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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 ㅣ 풀빛 그림 아이
마수드 가레바기 지음, 이정은 옮김 / 풀빛 / 2024년 2월
평점 :
5학년 2학기 국어 첫 단원의 학습 주제는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며 대화하기'입니다. 교과서에서는 공감의 첫 단계로 '경청'을 제안하고 있어요.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려면 우선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수 있을까요?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는 이란 출신의 작가 마수드 가레바기의 그림책으로, 어린 수다쟁이 물총새의 이야기입니다. 이란 작가의 그림책은 흔하지 않아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물총새는 말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남의 말을 듣는 것을 지루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물총새에게 아빠는 이런 조언을 하지요.
"네가 말을 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하지만 물총새는 아빠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고,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는 앵무새 무리를 찾아가 버립니다. 앵무새들과 신나게 떠들다 사냥꾼이 오는 것도 몰랐고, 결국 모두 함께 커다란 새장에 갇히게 돼요. 새장에 갇힌 물총새는 앵무새들과 탈출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하지만 앵무새들은 새장 밖에서처럼 쉬지 않고 떠드느라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물총새는 아빠의 조언을 떠올리고 조용히 앵무새들의 말을 듣기 시작합니다.
과연 어린 물총새는 무사히 새장을 탈출해 아빠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말을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잠시 참고, 다른 사람의 말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자는 것이죠. 이 책은 이런 당연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앵무새들의 수다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입니다. 앵무새들이 하는 여러 말들이 삐뚤빼뚤한 글씨가 되어 그림책의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갑니다. 한 줄씩 읽어 보면 앵무새들이 제법 흥미로운 말을 하고 있어 재미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정신이 없게 느껴집니다. 굳이 이야기를 읽어 보지 않아도 앵무새들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요.
앞서 말했던 국어 1단원에서 좋은 학습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원을 마친 후에야 이 책을 발견하게 되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과 함께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꼭 함께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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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어린이책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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