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32):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강남 사장님>

강남 사장님 - 2020년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30
이지음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0년 7월

    요즘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뭐니?" 하고 물어보면, "유튜버요!" 하는 대답을 자주 듣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조금은 먼 존재를 말하곤 했는데, 요즘은 보다 가까운 사람을 떠올리는 듯합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내는 방식이 익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강남 사장님>은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들의 뒷이야기를 조금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어떤 고민과 갈등을 만들게 되는지도 보여주는 이야기예요.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즘 어린이들의 관심사와 고민을 영리하고 매력적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두 명, 아니 한 명과 한 마리입니다.

    한 명은 초등학생 김지훈이에요. 지훈은 원래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머니, 동생과 함께 서울 변두리의 원룸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지훈은 자신이 이렇게 불행해진 이유가 단지 '돈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돈만 생기면 원래 살던 아파트로 돌아갈 수 있고 인생이 다시 행복해질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열심히 찾아다니다가 고양이 '강남'을 만납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고양이 '강남'은 말도 하고, 유튜브도 운영하고, 스스로를 '사장님'이라고 칭하는 고양이에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귀엽고 도도한 고양이 이미지와는 다르게 아저씨 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연히 강남의 집사 겸 아르바이트생이 된 지훈은 강남의 똥오줌을 치워주고, 옷을 세탁하고 다려 주는 등 신변을 관리하는 동시에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고, 댓글을 다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됩니다. 지훈은 처음에는 강남에 대해 '돈을 좋아하는 이상한 고양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강남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점점 마음이 바뀝니다.

    강남에게 고용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지훈은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그리고 강남의 아파트에 살던 때만큼이나 지금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는 것도요.

    사실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교훈은 많이 들어온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제는 진부할 수도 있는 이 교훈을, <강남 사장님>은 고양이 유튜버라는 독특한 설정과 개성 있는 인물들 덕분에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풀어냅니다. 돈이 많으면 자신의 문제가 다 해결될 거라고 믿는 아이들에게 "진짜 중요한 건 뭘까?" 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과 현실, 돈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책이 필요하시다면 <강남 사장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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