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마음 - 신부와 상담사가 보여 주고 들려주는 마음 이야기
이서원 지음, 김우중 사진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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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작가 이서원씨는 신부님이 되기 전에 사진사였던 김우중 님의 사진들을 보며 이 사진들에 스토리를 붙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신부님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베푸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진들이 그녀가 상담사로 일하며 느끼고 깨달았던 부분과 오버랩되었기 때문인 듯했다.



<보이는 마음>은 사진과 글이 함께 들어있는 책으로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그리 두껍지 않고 사진이 함께 들어있으니 읽는 부담이 없어 독서 경험이 많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다. 책은 무엇보다 내용이 좋아야 하는데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다. 너무 좋은 글들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이다.



소나기처럼 내리는 불운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나란 존재의 귀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장점을 찾아가게 하는 글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보아야 할 시선들에 대해 쓴 작가의 글은 독자의 반항적인 시선을 온화하게 만들어주고, 갈등과 긴장으로 뭉쳐진 어깨를 풀어주어 글을 통해 힐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버럭이와 피말이 대응법은 다혈질이라 무턱대고 버럭 화만 내는 '버럭이' 신랑과 살아가는 아내의 대응법이 소개된다. '피말이' 아내는 남편이 버럭한 이후로 밥을 주지 않고 잠자리도 회피한다. 한번 아내 앞에서 버럭 하면 기본 1년 동안 남편의 피를 말린다. 뭐든 빠르게 대응하는 버럭이와 천천히 모든 것을 풀어가는 피말이와 같이 사람은 정말 다양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기질이 어떠한지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힘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내가 있을 뿐입니다."p81



작가는 차 한 잔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연 하나를 소개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던 아들은 방황을 하다가 친구들과 패싸움을 했고 그 와중에 친구 한 명이 죽게 되었다. 너무 화가 난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하겠어!"라고 말하며 호적까지 정리해서 내쫓아버렸다. 그의 삶은 이후 불운의 연속이었고 그럴 때마다 자신은 "누가 날 좋아하겠어!"라는 말로 자아를 파괴시켰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는 자식에게 독이 되어 평생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했다.






사진 속 잔은 말하기 전에 이 말을 듣는 상대는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해 보라는 생각의 잔입니다. 좀 더 생각하고 말하라는 잔입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의 한 생이 달라집니다. 말은 원래 마음의 알갱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나에 대해 하는 말은 내 마음 밭에서 깊게 심어지는 씨앗입니다. 가족 사이의 말은 가깝다는 이유로 무례할 수 있어서 독한 말을 하기 쉽습니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란 말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자나 깨나 말조심'입니다. 독한 말은 정말 힘이 세니까요.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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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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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큰 눈과 오뚝한 코, 짧은 머리의 매력적인 '프랑수아즈 사강'의 사진이 하늘색 바탕에 새겨져 있는 책. 미발표 유작 소설 [마음의 심연]을 직접 마주하면 사강의 눈빛과 어울리는 책의 디자인이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 책 뒤의 가로쓰기 된 문구도 개성 있고 예뻐서 책의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신선한 재료들의 어울림이 샌드위치의 특성과 맛을 좌우하듯이 소설의 성공은 캐릭터들의 개성이 스토리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마음의 심연]에는 스스로를 정상이라 여기지만 독자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가족들과 정신병원에 가두어져 비정상이라 여겨지지만 정상인이 되는 길을 찾아가는 남자 주인공 뤼도빅이 등장한다.

 

사강이 창조해낸 캐릭터들은 책을 읽는 동안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쁜 인간은 아닌데 공감할 수 없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에 화가 나는데, 그럼에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윤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용납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설마 저 둘이 사랑할까?" 의심하다가 저들의 사랑이 발각될 것 같을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 해진다.

 

돈과 성공으로 교만한 아버지 앙리, 뤼도빅의 새엄마로 들어와 부의 풍족함을 누리지만 몸이 아파서 삶다운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상드라, 뤼도빅의 사랑을 받고 돈에 눈멀어 결혼한 냉혈한 아내 마리로르 그리고 상드라의 무능력한 동생 필립. 이들은 바로크 분위기의 고급대저택에서 우스꽝스럽고 저급하지만 비싼 인테리어를 하고 부를 과시하며 살아간다.

 

함께 모여 밥을 먹고 TV를 보지만 공감을 경험하지 못하며, 서로를 경멸하고 헐뜯는다. 오로지 돈에 대한 열망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었다. 뤼도빅과 마리로르는 젊은 신혼부부일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운전한 아내는 거의 안 다쳤지만 뤼도빅은 죽을 것이라 예상될만큼 다쳤다.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나지만 정신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2년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그를 병문안 온 가족들은 형식상 방문했을 뿐 아무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오로지 마리로르의 엄마인 파니만이 사위의 불행에 슬퍼한다.

