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후의 선택 - 제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70
김태호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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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편의 단편이 담긴 이 책은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짧고 낱말도 어렵지 않아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독해력을 갖춘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난 후, 이야기의 의미를 곱씹기 시작하면 다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후의 선택>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이미 알고 있던 개념들을 조금씩 비틀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이 책담화의 제목을 '비틀린 이야기'라고 지어 보았어요.


    첫 번째 이야기인 '남주부전'과 표제작 '제후의 선택'은 우리가 잘 아는 <별주부전>과 쥐 둔갑 설화를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창 안의 아이들'과 '나목이'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머리를 띵하게 만들고, '게임 중',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나리꽃은 지지 않는다', '꽃지뢰'에서는 익숙한 존재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또한 '구멍 난 손'은 가족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이끌어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표제작인 '제후의 선택'과 '창 안의 아이들'입니다. '제후의 선택'은 쥐가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동화에요. 김우경 작가의 <수일이와 수일이>와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게 되는데, 같은 옛이야기로부터 완전히 다른 결말을 이끌어낸 이야기들을 읽으며 "작가들의 상상력이란 참 대단하구나!"싶어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창 안의 아이들'은 약간의 '서술 트릭'이 담겨 있는 이야기입니다. 서술 트릭이란 작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서술 트릭을 쓴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낚였다!'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 트릭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어 여러 번 읽게 됩니다. 이 작품 역시 서술 트릭을 모르고 한 번, 알고 나서 한 번, 이렇게 연이어 두 번을 읽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마다 다른 분위기로 그려진 노인경 작가의 삽화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곰씨의 의자>나 <책청소부 소소>와 같은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을 이미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매력적인 그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노인경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그림은 각 단편의 분위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고, 독서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동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노인경 작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후의 선택>은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 반전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주변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새롭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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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서가: 어린이책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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