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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63
제이콥 크레이머 지음, K-파이 스틸 그림, 윤영 옮김 / 꿈터 / 2021년 6월
평점 :
국수를 좋아하시나요? 면 요리를 사랑하는 어린이책 독자라면 <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의 표지와 제목에 금세 호기심이 생길 거예요. 푸짐한 국수 이야기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맛있는 국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트럭에 열심히 상자를 싣고 있지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 코끼리와 파리, 조수석에서 무언가 메모 중인 캥거루, 또 어딘가 불길하게 연기를 내뿜는 트럭 뒤의 굴뚝까지. 이 그림책은 국수라는 소재를 통해 더욱 깊은 주제를 전달합니다.
<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는 국수광코끼리가 만든, 무엇이든 국수로 만들어주는 '척척 만능 국수 기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행복마을에 사는 국수광코끼리는 친구들과 함께 '척척 만능 국수 기계'를 발명해 마을 사람 모두가 자유롭게 쓰도록 기증합니다. 국수 기계로 행복 마을에 여행객이 찾아오자 코끼리는 자신도 국수로 유명한 나라들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해요.
코끼리가 여행을 떠나던 그날, 행복마을에 돈 욕심이 많은 오카피가 도착합니다. 오카피는 행복 마을의 캥거루 시장에게 돈을 주고 국수 기계를 사들여 국수 공장을 세웁니다. 그리고 행복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유하던 것들을 가져다가 국수로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중국과 일본을 여행하던 코끼리는 이 소식을 듣고 황급히 행복마을로 돌아갑니다. 과연 국수 기계는 다시 행복 마을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은 국수라는 친근한 소재와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통해, 공공재의 개념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동시에, 이런 사회적 주제에 아직 관심이 적은 저학년이나 취학 전 아이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합니다. 행복 마을의 개성 넘치는 동물들을 구경하거나, 코끼리의 세계 여행에 맞춰 세계의 다양한 면 요리를 찾아보아도 재미있거든요. (코끼리가 중국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한국은 빼놓았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잔치국수와 냉면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무엇보다 눈길을 끈 점은 '무엇이든 국수로 바꿀 수 있는 국수 기계'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표지의 제목만 봤을 때는 밀가루를 넣으면 국수로 만들어주는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속에서는 베개를 넣으면 라비올리가 되고, 신발 끈을 넣으면 스파게티가 되는 식으로 상상력이 가득 펼쳐집니다. 이런 설정을 표현하기 위해 앞쪽 면지에는 다양한 물건 그림이, 뒤쪽 면지에는 그 물건으로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국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책을 여러 번 앞뒤로 넘겨보게 되는 재미도 있답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오카피 같은 인물이 우리 마을에도 있을지 모른다'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습니다. 행복 마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공동체의 소중함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각자가 어떤 마음과 행동을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신선한 소재와 개성 있는 그림,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함께 전하는 그림책, <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를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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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어린이책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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