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콕시대에 여행 준비의 기술에 관한 책을 내다니 박재영 작가가 시간의 적절성을 오판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 책의 머리말만 읽어도 너무도 적절한 시기에 나온 책임을 알게되었다. 여행을 못 가는 지금 시대에 작가는 여행 준비를 하는데, 이것은 그의 취미생활이라고 한다. "와! 이거 좋은 생각이네. 여행 준비하기를 취미생활로 만들기."


여행이 취미인 사람은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우울해지지만,  여행준비가 취미인 사람은 하나의 여행이 끝나면 그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책은 읽기 쉽고 재미있다. 작가님 성격이 글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박재영 작가님은 의사이지만 진료실에서 일하지 않고 저널리스트로 활동중이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YG와 JYP의 책걸상" 과 청년 의사 유튜브의 진행자이기도하다. 방송을 들을때도 박재영 작가는 날카롭지만 유머가 있다고 느꼈다. 책을 보니 그는 삶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었다.


나도 여행좀 한다는 사람인데 작가의 여행은 나와는 좀 달랐다. 나는 대중교통을 선호하는데 그는 렌트카로 드라이브를 즐긴다고 했다. 아말피 해변에서 드라이브하고 주차 티켓 받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그 곳을 택시로 여행했었다. 그런데 사실 아말피 해변은 뚜껑 열리는 렌트카가 가장 어울리는 곳이긴 하다.


나는 여행가면 계획대로 다 둘러봐야하기 때문에 정말 바쁜데 그는 느리게 여행하는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갈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그는 부모님과의 여행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날카롭고 궁시렁거리는 캐릭턱같지만 가슴 따뜻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이 걷는 것을 힘들어 하실 수 도 있으니 휠체어를 준비하라는 부분에서 "맞네. 이런 방법도 있군."하며 팁을 하나 배웠다. 엄마가 걷는 것을 힘들어 하시니 여행가기 힘들다는 생각만 했던 내가 약간은 부끄러웠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은 여행 준비의 고수임을 인정했다. 그의 여행지를 보면 작가는유명한 곳보다도 특별한 곳을 선택했다. 미국의 폴링워터 소개글을 보며, 그게 피츠버그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 주변에서 몇 년 동안 살았는데도 나는 알지 못하였다. 폴링워터라는 건축물을 텔레비젼에서는 보았지만 그 건물이 펜실베니아에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의 제라니움 식당 방문기도 인상적이었다. 코펜하겐에 있는 최고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하는 일을 하셨다. 바로 새벽에 시간 맞추어 예약 사이트 들어가서 '광클'하기. 세계 최고의 식당들은 한 시즌의 예약이 아이유 콘서트 티켓 예매와 비슷하다고 한다. 첫번 째 식당은 모두 매진되어 실패한 후 두번 째 식당의 예약일에 신속한 '광클'로 예약에 성공하고 방문한 최고의 식당 경험. 좋은 식당은 특별한 경험과 이야기를 제공하고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다고한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세계테마 기행'을 시청함으로써. 박재영 작가는 텔레비젼에서 하는 여행 프로그램은 빠지지 않고 보며,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구글 지도에 별을 찍어 두고, 미리 공부도 해 둔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의 wish list에 있는 여행지에 다녀온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를 경청하며 정보도 얻고 사람의 마음도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여행공부를 시작했고, 이게 생각보다 여행 못 가는 지금 이 시기에 위로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의 배신 - 마이클 포터가 파헤친 거대 정당의 위선
마이클 포터.캐서린 겔 지음, 박남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올 가을 '나는 악마를 보았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가 본 악마는 바로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이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듯 사람들을 선동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인종 차별을 공개적으로 발언한다. 자신의 승리는 엄청난 자랑거리이고, 자신의 패배는 무조건 부정이라고 주장하는 '뚱뚱한 거북이'( CNN 앵커인 앤더스 쿠퍼의 표현). 기후 문제에 있어서는 미래 세대에게 히틀러에 버금가는 악명을 남길 역사적인 대통령. 뭔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날까? 내가 아는 미국인들중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실제로는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에게 표를 주었다. 강한 이미지로 미국을 강하게 일으킬 것이라는 선동된 믿음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은 트럼프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말리지 않고 함께 편드는 공화당의 배운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는 '코비 스프레더 Covey Spreader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란 뜻)'라 불리며 많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까지 그들의 권력을 지키려는 행동을 이 책 '권력의 배신'을 읽고 이해했다. 이 시대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마이클 포터가 설명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는 우리 나라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확실히 잘못되었다. 많은 미국인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민주주의도 여러 역사적 사건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진화해 온 형태이다. 시스템이 잘못 작동되고 있고, 그 원인이 설계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면 당연히 그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저자인 마이클 포터와 캐서린 겔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정치 산업이 된 현재의 선거제도와 입법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일까?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처음 부분은 현재 미국 선거제도와 입법제도의 문제점과 정치 산업이 고객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태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한 사실이 설명된다. 두번째 부분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에 관한 그들의 주장이 담겨져 있다. 


