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함께하는 세상 여행 - 한옥연구가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213쪽의 부담 없는 분량이라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토지주택공사에서 일을 하다가 소설을 하겠다며 퇴사를 했다가 현재는 한옥 연구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저자의 그러한 이력에 걸맞게 문체도 유려하고 땅이나 집에 대한 관찰력도 뛰어나며 특히 안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롭게 배운 사실들도 적지 않다. 삼국시대 집 모양 토기에서 지붕옆에 툭 튀어나온 구멍이 굴뚝이 아니며 화로나 등잔불을 대신하는 보조 난방,조명기구인 고콜이라는 주장은 신선했고, 유럽에서 돌집이 발달한 이유, 한옥의 구들의 우수성 등에 대한 내용도 유익했다. 집을 새로 지을 때마다 새로운 성주신을 모시며, 산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한옥, 자연과 더불어 살며 하늘을 향한 소망을 나타내는 지붕구조 등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었다.

 

사료들도 적지 않게 다뤄서 설득력을 높였으며, 전반적으로 한옥의 우수성과 그 의미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이 돋보이는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옥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서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힘들거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다소 있었따.

 

마지막에 나오는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과 공자의 잠옷'은  무슨 의도로 쓴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공자의 잠옷 얘기'는 조금 이해가 된다. 바지도 없고 팬티도 없던 춘추전국 시대에는 잠을 자다가 속살이 보일 수도 있으므로 공자가 2.5m짜리 잠옷을 입었다는 논어의 기록을 언급하며 바지는 북방민족의 것이므로 우리가 중국에 바지를 전해준 셈이니까 우리 문화, 특히 한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는 주장이다. 흉노, 선비, 돌궐을 비롯한 수많은 북방민족들 사이에 슬쩍 우리 민족을 끼워넣은 점은 그냥 애교라고 하더라도 공자의 바지 이야기 앞에 왜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 얘기가 나와야 하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해가 되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옥의 티 하나 더. 한옥과 같은 비대칭적인 주택에 살아온 한국인들의 문화적 배경때문에 현대차 벨로스터와 같은 비대칭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는 주장은 좀.....

 

 

* 통찰력이 돋보이는 구절들

 

"양적인 성자을 추구하는 교회에는 아무래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한옥이 부자연스럽다." - 55쪽

 

"단군 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옛날부터 우리는 하늘을 최고신으로 섬겼다. 그러나 우리가 오로지 샤머니즘만을 가지고 역사를 헤쳐 온 건 중국과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 55~56쪽

 

"유일신이라는 믿음은 자기가 믿는 신이 제일 세다는 뜻에 불과하다." - 56쪽

  

 

출처 : BookC의 冊戀愛談 (http://blog.naver.com/grun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