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동안 몇번이고 나의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분명 이 집엔 <손톱>을 읽고 있던 나 혼자뿐인데 곁에 무언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 친구가 세상은 귀신반 인간반이어서 각 집마다 식구수만큼의 귀신이 산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귀신과는 달랐다.
라만고.
그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것이 내 주변을 배회하는 느낌.
나를 노려보고 나는 인식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느낌.

그것을 아는가?
미스터리 소설이나 추리소설, 공포소설을 읽을 때 그것의 결말이 맞아떨어지는 쾌감.
나는 그것을 느꼈다.
왠만하면 잘 맞춘 기억이 없는 내게 흥미로운 책이었다.
과연 내 생각을 맞을까? 하는 마음으로 결말까지 한순간도 작품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손에서 놓았을 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당신은 꿈에서 살인을 당했다.
하지만 꿈속에서 당신은 당신이 아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이 아니었고, 살인과 추악한 행동을 저질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살인을 당하면서도 누가 죽이는 지 모른다.
죽는 고통이 생생히 전해져오는 그 꿈을 꾸고 나면 손톱이 하나씩 없어진다.
아니, 라만고라는 무언가가 자신의 손톱을 하나씩 먹어치운다.
그렇다면 과연 마음을 놓고 잠들수 있을까?
6월 15일.
각각 년도는 다르지만 그 날과 관련된 이들이 드러난다.

라만고가 나에게도 찾아올 지 궁금해지면서도 두려워진다.
내게 라만고는 그런 존재로 인식되어간다.

살인을 비롯한 모든 추악한 범죄를 저릴렀던 사람들은 자신이 저릴렀던 죄악을 잊었다.
그것을 어떻게 기억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까?
그게 과연 인간으로서 가능할까?
자신이 저질렀던 죄로 인한 죽음. 그로 인한 고통.
순간 영화 [쏘우]가 떠올랐다
너무도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화였다.
그러나 그 영화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지 않는다.
모두 저지른 죄가 있다.
공포스릴러.
그것들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공포만을 안겨주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인생에서 혹여나  실수 한 적은 없는지 말이다.

잠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던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윽고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인지의 꿈 속에 나왔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저질렀던 추악한 범죄를 잊고 지냈다.
그러므로 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범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상의 시집 <오감도>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적합했다.
나는 없으리라.......
그런 추악하고도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적이 없을것이라.......
단정지으며 조용히 하지만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잠들기를 거부한다.
언젠가 공포소설을 읽고 비슷한 느낌을 받을때가 있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고 실존하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진실로 여길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것이라 생각하면서 가파른 맥박을 진정시켰다.

작품은 정말 말그대로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였다.
비릿한 피비릿내가 느껴지는 것 같았고, 나의 배와 몸에서 뜨끈뜨끈하며 끈적하게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또한 손은 바릇바릇 떨리는 것 같았고, 날카로운 손톱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싶었다.
눈은 마치 살인을 저지르는 그 사신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손톱으로 나를 죽고 있는 그 사신이란 녀석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기분이 어떠하였을까?
손톱.
자신의 신체 일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그것이 없이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 어떤 고통보다도 손톱이 없는 고통이 더욱 대단한 고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소설이지만 어딘가에서 실제로 라만고에게 손톱을 먹히고 악몽을 꾸는.
비로소 자신이 악랄하고 추악했던 살인범이라는 걸 알아버릴 사람이.
마치 존재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추천하는 작품이다.
다만 소스라치게 놀라운 이 작품에서 잠깐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니 꼭 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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