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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신
한윤섭 지음, 이로우 그림 / 라임 / 2025년 11월
평점 :
어린이든 어른이든,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책으로, 영화로, 또는 뮤지컬로,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우리의 삶 역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제가 책담화를 통해 여러 책을 소개하는 것도 저의 이야기를 쓰는 셈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윤섭 작가의 신작 <이야기의 신>은 이렇게 우리를 둘러싼 '이야기'를 이야기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나'는 학교를 마친 후 집으로 갈 때마다 놀이터를 지나치곤 합니다. 놀이터 벤치에는 늘 한 할머니가 같은 책을 옆에 두고 앉아 있습니다.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책 제목을 슬쩍 훔쳐보는데, 내용이 하나도 없는 빈 공책 같은 그 책의 제목은 '이야기의 신'입니다.
할머니는 자신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고는 놀이터에서 목을 푸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만들어 들려줍니다. 신기하게도 그 이야기의 결말은 할아버지의 현재 상황과 같아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요. 이후 '나' 역시 놀이터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를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이 또한 현실과 닿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나'와 할머니가 만든 이야기들은 조금씩 현실과 이어지게 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대부분 놀이터에 머무르고 등장인물도 '나'와 할머니, 목을 푸는 할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천사' 정도입니다. 그리고 책 분량의 대부분도 '나'와 할머니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와 할머니가 나누는 이야기 속에 담긴 수많은 상상과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의 소재들은 모두 놀이터 주변에서 찾은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지만, 소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거든요.
또 <이야기의 신>은 쓸데없어 보이는 상상이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 힘이 되는가도 말해 줍니다. 하루 종일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해서 걱정을 하는 '나'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상상으로 가는 문(66쪽)"이라고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상상력이 꼭 필요하고, 상상력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응원해 줍니다.
한윤섭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 속에 살기에 우리도 스스로 이야기가 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신>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동화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도 제 삶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어쩌면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소재는 아니었을까요? <이야기의 신>을 읽은 오늘, 잠들기 전까지 내 주변의 소재들을 찾아보며 상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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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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