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째 열다섯 0 - 구슬의 시작 ㅣ 텍스트T 23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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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백 년째 열다섯' 시리즈는 여전히 저희 반 교실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즐겨 찾는 인기작 중 하나입니다. 조선 시대부터 살아온 특별한 존재가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간다는 매혹적인 설정, 신비한 구슬을 둘러싼 몰입감 넘치는 스케일의 대립,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싹트는 풋풋한 로맨스까지. 어떤 독서 취향을 가졌든 완벽하게 사로잡는 작품이에요. 그렇기에 이번에 출간된 프리퀄인 <오백 년째 열다섯 0> 역시 설렘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오백 년째 열다섯 0>은 시리즈의 주인공 가을이 '서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조선 시대, 야호가 된 지 오십오 년째가 되던 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강릉으로 옮겨 온 서희네 가족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역사 속 인물인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를 만나게 됩니다. 서희는 그중에서도 당시 '초희'라 불렸던 허난설헌과 우정을 쌓아가게 되지요. 야호가 된 지 반세기가 지나며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아 삶이 지루해지지는 않을까' 고민하던 서희의 삶에 찾아온 초희는, 새로운 사람이 한 사람의 세계를 얼마나 깊이 뒤바꿔 놓을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야호로서의 가을의 정체성 고민이나 종족 간의 다툼에 집중했던 1~4권과 달리, 0권은 서희와 초희의 관계성, 그리고 조선 후기 여성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초희의 삶에 집중합니다. 그렇기에 허난설헌이라는 실존 인물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역사 동화로 읽어내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삽화가 거의 없고 초등학생을 위해 쓰인 동화에 비해 글씨 크기도 작은 편이며, 2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라 다 읽는 데에 제법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한 시리즈의 팬이라면, 새로 나온 책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되려 설레고 기분이 좋지요. 뒤이어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를 다루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초희'라는 인물의 매력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채워줍니다. '오백 년째 열다섯' 시리즈를 사랑해 온 독자라면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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