀의 농도와 색감을 정확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삽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코를 킁킁거리게 되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직관적인 표현 너머 이야기가 주는 시원함입니다. 뱃속이 더부룩할 때 뀌는 시원한 방귀 한 방만큼이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거든요. 하나가 자신을 진짜 답답하게 했던 고민이 무엇인지 직면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순간은 그 어떤 방귀보다 통쾌합니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싶은 어린 독자들에게, 시원한 방귀 한 방 같은 <방귀 요정 뿡뿌>를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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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들의 하루 6 : 유리개구리, 곰팡이 그리고 DNA의 하루 ㅣ 이것저것들의 하루 6
서보현 지음, 이경석 그림, 이명섭 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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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아는 '발견'의 역사 속에는 늘 이름이 가려진 조연이 존재합니다. <이것저것들의 하루>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은 미립자 같은 작은 입자부터 대륙 이동설 같은 거대한 이론까지, 세상의 수많은 '발견'을 다루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존재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입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학습 만화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칸은 작고 글은 빽빽하지만, 그 속에는 지식뿐만 아니라 허를 찌르는 유머가 가득합니다. 마치 옛날 신문에 실리던 카툰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깨알 같은 글씨가 처음에는 접근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재미있는 농담과 유익한 지식이 가득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한 가지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서양의 여성 인물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빠 윌리엄 허셜과 함께 혜성을 관측하며 위대한 천문학자가 된 캐럴라인 허셜이나, 관찰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독일의 곤충 화가 마리아 메리안 같은 인물들은 서양의 과학자라고 하면 남성을 떠올리기 쉬웠던 어린 독자들에게 성별에 갇히지 않은 넓은 시야를 선사합니다.


    사실 우리가 배운 많은 '발견'은, 이미 그 땅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발견'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외부인이 처음 보았다고 해서 그것을 '발견'이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서구 중심적인 시각인지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하고 어렵게가 아니라, 어린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이 마추픽추를 '발견'하는 만화에서 원주민 소년이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알던 곳인걸요!" 하고 말하는 장면처럼요.


    '발견'은 원래 존재하던 가치를 알아보는 일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발자취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지식의 양만큼이나 '지식을 바라보는 태도'를 기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것저것들의 하루 6>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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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권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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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교무실 한구석에는 커다란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그 존재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바쁘게 오고 가는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할지 새삼스레 눈길이 갑니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의 화자인 식물들은 실내에서 자라는 관엽식물입니다. 이들은 길가에 있는 가로수나 산에 핀 식물들보다 훨씬 더 가깝게 인간의 삶에 맞닿아 있습니다. 책은 실내 식물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의 일상을 그려냅니다. 채색의 결이 고스란히 보이는 따뜻한 손그림 삽화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식물의 입장이 되어 인간의 삶을 관찰하게 됩니다. 책 속 일상은 말 그대로 '평범한 하루'지만, 화분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낯설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림책의 묘미는 본문뿐만 아니라 면지에서도 발견되곤 합니다. 이 책의 앞쪽 면지에는 빈 화분이, 뒤쪽 면지에는 식물이 심긴 화분이 그려져 있어요. 이렇게 앞뒤 면지의 구성을 다르게 해서 서사를 완성하는 책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독자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을 만든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은 흔하지만, 식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토록 정밀하게 그들의 시선을 담아낸 책은 드뭅니다. 특히 식물을 의인화한 것이 아니라 '식물 그 자체'의 시선을 그린 책은 더욱 그렇지요. 교실도서관은 채울 수 있는 장서의 양이 한정적이라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신중해집니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는 학생들이 편하게 자주 찾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준다는 점만으로도 오래 남겨두고 싶은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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