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 다른 세대, 공감과 소통의 책·책·책
옥영경.류옥하다 지음 / 한울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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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길면서 특이하다. 제목만으로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감이 안 잡힌다. 저자는 두 명인데 그들의 이름은 더 특이하다. 독특함은 항상 내 시선을 끈다. 이 저자들이 누굴까 검색해 보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옥영경'씨는 '자유학교 물꼬'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나이 스물둘부터 길 위에서 공교육에 맞서기도 하면서 공교육이 다루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을 하며 살아왔다.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함을 고집한 삶을 살아온 자의 시선을 만나고 싶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있고 그의 이름이 '류옥하다'이다. 아마 양쪽 부모의 성을 따른 것 같은데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


류옥하다는 16세까지 공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학교에서 살림을 도우며 성장했다. 그는 보통의 아이들이 PC방을 다니고 게임을 할 때 산과 들을 뛰어다녔고 학원을 갈 때 도서관에 박혀서 책을 읽었다. 그의 어머니 옥영경씨는 그가 어릴 때 엄마의 일정이 있을 때면 아들을 도서관에 보내었고 그러기에 도서관이 곧 보육 시설이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류옥하다는 17세가 되면서 제도권 교육에 참여했고 지금은 글 쓰는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엄마와 아들이 책을 읽은 경험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생각들을 글로 주고받았다. 엄마 세대와 청년 세대가 바라보는 다른 관점도 존재했지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생각들도 책을 통하면 접점이 존재했다. 그들의 삶의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았기에 더욱더 책을 붙들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류옥하다는 책이 책을 부른다고 했다. 좋은 책은 삶에 역동성을 주고, 그것이 쌓여 가며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든다고. 그래서 책은 세상의 해상도를 높여 삶의 많은 영역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했다.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책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어머니 옥영경은 책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삶이 책을 일으키고 책이 삶을 세웠다. 수행하고 밥 짓고 차를 달이고 청소하고 들에 나가 풀을 뽑고 아이들을 만났고, 그리고 책을 읽었고, 그것이 다시 날마다의 삶을 안내했다."


저자는 세상이 납작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며 그 속에 사는 사람들도 다 개성 있다고 여긴다.

"어떤 생명도 납작한 것은 없다.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이기로야 사람인들 모자랄까.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것은 그저 단선적인 '시간'인데, 삶은 울룩불룩한 '공간'이다. 하여 사는 일이 자주 멀고 길고 깊다. 삶 앞에서 무슨 나이가 있고 성별이 있겠는가. 우리 모두 산다. 모두 수고롭다. 저마다 애닮고 처처마다 사연이라. 뭐가 이렇게 쉼 없이 뛰어다녀야 하나. 삶은 자꾸 우리에게 힘을 내기를 요구한다. 사는 일이 어째 자꾸 힘을 내야 살아진다. 그게 삶이다. 삶의 속성이 그러하다."(p193)



스마트폰을 쓰고 새벽 배송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십 대 아들과 산과 들을 오가며 진정한 교육을 꿈꾸고 실천하는 오십 대 엄마의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는 책을 중심으로 미래를 꿈꾸고 삶을 껴안는 깊이 있는 시선이 담겨있는 공감과 소통의 책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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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라 불린 사람들 -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사이먼 재럿 지음, 최이현 옮김, 정은희 감수 / 생각이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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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한다. 일을 하기 전에는 나와 관련 없다 생각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이제 내 삶에 그들은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들을 만나고 함께하면서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이 알고 싶어졌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백치라 불린 사람들>이었다.


저자인 사이먼 재럿은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오랫동안 일했고 학습 장애에 대한 연구를 하는 역사가이자 작가다. 나는 이런 책을 원했다. 온전히 발달장애인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


요즘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이슈는 바로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이다. 이들이 어쩌다 시설에서 보호를 받게 되었고 또 어쩌다 탈시설의 정책에 따라 시설을 나와야 하는지.