미국에서 정치 기능 장애가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양당 제도가 정치의 모든 권력을 휩쓸게 되는 시스템, 그것이 문제라고 한다. 현재 미국 시스템은 자기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는 이익추종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는 민간 산업체와 같다. 그런데 산업체는 고객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 이 정치 산업체는 국민이라는 고객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당의 예비 선거 유권자와 로비스트들에게만 관심 있다. 그들은 당의 이념과 당 간부들의 가이드라인이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 우선이다. 왜냐고?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금태섭 의원'이 왜 옳은 말을 함으로써 잘못된 사람으로 인식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미국의 양당에서 국민을 위한 중도 온건파는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예비 선거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로 살아남으려면 간부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거대 양당은 힘을 키우기 위해 선거와 입법 매커니즘을 그들에게 최적화해버렸다. 그리고 현안되는 문제는 무조건 미루어 미래세대에게로 보내버린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똑같다. 새로운 선거 제도와 입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나? 비판만으로 변화를 이끌 수는 없다. 뭔가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많은 책들이 문제만 쑤시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도 이 책은 정치 혁신을 위한 방법을 제안했고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21세기에는 정치라는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바꾸어버려야 한다. 선거와 입법에 관한 규칙을 바꾸어 버리면, 정치에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정치인들이 취하는 태도를 바꿔 그들이 만족시키려는 고객, 유권자도 바꿀수 있으며 시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잘못된 두 가지 요소는 '정당 내 예비선거'와'상대다수득표제'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최종 후보 5명 선출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예비 선거에서 초당적으로 5명을 최종후보로 선출하고, 본선거에서는 순위선택 투표 (RCV: Ranked Choiced Voting) 를 하는 것이다. 투표 용지에서 1위부터 5위까지의 후보자를 선정하여 투표하는 방식인데, 한 명의 후보가 50%이상의 1위 표를 얻으면 선거가 끝난다. 하지만 50%를 넘는 후보가 없으면 5위를 달성한 후보의 표를 모아서 그 사람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표를 분석하여, 2순위에 투표한 표를 살려 최종 표 집계에 넣는다. 이런 식의 선거 방식은 1위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2,3위도 중요하게 되므로 후보자들은 다른 후보자 공격을 멈추고, 정책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방식을 쓰게 되면 현재의 거대 양당이 아니더라도 선거에 나올 수 있으며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즉 지금의 독점에 가까운 복점을 깨뜨리고 정치하는 이들이 국민을 위한 일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선거 방법은 우리 나라에도 좋을 것 같다. 양당이 중심이 된 상황에서는 상대당을 공격하면, 우리 유권자들은 어쩔수 없이 덜 나쁜 사람에게 투표할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 실현 가능한 멋진 정책을 가지고 유능하게 정치하는 사람들을 국회로 올려 보냈으면 좋겠다. 짬뽕이냐 짜장이냐의 선택이 아닌, 새롭고 맛난 다른 식단을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이 우리에게도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엔딩 크레딧 - 빨간 마후라 신영균의
신영균 저자, 박정호.김경희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영균은 92살의 한국 원로 영화 배우이자 사업가이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본 적 없었고, '빨간 마후라'라는 노래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그는 한국 영화사의 산 증인이다. 그의 책을 읽으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알게 되어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한국 전쟁 후 우리 나라는 가난했고, 많은 책과 영화들을 보면 지독히도 못 살았었던 것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 1960년대에 많은 한국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나라가 가난하다고 예술과 문화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연극도 공연되고 영화도 찍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1957년에 우리 나라 개봉 영화관이 11개였고 재개봉관을 합하면 48개의 극장이 있었다고 한다. 1961년에 영화<마부>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여 한국 영화 최초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 되었었다고 한다. 1964년에는 한국과 홍콩의 합작 영화 <비련의 왕비 달기>가 촬영되었다. 60년대에 벌써 합작 영화를 만들었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1964년에 신영균씨는 <빨간 마후라>로 아시아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의 역사가 이토록 오래되었고 발전되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지금은 TV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영화를 보며 외국의 드라마나 영화도 안방에서 손쉽게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TV도 흔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유행했던 것 같다. 명동과 을지로에 영화를 보기 위해 긴 줄을 섰고, 재개봉관에서는 좌석에 앉지 못해 서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빨간 마후라 영화를 촬영할 때는 실제로 군인이 뒤에서 총을 쏘며 연기를 하여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했다고 한다. 지방 촬영을 가던중 사고가 나서 죽을뻔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도로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았고, 차의 성능도 안 좋았으니 지방 촬영 그 자체가 큰 위험이었을 것이다.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북한에 납치되어 영화를 촬영하다가 탈출해서 나왔다고 했는데, 김정일이 그들의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그들을 납치했다고 했다. 그의 영화 상록수로 인해 한국에서는 새마을 운동이 일어났고, 북한에서도 북한판 상록수 영화를 요청하여 신감독이 납치 기간 동안 촬영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상당했던 것 같다.


