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나라
이쓰키 유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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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보다 위태롭게 느껴지는 한국


자살을 막으려는 고스케, 자살은 유도하려는 자, 자살을 하려고 했던 10대

이들이 사는 일본은 한국과 너무 비슷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취업난으로 살아갈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 세대, 사회에서 고립되어 소리소문도 없이 죽는 사람들

그러나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자살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하단 점이었다.

일본 인구의 절반 정도 되는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이다.

거기에 소설 속 고스케가 운영하는 <레테>처럼 자살예방/상담 센터가 국내에 잘 구축되었는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VR 자살 게임인 <은빛 나라>의 이야기는 꺼림칙하면서 찝찝했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부분을 꼽자면 인간이 살고 죽는 이유였다.


첫 번째는 인간 때문에 죽고, 인간으로부터 파생된 무언가에 산다는 점이었다.


따돌림 당해서 자살하려고 했지만 게임으로 다시 살 이유를 찾은 자

사람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죽으려고 했지만 한 사람의 격려로 인해 살아가는 고스케

가족과 친구로부터 상처받았지만 다른 사람의 손길로 살기로 한 10대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상처 받아 죽고 싶었지만 사람이 내민 손길에, 그들이 만든 창작물 덕분에 살아갔던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인간은 인간에 의해서 죽고 산다.


두 번째는 적성이다.


고스케는 남이 자신으로 인해서 웃는 모습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능력을 바탕으로 자살상담센터 <레테>를 세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왕따를 당했던 고스케 친구도 게임을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찾았기 때문에 여러 고비 속에서 삶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능력을 발휘하는 일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은 보금자리이다.

어떤 역할이든 의무를 지녔는지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되고 머물 수 있는 곳

그 자체로 안정감을 주고 삶을 살아갈 이유를 준다.

보금자리는 일터일수도 있고, 가족, 친구, 또는 역할이나 규범일 수도 있다.


즉 결국 인간이 죽고 사는 이유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함께 살아갈 존재의 유무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고, 이는 소설 속 도시 사람들과 경찰의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타인의 죽음


새파랗게 질린 맨발로 뛰쳐나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는 도쿄 주거인들

자살 게임으로 누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가벼이 여기는 경찰들

둘 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노력도 안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라고 그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죽든 나의 삶을 이어지니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지는 않았는가?

차가울대로 차가워진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님의 신호탄이 아닐가?


결국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주는 사회가 되어, 자살을 막자는 메시지가 아닐까?



당신은 누구에게 공감했는가?


이런저런 죽음, 특히 자살에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면서 참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1마디에 새로운 삶을 산 고스케

한 친구 덕분에 역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고스케의 친구

가족의 죽음을 겪었지만 이제는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막는 동업자

가족과 친구로부터 상처 받았지만 다시 인간을 믿고 살아가는 10대

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며 수용되고 싶은 자


20대 초반이라서 같은 학생인 10대에게 가장 많이 공감했지만, 또 나이를 먹는다면 모른다.

지금은 좋더라도 역경의 순간이 올지도 모르고, 배신을 당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은빛 나라>가 열린 엔딩이라도 일말의 자비와 희망을 뿌린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님이 사용한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등불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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