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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굼벵이 주부.
처음에는 단순히 작가가 느리게 사는 주부의 삶을 그려낸 소설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류목록에서 외국에세이에 들어있는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제목에서 관심이 갔는데 분류에서 매력을 느꼈다.
에세이를 읽으면 왠지 작가와 친해지고 다가서는 느낌이 들었다.
주부들은 자신의 이름보다 주부라는 이름이 더욱 당연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누구누구엄마로 불리는게 더 익숙하고 그 분의 이름을 말하고 존칭을 붙이면 어색함을 느낄때가 있다.
식사시간에 식사를 준비하고,
또 가족들이 모두 먹으면 일어나서 치우고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얼른 일어나 빨랫거리를 들고 세탁기에 넣는다.
혹시 이런일들을 모두 주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집에서는 달랐다.
다른분들이 들으면 콧방귀를 뀌고 믿기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에서는 주부인 엄마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다.
식사시간에는 자신이 먹고 싶은건 자신이 요리했다.
무슨 요리건, 어렵건 쉽건은 상관이 없다.
요리의 폭은 넓으니까.
만들기 어려우면 만들지 않으면 된다.
자신이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니까 우리는 아쉽지 않다.
물론 엄마도 다른 주부들처럼 종종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식사후에도 마찬가지로 요일을 정해 각자 설거지했다.
만약 이 사실을 다른 가족들이 듣고나면 주부라는 사람은 좋겠다~하며 환호성을 내지르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런게 어딨냐며, 힘들겠다고 우리 가족들을 토닥일것이다.
하지만 힘들지 않다.
주부는 하나의 직업이 아니다.
엄마이고 아내이다.
그것도 매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우리가 하는 집안일의 양보다 엄마가 하는 양이 더욱 많다.
왜 모든 일은 다 엄마가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엄마는 집안일을 맡아 하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것이 아닌데.......
공부하느라고 힘들어 죽겠는데 집안일까지 해야 되느냐고?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일을 하고 사람을 대하는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고?
너만 공부한 게 아니다.
나도 학생일때가 있었다.
니가 그렇게 하기 싫어하는 집안일을 왜 엄마가 해야 하지?
주부니까, 엄마니까 라는 근거없는 변명들은 집어치우고.
그 정도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왜 나를 데려왔지?
이렇게 아름다운 나를 데려와 평생도록 함께 살고 싶었으면 그 정도는 감안했어야죠.
그럼, 그럴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소중한 나를 데려왔어요?
이 작품을 읽으면 주부들은 맞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다시금 떠올릴것이다.
그리고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모든 주부들이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고 높은 가치를 매겼으면 좋겠다.
아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기자신도 휴식이 필요하고 편안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비싼 커피숍에서 음악을 들으며 바깥 풍경을 관찰하며 구경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커피의 맛을 음미해도 그것은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주부들을 주부가 아닌 여성으로 커피숍에서 만날 수 있기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