나느 90세 이상을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 쓴 책을 읽으면 무조건 감동한다. 그들이 살아온 삶은 한국 격변의 시대를 다 경험한 역사이다. 일본의 식민지, 광복, 6,25전쟁, 가난, 산업화, 5.18, 민주주의, 경제 발달까지 모든 역사를 본 산 증인들이 아직도 우리와 동시대에 살아가며 우리에게 역사를 이야기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오신 분의 책에는 얄팍한 우리의 철학을 뛰어넘는 삶의 교훈이 있다고 느낀다. 신영균씨의 책 '엔딩 크레딧'은 한국 영화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발전 과정을 겪어왔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이 함께 있어서 읽기 편했다. 책도 이쁘고 내용도 좋고, 이런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성공하고 싶은가. 그러려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라. 

그리고 끝까지 해라. 다른 지름길은 없다.

지극히 상식적인지만 상식을 벗어난 진실은 없다.

성공의 사다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준비와 예열이 없는 도약과 폭발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p50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앨리스는 사람 이름 같지만,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에서 나오는앨리스는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의 이름이다. 목장과 목동으로만 구성되어져 여성이 살 수 없는 도시를 앨리스처럼 발전시킨 한 여성의 도전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라는 소설은 1899년생인 네빌 슈트가 썼다. 2차 세계대전과 전쟁후의 영국, 말레이반도, 호주가 배경이 되는 소설이다. 이런 지역이 배경이 되는 책을 읽어보지 않아 그 배경의 독특함이 내게는 큰 읽을거리를 제공한 책이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마트라섬을 침략한 일본인과 영국인 여성 포로들에게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진 패닛은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녀는 말레이반도에서 일하던 중 다른 영국 여성들과 일본의 포로가 되었다. 일본군인들은 그 여성 포로들을 돌보아주거나 풀어줄 마음 없이 그냥 여기 저기 뺑뺑이만 돌리게 된다. 백인 여성은 자기 지역에 있으면 일도 못시키고 식량만 없애기 때문에 자기 지역에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그 포로들을 일본 병사 한 명과 멀리로 보내버린다.


더운 지방을 거의 맨발로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야 했던 여성 포로의 힘듦과 이질과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들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절망을 느낀 그녀들의 삶이 너무도 처절하게 다가왔다. 그런 곳에서 진 패닛의 혁명적이고 긍정적인 시선과 언어 능력 그리고 협상력이 빛을 발했고, 백인 영국 여성들이 말레이 여인들처럼 적응하며 전쟁에서 살아남게 된다. 진패닛은 소설 인물이지만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1권에서는 말레이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진패닛이 영국에서 외삼촌에게서 유산을 상속받는 이야기가 나오고 2권에서는 사랑을 찾아 호주로 가게 된 진 패닛의 개척과 성장의 삶이 나온다.


전쟁 직후의 호주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호주인 모두가 영국을 고향으로 생각했고, 영국인 입장에서 보면 생활의 모든 면에서 낙후된 삶을 살고 있는 곳이 호주로 그려진다. 그 당시의 호주는 목장과 목장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무선 통신으로 하루에 두 번 겨우 연락을 취하며 사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여 한 동네에 미혼의 여성은 두 명밖에 없었다. 소설이 허구라고 하지만, 그 시대의 호주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고 나는 그런 시대적 특성을 처음 대하다 보니 상당히 흥미로왔다.