 

아버지 앙리의 결단으로 퇴원하여 집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 뤼도빅은 가족들로부터 존재 자체를 무시당한다. 아내 마리로르는 그를 바보 취급 하고 폭언을 내뱉는다. 그는 죽음 근처까지 가서 살아난 운 좋은 사람이지만 가족들에게는 돈만 축내고 있는 멍청이였다.

 

그런 아들이 불쌍하여 아버지는 아들의 건재함을 알릴 파티를 계획하고 장모 파니에게 그 파티를 맡긴다. 파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예의 있는 여성으로 그 집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녀가 내뿜는 밝고 긍정적인 기운에 아버지 앙리와 사위 뤼도빅 둘 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도 사위도 아내가 있는 사람들인데 둘 다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사강의 상상의 폭의 진자가 너무 커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이틴 로맨스 같은 자극적인 스토리로 독자를 끌고 가지는 않는다. 사랑은 자신감을 잃은 자의 마음을 서서히 회복시켰고 오래된 습관 같던 가정을 스스로 끊어내는 결단을 하게도 했다.

 

등장인물을 욕하다가 각자의 약함이 드러날 때는 잠시 동정도 했다가 말도 안 되는 사랑에 위태로움을 느꼈다가 결론도 없이 소설은 끝이 나버렸다.

 

유작이라 결말을 못 쓴 것인지 처음부터 열린 결말인지는 알 수 없다. 결말을 상상할 때 나는 왜 말도 안 되는 그 사랑에 마음이 기우는지 모르겠다.

 

가독성 좋은 소설이라 금방 끝을 내었지만 사강이 왜 이런 설정을 했고 마음을 불편하게 한 등장인물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생각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문학늠 불편한 설정을 보며 나의 내면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마음의 심연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곳에 숨겨져 있던 본능의 끌림이 이렇게도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린 사랑은 소설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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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전범선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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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생의 비거니즘.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살고 싶다,>라는 에세이를 통해 만난 저자 전범선은 똑똑한 진보주의자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민사고를 나와 국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어른들의 눈으로 볼 때는 한량이 되어 버린 영재다. 글을 쓰며 '양반들'이라는 보컬에서 노래를 한다.

 


그는 조국의 딸 조민에 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특목고를 다닌 사람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댓글로 고생하는 조민이 처음에는 불쌍하게 여겨졌다. 자신은 특목고에서 부잣집 부모를 둔 아이들의 특권 의식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그들의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온지라 사람들의 관심이 지나치다고 여겼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특권을 누린 삶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공정한 사회와 능력주의에 대해 사회가 너무 과도하게 가치를 두고 있고, 자신은 능력주의를 부르짖는 공정한 사회 보다 사랑과 평화가 있는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타자의 불안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사랑의 능력자들 때문이기에 자신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의 시선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요즘 MZ 세대가 비건이 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를 전범선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후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약속만 하지 지키지 않는다고, 이웃집 불구경하는 태도로 빈말만 하니 결국 기후 위기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MZ 세대라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들이 패스트패션을 버리고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나 비거니즘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육고기는 안 먹고 생선은 먹는 사람)으로 몇 년 동안 살아왔지만 올해부터 플렉시테리언(상황에 따라 가끔씩 고기를 먹는 사람)이 되었다. 저자는 이런 라벨링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비거니즘'을 라이프 스타일이라 생각하지만, 그는 '비거니즘'은 정치사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비건' 아니면 '비건지향'이지 락토, 페스코 , 오보, 플렉시테리언과 같은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나 자신을 '비건지향'이라고 표현하기러 했다.

 


 


 

 


중년은 보통 건강을 위해 자연식물식을 하며 자연스럽게 채식의 삶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젊은 비건은 그 이유가 좀 다르다. '비거니즘'의 목표는 동물해방이다. 시민전쟁전 백인들은 인종 차별을 당연시여겨 흑인들을 동물보다 더 못한 종으로 대우했다. 지금 인간이 동물에 대한 우월의식으로 동물을 대하는 것처럼. 그는 지구를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종으로 동물과 인간은 평등하므로 살생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노예제도가 비인간적인 것으로 여겨져 폐지되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동물을 학살하는 폭력도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소망했다. 그와함께 그는 패미니즘에 대해서도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거니즘과 페미니즘은 살림으로 하나된다. 모두 생존과 공존을 위한 운동이다. 비거니즘은 우리의 밥상을 죽임이 아닌 살림의 먹거리로 채우는 것이 시작이다. 페미니즘은 남성중심 사회가 여성의 몫으로 할당하고 폄하했던 살림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육식주의와 남성우선주의는 이성의 언어로 지어진 철옹성 위에서 함께 군림한다. 둘은 동시에 해체할 수 밖에 없다." p35

