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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옥 실종 사건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6
전여울 지음, 가지 그림 / 사계절 / 2023년 1월
평점 :
5학년 2학기 사회 시간에는 한 학기 동안 우리나라 역사를 배웁니다. 학생들의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교실도서관에 역사책과 과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를 마련해 두었어요. 그런데 역사책은 종종 읽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역사 동화는 역사를 정말 좋아하는 학생이 아니면 잘 읽지 않았습니다.
왜 역사 동화는 잘 읽지 않으려고 할까 싶어 가만히 살펴보니 배경지식이 적어 접근하기 힘든 것 같았어요. 많은 역사 동화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사건을 잘 모르면 어리둥절한 채로 읽게 되고, '읽는 맛'이 나지 않아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역사 동화라고 하면 어렵거나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 동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윤초옥 실종 사건>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 않기에 역사 동화 장르의 입문작으로 추천합니다.
<윤초옥 실종 사건>을 읽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조선 시대 신분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즉 양반이나 천민 등 신분의 이름과 각 신분이 가질 수 있는 직업에 한계가 있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또 책의 주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진짜 나'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흥미를 끌기도 좋아요. 책의 삽화를 그린 가지 작가님이 한국과 동양의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그림을 전문으로 그리는 분이어서 삽화에서 조선 시대 한복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양반집 따님인 윤초옥과 떠돌이 사당패 꼭두쇠, 즉 대장의 아들인 한이해입니다.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꿈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초옥은 줄타기를 잘하고 싶고, 이해는 담장(화장)을 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초옥의 주변 사람들은 초옥에게 양반집 딸로서의 얌전하고 단정한 모습을 기대하고, 이해의 주변 사람들은 이해에게 줄타기꾼이 되기를 기대하지요.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 비밀스러운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읍니다. 초옥은 이해에게 자신이 가진 담장 용품들을 주고, 이해는 초옥에게 줄타기를 가르쳐 주기로 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처럼 <윤초옥 실종 사건>은 과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나'가 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나'가 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다룬 동화입니다. 자아를 찾기 위해 고민해 본 어린이에게는 공감을, 아이와 동화를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는 지금의 내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나'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기회를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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