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이 순자 연대기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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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재미있고, 수상경력이 화려한 백시종이란 작가의 이름을 믿고 선택한 책이다. 삼봉이와 순자라는 이름이 풍기듯 이들은 전란을 전후로 태어났고 군부시대에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 소설은 스토리의 힘이 있다. 한국에서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난 삼봉이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배우고 달러를 모아 순봉무역이라는 사업을 시작한다. 아내인 순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대로 이화여대 영문과를 들어가서 미국유학을 가려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지만 현실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영어로 대화하고 큰 꿈을 가지고 살기에 삼봉의 인생 파트너가 된다. 둘의 인생은 시대의 혼란스러움을 드러내듯 친아버지조차 모르고 자라나지만 자기 자식만은 굶기지않고 잘 살게 하겠다는 의지로 살아간다.


문학소설에서보면 이런 사람들은 가난의 고리를 끊지못하고 끝까지 가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이 소설에서 삼봉과 순자는 큰 돈을 번다. 순자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아이들의 친 아버지인 이주삼을 이용하여 부동산 정보를 입수하여 부동산의 큰 손이 되고 순봉무역 한국본부를 경영한다. 삼봉은 순자의 경제력을 빌어 방글라데시로 넘어가 봉제공장을 설립하고 성공을 하게 되며 그 성공을 이끌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된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는 삼봉이 뻔뻔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끝까지 읽고보니 꼭 나쁜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로힝야족이 살아갈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고 난민들을 위한 숙소를 짓고 대안학교를 돕는 일을 하며 자신의 재정적 성공의 터전을 마련해준 사람들에게 이익을 다시 돌려주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나쁜걸로 친다면 임신 한 상태에서 삼봉을 속이고 결혼하여 두 자식을 나아 아버지도 자식들도 친자의 관계가 아님을 모르고 살아가게 하면서 자신은 이혼을 꿈꾸며 살아온 순자가 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순자와 삼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진국 탈출 의지로 인한 많은 정책들때문이었다. 그 정책들은 공정하지 않았고 대기업을 운영하며 술수를 부리는 자를 위한 정책이었지만 삼봉이는 어쨌든 그런 시대적 흐름을 이용하여 가난을 탈피하고 부를 이루었다.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은 한국의 군부시대에 어떤 경제적 정책이 있었는지 자세히 몰랐는데 수출장려정책의 장단점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8.3조치와 같이 기업인들의 부채를 없애주는 말도 안되는 정책도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의 절반을 이루는 방글라데시에서의 이야기 또한 재미있었다. 최빈국으로 달러를 벌기위해 방글라데시 군부가 많은 정책을 폈던 지라 삼봉이가 경제적 성공이라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이야기는 작가가 방글라데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관찰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뒷부분에 있는 평론에서 임정연 교수는 삼봉이와 순자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쟁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경제적 인간들)를 넘어 호모 레시프로칸스(homo-reciprocans:이 시대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로 호명되는 호혜적 인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한다고 했다. 삼봉과 순자가 완벽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행운이나 부정으로 취한 재화의 불의함을 알았고, 소유의 자격과 나눔의 도리를 헤아릴 줄 알았다고 평했다. 그런 소설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구성하여 이 시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물음까지 던져준 삼봉이순자연대기. 추천하고 싶은 한국 소설 한 편을 만나서 즐거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주관에 의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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