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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ㅣ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올해 초 경상북도에 대형 산불이 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강원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요. 저는 이 두 지역과는 거리가 꽤 먼 곳에서 지내고 있지만, 뉴스 화면을 통해 보이는 장면만으로도 그 무서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최근에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산불의 원인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산불의 크기를 더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 거대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어린 학생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진형민 작가의 <왜왜왜 동아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나름대로의 해답을 들려주는 동화입니다.
<왜왜왜 동아리>의 배경은 가상의 도시 '용해시'입니다. 푸른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록희와 박수찬은 자율동아리 시간에 대충 시간을 때우려는 마음으로 '왜왜왜 동아리'를 만듭니다. "아무거나 궁금한 것을 동아리 시간 끝날 때까지만 혼자 대충 파헤치면"되는 동아리에요. 이 동아리에 남몰래 록희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조진모, 며칠 전에 전학 온 한기주가 합류하면서 동아리의 성격이 조금 바뀝니다. 기주가 반려견 '다정이'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인데요, 기주는 얼마 전 발생한 산불 때문에 다정이를 잃어버렸습니다. 네 명의 아이들은 용해시에 자꾸만 발생하는 산불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고, 환경 문제와 지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진형민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그랬듯, <왜왜왜 동아리>에도 현실적인 고민과 개성 있는 인물,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답을 찾아가는 생생한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동아리 구성원인 록희, 수찬, 진모, 기주는 각자의 과거와 고민이 있고,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덕분에 누구 한 명이 영웅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행동하고, 그러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결국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변화를 이뤄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책은 산불이라는 구체적인 환경 문제, 가족과 지역사회 내에서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 그리고 우정과 첫사랑 등 일상적인 고민까지 다양한 주제를 담아냅니다.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여러 재료들이 모여 맛있는 요리가 되는 샐러드 같은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특별히 한 가지 관점으로만 읽지 않아도 되기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많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겠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여러 독자들을 다 함께 아우르는 이야기가 필요할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형민 작가 특유의 유머와 다정함이 녹아 있는 <왜왜왜 동아리>가 어린 독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길러 주기를, 그리고 변화의 씨앗이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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