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배신 - 마이클 포터가 파헤친 거대 정당의 위선
마이클 포터.캐서린 겔 지음, 박남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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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나는 악마를 보았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가 본 악마는 바로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이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듯 사람들을 선동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인종 차별을 공개적으로 발언한다. 자신의 승리는 엄청난 자랑거리이고, 자신의 패배는 무조건 부정이라고 주장하는 '뚱뚱한 거북이'( CNN 앵커인 앤더스 쿠퍼의 표현). 기후 문제에 있어서는 미래 세대에게 히틀러에 버금가는 악명을 남길 역사적인 대통령. 뭔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날까? 내가 아는 미국인들중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실제로는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에게 표를 주었다. 강한 이미지로 미국을 강하게 일으킬 것이라는 선동된 믿음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은 트럼프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말리지 않고 함께 편드는 공화당의 배운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는 '코비 스프레더 Covey Spreader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란 뜻)'라 불리며 많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까지 그들의 권력을 지키려는 행동을 이 책 '권력의 배신'을 읽고 이해했다. 이 시대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마이클 포터가 설명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는 우리 나라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확실히 잘못되었다. 많은 미국인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민주주의도 여러 역사적 사건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진화해 온 형태이다. 시스템이 잘못 작동되고 있고, 그 원인이 설계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면 당연히 그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저자인 마이클 포터와 캐서린 겔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정치 산업이 된 현재의 선거제도와 입법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일까?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처음 부분은 현재 미국 선거제도와 입법제도의 문제점과 정치 산업이 고객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태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한 사실이 설명된다. 두번째 부분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에 관한 그들의 주장이 담겨져 있다. 


미국에서 정치 기능 장애가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양당 제도가 정치의 모든 권력을 휩쓸게 되는 시스템, 그것이 문제라고 한다. 현재 미국 시스템은 자기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는 이익추종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는 민간 산업체와 같다. 그런데 산업체는 고객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 이 정치 산업체는 국민이라는 고객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당의 예비 선거 유권자와 로비스트들에게만 관심 있다. 그들은 당의 이념과 당 간부들의 가이드라인이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 우선이다. 왜냐고?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금태섭 의원'이 왜 옳은 말을 함으로써 잘못된 사람으로 인식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미국의 양당에서 국민을 위한 중도 온건파는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예비 선거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로 살아남으려면 간부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거대 양당은 힘을 키우기 위해 선거와 입법 매커니즘을 그들에게 최적화해버렸다. 그리고 현안되는 문제는 무조건 미루어 미래세대에게로 보내버린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똑같다. 새로운 선거 제도와 입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나? 비판만으로 변화를 이끌 수는 없다. 뭔가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많은 책들이 문제만 쑤시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도 이 책은 정치 혁신을 위한 방법을 제안했고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21세기에는 정치라는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바꾸어버려야 한다. 선거와 입법에 관한 규칙을 바꾸어 버리면, 정치에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정치인들이 취하는 태도를 바꿔 그들이 만족시키려는 고객, 유권자도 바꿀수 있으며 시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잘못된 두 가지 요소는 '정당 내 예비선거'와'상대다수득표제'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최종 후보 5명 선출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예비 선거에서 초당적으로 5명을 최종후보로 선출하고, 본선거에서는 순위선택 투표 (RCV: Ranked Choiced Voting) 를 하는 것이다. 투표 용지에서 1위부터 5위까지의 후보자를 선정하여 투표하는 방식인데, 한 명의 후보가 50%이상의 1위 표를 얻으면 선거가 끝난다. 하지만 50%를 넘는 후보가 없으면 5위를 달성한 후보의 표를 모아서 그 사람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표를 분석하여, 2순위에 투표한 표를 살려 최종 표 집계에 넣는다. 이런 식의 선거 방식은 1위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2,3위도 중요하게 되므로 후보자들은 다른 후보자 공격을 멈추고, 정책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방식을 쓰게 되면 현재의 거대 양당이 아니더라도 선거에 나올 수 있으며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즉 지금의 독점에 가까운 복점을 깨뜨리고 정치하는 이들이 국민을 위한 일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선거 방법은 우리 나라에도 좋을 것 같다. 양당이 중심이 된 상황에서는 상대당을 공격하면, 우리 유권자들은 어쩔수 없이 덜 나쁜 사람에게 투표할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 실현 가능한 멋진 정책을 가지고 유능하게 정치하는 사람들을 국회로 올려 보냈으면 좋겠다. 짬뽕이냐 짜장이냐의 선택이 아닌, 새롭고 맛난 다른 식단을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이 우리에게도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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