작가 사이먼 재럿의 연구에 따르면 18세기까지만 해도 지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들을 놀리거나 속이는 일이 있긴 했어도 대부분의 지적 장애인들은 지역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계몽주의적 사고와 중앙집권적인 관리 체계가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급기야 그들을 정신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시설에 가두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충격적인 부분은 백인들의 인종차별적인 시선이었다. 백치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인종을 넘어서서 개척시대에 만난 원주민들조차도 백치로 여겼다는 것이다. 백치들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기에 그들의 소유권과 각종 권리들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원칙을 다른 대륙에 살아가는 사람에게까지 적용했다. 그러기에 백인들은 원주민의 땅과 모든 것을 빼앗고 그들을 죽이기까지 한 것을 합당한 일로 포장한 것이었다.


백치를 유전적 실패물로 여긴 우생학 또한 지적 장애인을 감금하고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학대한 원인 중 하나였다. 작년에 베스트셀러였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으며 우생학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생학은 인류의 퇴보를 막기 위해 인종 개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달 장애인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또다시 인류적인 실패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들로 하여금 강제 불임 수술을 받게 했다는 내용을 읽고 경악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우생학과 나치가 연결되어 실제로 가스실로 향한 지적장애인들도 다수였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시설에서 살아가는 지적 장애인들의 삶이 이슈가 되자 다시 이들을 지역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장애인들을 시설에서 내보내는 일을 시작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탈시설정책은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삶이라기보다는 보호를 시설 아닌 외부에서 하는 개념이다. 시설에서는 여러 명을 돌보지만 탈시설하면 한 사람만 집중해서 돌보기에 그 비용이 사실 엄청나다. 이런 방법으로 과연 진정한 탈시설이 이루어질지 의문이긴 하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토록 깊은 연구를 한 작가 사이먼재럿의 열정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나도 이들을 위해 좀 더 관찰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주관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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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를 위한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석주원 옮김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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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회사를 위해 일하며 진정한 휴식이 무언지 모르고 사회가 만든 사다리를 충실히 오르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온 중년의 한국 남자들. 이들도 100세 인생의 절반인 50이 되면 인생의 두 번째 산을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평생 회사에서 살아온 사람은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정상이 너무도 가까운데 닿을 듯 말 듯 하니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상 도달에 성공한 자는 다음 산을 오를 준비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른 채 달려왔기에 인생의 다음 산을 준비할 마음이 없다. 그냥 정상에 머무르려만 한다.


정상 도달에 실패한 자도 오랜만에 자신에게 부여된 자유의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 평생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일본의 '가토 다이조'는 <50대 남자를 위한 심리학>을 통해 50대 이후 삶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인간의 나이에는 육체적 나이, 사회적 나이, 심리적 나이가 있다. 갑작스러운 은퇴를 하거나 새로운 준비를 하려는 중년은 자신의 심리적 나이를 알아야 한다. 이제껏 자신은 육체적 나이로 대우받고 사회적 나이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50대 남자를 위한 심리학>은 50대에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조언을 던져준다. 심리학 책이 익숙하다면 내용이 식상할 수도 있지만, 심리적 나이조차 알지 못하는 중년의 남성에게는 자신을 찾아가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왜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일까"


저자의 답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좋아하는 것이 없을 수 있을까?

삶을 살아오는 동안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태도보다 사회적인 자아를 더 중요히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무의식 속에 주어진 나를 향한 과제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을 방어하기 바빴기에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자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정말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 관심이 있는가?'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의 고유성을 만들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인생 후반기를 살아갈 '내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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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사겠습니다 - 자신과 고객 모두가 행복해지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만드는 법
최태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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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백화점을 잘 가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삶의 방식이 바뀌어버려서 더 이상 백화점이 내게 매력적인 장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아는 지인은 이사할 때 근처에 백화점이 꼭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오전에 백화점 문화센터에 들러서 취미 생활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신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둘러보아야 하고 혹시라도 깜짝 할인이 있는지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지인과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도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브랜드에 그다지 충성도가 높지 않은 나는 백화점 세일에 흥미가 없다. 나의 시간 소비 또한 중요하기에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나의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면의 성장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을 더 즐긴다.

