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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칸타타
김병종.최재천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평점 :
예술가 김병종과 과학자 최재천의 생명을 향한 찬가를 담은 책, <생명 칸타타>.
책의 전반부는 김병종의 생명을 향한 노래를, 중반부에는 두 사람의 대담을, 후반부에는 최재천 교수의 생명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화가이면서도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병종, 과학자이면서 글을 쓰고 유튜브 방송을 하는 최재천 교수, 두 사람을 보면 도전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글도 잘 쓰는 두 사람을 보면 평범한 인간으로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전반부의 생명을 예찬하는 글을 읽으며 나도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명을 묘사하는 어휘가 다양하고 적절하며 살아있어 글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생명의 역동과 전율을 느꼈으니까.
봄만 되면 날리는 노란 송화가루. 시골 살면서 미세 먼지보다도 송화가루를 더 성가신 것으로 여기게 되었는데 김병종 교수는 그 송화가루의 생명력을 예찬했다. 그에게 송화가루는 생명을 향한 여행이었고, 노란색은 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었다.
"그토록 소멸해갈 것이라면 저 노란 점들은 왜 저토록이나 아름답고 몽환적으로 태어나 떠나는 거일까. 아름답지만 슬프다. 몽환의 구름처럼 떠가던 그 송화분분. (P37)"
“안코라 임파로 Ancora Imparo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87세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완성하고 비계에서 내려와 한 말이다. 몸도 불편한 노인이 비계를 오르내리며 얼굴로 뚝뚝 떨어지는 물감과 땀을 견뎌내었고, 그 결과 그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느꼈다. 김병종 교수는 지금도 이 말을 되뇌이며 내면을 응시하며 ‘나’로 부터 ‘나’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나도 "안코라 임파로"를 외치고 살고 싶다.
김병종 교수의 글에는 열정과 배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 최재천 교수의 글에서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을 통해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는 그의 생각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생각철학이 있다. 그것이 나를 전율하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의 마음이 충만해진다.
생명을 바라보는 최재천 교수의 시선은 현재의 순간만을 바라보기보다는 거시적이다. 우리의 삶을 죽음이라는 한계성 있는 생명으로 보지 않고 영원히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로 바라본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결국 유전자뿐이라고.
인간만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생각에도 다양한 반론을 제기한다. 나무가지를 사용하여 흰개미를 잡아먹는 침팬지의 예를 들면서. 반려인으로 살아온 나는 강아지들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행동하는 것을 관찰해왔기에 인간만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생각에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여긴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이 세상을 점점 더 아름답고 밝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것이라고.
배움과 나눔보다 더 인간적인 행동은 없다. (P228)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물론 나의 호기심보다는 딸을 위한 교육적 목적이 컸지만. 최재천 교수는 자연사박물관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하다고 했고, 그의 주장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자연사박물관을 그저 죽은 동 식물들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연사 박물관이 첨단 연구의 메카이자 미래 산업의 산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이 가지는 학문과 환경의 중요성은 말할 나 위도 없지만 그 경제적 가치 또한 엄청나다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국민 여가활동의 질적 향상에 기여 하여 경제적 가치는 정량 화 하기도 힘들 정도다 더욱 분명히 해야 할것은 생명공학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제시장의 경쟁력이 바로 국립 자연사박물관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p201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