'나에게도 혹시 진과 같이 엄청난 유산이 생긴다면 어떨까?'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영어에서 가정법을 배울때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이 바로 이런 질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 이런 질문을 싫어했다. 오늘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에서 나는 내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진 패닛은 그 돈으로 말레이로 가서 자신을 도와준 말레이 여성에게 은혜를 갚는다. 그리고 호주에 가서 여성이 살아갈 도시를 건설해 나가는데 자신의 유산과 열정을 쏟는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자신의 돈을 지키고 더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일에 갑작스러운 돈을 쓸수 있을까?


나는 시골 한적한 곳에 북카페를 만들고 싶다. 큰 수익이 없는 곳이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충전을 줄 수 있고, 나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이될 것 같아서다. 유산이 있다면 수익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 타인에게 살아갈 힘을 더해주는 일에 돈을 써도 좋을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불안과 혐오의 경계, 50일간의 기록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곳에 가면 두려움이 생기고 평소와 다른 나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이성적일 때의 나와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은 바로"두려움"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질병이 바로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라는 낯설고 강한 바이러스에 우리는 이성적일 때와 다른 모습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는 책을 읽으며두려움이 만든 사회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 나라는 코로나에 잘 대처해왔다. 그러나, 확산 방지에서는 탁월했지만,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려라는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쓴 저자 청년 지호씨의 글이 이런 부분을 잘 드러내 주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운 없음에 너무도 속상했고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에 화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종교나 개인적 부주의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운이 나빠 걸리는 것이다. 감기가 걸리는 것에 우리는 이유를 걸어 그 사람을 정죄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린 것만은 꼭 걸린 사람과 그 주변 환경의 요소가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겁 많은 강아지가 선제적으로 더 무섭게 짖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런 강아지는 겁이 많아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가 자기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짖는 행동을 보인다. 우리도 코로나로 인해 겁이 나기 때문에, 더 큰 소리로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에게 주홍글씨를 박아두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청년 지호씨는 우한 바이러스 소식을 조금 빨리 알았고, 이미 KF94 마스크를 200장 구매해서 남보다 빠르게 바이러스 대항 준비를 한 사람이었다.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6명의 친구와 식사를 했고, 그 중 한 명이 비말을 퍼뜨렸는데, 옆자리도 아니고 대각선으로 앉은 지호씨만 코로나에 걸렸다. 친구의 양성 판정에 자신은 자발적 자가격리를 하고 있던중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입원한 후 지호씨가 한 일은 사람들에게 전화 걸고 사과하고 "왜 조심하지 않았냐"는 질책을 듣는 일이었다.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모두 지호씨의 잘못처럼 몰아갔다. 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의 태도를 좀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지사지. 내가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은 왜 안하는 것일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관심 없는 듯한 태도가 싫다.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위로해주고 빨리 낫게 기도해주는 마음을 보여주는 태도가 정말 성숙한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지호씨 주변에도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지호씨가 50일만에 퇴원을 하며 격리 해제가 되었지만, 회사는 다시 3주 재택근무를 요구한다. 회사 사람들이 지호씨 보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이유이다. 너무 과장된 행동 아닌가? 이미 항체가 형성되었고 국가에서 공식적 퇴원을 시켰는데도 자신들의 두려움으로 지호씨의 삶에 또 한번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다.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호씨는 회사를 결국 떠나야만 했다. 코로나 완치자가 원래의 직장에 돌아가지 못한 사례는 이미 많이 들은 이야기지만 아직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한 사회적 가이드 라인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의 직장인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회사에서 아웃된다는 생각에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그로 인해 코로나블루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과잉된 반응은 환자도 일반인도 모두가 고통을 받는 상황을 만들며, 서로를 향해 차별과 배제라는 아름답지 않은 화살을 쏘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제 우리 곁에 상주하고 있는 시대에 돌입했다. 코로나 환자에게 주홍글씨를 박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한다. 청년 지호씨도 말했듯이 이제는 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코로나에 걸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자세하게 기록해둔 책이다. 입원 과정, 입원체크 리스트. 병원 경비, 식사 및 치료 과정, 의료진의 헌신, 퇴원과정등.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입원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적혀있다.


코로나라는 적을 알아야 이길 방법도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인류의 생존에 보내는 경고가 아니고 인간의 더러운 인격에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한다는 김지호씨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모든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애쓰고, 사람들에게 코로나 환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려준 김지호씨에게 감사 하고 싶고, 그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