 

돈과 시간의 소비가 일어나는 반복적 패턴인 라이프스타일은 사람이 꿈꾸는 삶의 모습을 투영한다. 모더니즘 시대를 살았던 우리는 물질주의가 중요했고 삶의 패턴이 획일화되었고 성공을 쫓아가는 삶을 추구했다. 하지만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는 개인의 행복과 선택의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타인을 모방하고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를 찾아서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반적인 제품이 지니는 기능적 가치를 넘어서 기업과 브랜드, 창작자가 지켜가는 가치와 이상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생각과 행동변화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출시하게 했다.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등산용품 기업은 자신들 회사의 진정한 주주는 창업자나 직원이 아니라 환경, 바다, 돌고래라는 포스터를 2014년에 만들고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지구는 지금 우리의 유일한 주주다>라고 주장한다. 새 옷을 사지 말고 해진 옷을 기워 입으라고 광고한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친환경이란 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파타고니아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나가는 소비의 형태가 이제 트렌트화되고 있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사겠습니다>는 진정한 나와 나만의 개성 있는 삶의 방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크리에티브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는 책이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발전시켜 독특한 사업 모델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책일 뿐만 아니라,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에 관한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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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이 순자 연대기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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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재미있고, 수상경력이 화려한 백시종이란 작가의 이름을 믿고 선택한 책이다. 삼봉이와 순자라는 이름이 풍기듯 이들은 전란을 전후로 태어났고 군부시대에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 소설은 스토리의 힘이 있다. 한국에서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난 삼봉이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배우고 달러를 모아 순봉무역이라는 사업을 시작한다. 아내인 순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대로 이화여대 영문과를 들어가서 미국유학을 가려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지만 현실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영어로 대화하고 큰 꿈을 가지고 살기에 삼봉의 인생 파트너가 된다. 둘의 인생은 시대의 혼란스러움을 드러내듯 친아버지조차 모르고 자라나지만 자기 자식만은 굶기지않고 잘 살게 하겠다는 의지로 살아간다.


문학소설에서보면 이런 사람들은 가난의 고리를 끊지못하고 끝까지 가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이 소설에서 삼봉과 순자는 큰 돈을 번다. 순자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아이들의 친 아버지인 이주삼을 이용하여 부동산 정보를 입수하여 부동산의 큰 손이 되고 순봉무역 한국본부를 경영한다. 삼봉은 순자의 경제력을 빌어 방글라데시로 넘어가 봉제공장을 설립하고 성공을 하게 되며 그 성공을 이끌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된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는 삼봉이 뻔뻔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끝까지 읽고보니 꼭 나쁜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로힝야족이 살아갈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고 난민들을 위한 숙소를 짓고 대안학교를 돕는 일을 하며 자신의 재정적 성공의 터전을 마련해준 사람들에게 이익을 다시 돌려주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나쁜걸로 친다면 임신 한 상태에서 삼봉을 속이고 결혼하여 두 자식을 나아 아버지도 자식들도 친자의 관계가 아님을 모르고 살아가게 하면서 자신은 이혼을 꿈꾸며 살아온 순자가 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순자와 삼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진국 탈출 의지로 인한 많은 정책들때문이었다. 그 정책들은 공정하지 않았고 대기업을 운영하며 술수를 부리는 자를 위한 정책이었지만 삼봉이는 어쨌든 그런 시대적 흐름을 이용하여 가난을 탈피하고 부를 이루었다.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은 한국의 군부시대에 어떤 경제적 정책이 있었는지 자세히 몰랐는데 수출장려정책의 장단점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8.3조치와 같이 기업인들의 부채를 없애주는 말도 안되는 정책도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의 절반을 이루는 방글라데시에서의 이야기 또한 재미있었다. 최빈국으로 달러를 벌기위해 방글라데시 군부가 많은 정책을 폈던 지라 삼봉이가 경제적 성공이라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이야기는 작가가 방글라데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관찰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뒷부분에 있는 평론에서 임정연 교수는 삼봉이와 순자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쟁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경제적 인간들)를 넘어 호모 레시프로칸스(homo-reciprocans:이 시대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로 호명되는 호혜적 인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한다고 했다. 삼봉과 순자가 완벽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행운이나 부정으로 취한 재화의 불의함을 알았고, 소유의 자격과 나눔의 도리를 헤아릴 줄 알았다고 평했다. 그런 소설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구성하여 이 시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물음까지 던져준 삼봉이순자연대기. 추천하고 싶은 한국 소설 한 편을 만나서 즐거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주관에 의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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