비거니즘과 페미니즘에 관한 그의 시선은 상당히 진보적인 것이라 그의 다음 행보들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디지털 문명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사이보그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아이폰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이니 사이보그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글에 내 삶을 돌아보니... 사이보그가 맞는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사이보그들은 인스타와 같은 소셜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많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짬을 내어 자아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않으면 질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디지털 없는 삶도 정기적으로 도전해보길 권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곳은 산청이었다. 10일간 여친과 사이보그를 포기하고 흙집에서 살면서 글을 썼다. 그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떠올렸고, 초기의 수렵 채집인으로 살았던 인간의 삶도 경험해보았다. 수세식 변기가 없는 곳에서 통에 큰 일을 보고 스스로 그 똥을 흙에 묻는 것과 같은 일도 해보면서 그는 우리 생활의 편함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헌신이나 희생이 있음을 깨달았다. 학교 다닐때 편하게 먹던 밥은 엄마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사회가 돌아가는 체계속에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필수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고생이 있는 것이다. 편안함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삶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겼는데 , 젊은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것도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편함을 위해 누군가의 헌신을 당연히 여기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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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나를 위로한다 - 몸의 모성으로 나를 돌보는 12가지 몸챙김의 지혜
남희경 지음, 문요한 추천 / 생각속의집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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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움>의 '문요한'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추천한 책 <몸이 나를 위로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감탄했다. 현대 사회는 마음의 병을 가진 자가 너무 많다. 그런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우울한 이십대를 겪고 있는 나의 딸아이에게도 너무 좋은 책을 발견했다고 꼭 읽어보라고 카톡을 보냈다. 마음의 병에 관해 알려주는 많은 책들 중에서도 몸의 중요성과 마음과 몸의 관계를 강조하며 알려준 책을 이제껏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저자 남희경씨는 보통의 심리치료사와는 좀 다른 학업적 배경을 가졌다. 몸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치료사로 18년간 일했다. 무용을 전공했지만 몸과 심리, 그리고 치유에 관한 지적 열정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무용 동작치료를 전공했고, 상담 심리를 부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의 정신과 병동에서 정규직 심리치료사로도 일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힘들다는 소리보다 속이 아파서 소화가 안되어 밥을 잘 못 먹는다는 얘기를 오히려 자주 한다. 하루 종일 두통이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저자도 오랫동안 이런 속 병을 겪었다. 공황 장애를 겪은 적도 있다고 했다.



나의 주변에도 속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한 예로 나와 자주 교류하는 한 학생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가끔씩 손목에 자해를 한다. 그녀는 자주 속이 아프고, 두통을 겪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저렇게 먹고 어떻게 버틸까 걱정될 정도로 못 먹는 날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 때에 그녀를 붙들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그녀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너무나 오래 지속된 마음의 병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아픈지도 모른 채 몸으로 그 아픔을 대신하고 있었다.


상처를 받고 느끼는 감정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똑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예민한 사람은 더 많이 상처 받을 수 있다. 마음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할 때, 몸이 그 아픔을 대신한다. 근육통이 발생하고, 위경련이 오고, 장이 불규칙하게 활동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신체화(somatization), 즉 심리적 문제가 신체증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울 때는 감정을 완전히 차단하기도 한다. 살기 위해 심리적으로 도망을 가는 것으로 몸과 정신이 분리된다. 드라마에 가끔씩 등장하는 해리 현상. 이런 경험이 자주 일어나면 자신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감정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른다.

마음 대신 몸이 아픈 것은 우리에게 상처의 근원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얘기하는 몸의 신호다. 몸의 경고에 따르려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출구를 찾아 그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분열되지 않고 서로 온전히 조화로운 상태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온전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감각과 감정의 관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마음이 몸이라는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몸은 마음이 사는 집이다."



책에서는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몸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러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정말 따라 해보고 싶었지만 동작의 민첩성이 떨어지는 나에게는 그 방법들이 따라 하기는 쉽지 않았다. QR코드나 링크를 이용해 동영상으로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으면 더없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작가의 글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마음과 몸이 함께 아픈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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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사용법 - HOW TO USE Latin America
에스피노사 벨트란 리엔.연경한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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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내게 꼭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리라는 기대에 선택한 책이다. 한국인이 보는 시각의 책도 좋지만 이 책은 공동 집필한 책이라 '에스피노사 벨트란 리엔'이라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쿠바인이 직접 글을 썼다. 현지인에게 듣는 문화 이야기라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종종 라틴아메리카와 중남미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남미는 미주 대륙을 남과 북으로 가르는 지리적 개념이고 라틴아메리카는 앵글로 섹슨계와 라틴계로 구분하는 문화적 개념이다. (프롤로그에서)


라틴아메리카 사용법 이란 책에서 소개하는 국가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쿠바' 다. 여섯 개 나라 다 개성 있는 국가들이지만 이름과 굉장히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잘 알지 못하였다. 외국을 방문하면 그 나라가 처한 지리적 특성이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여행하면 경험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그러기에 여행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항상 설렌다.


책을 읽으며 발견한 것들


혁명가로 유명한 '체 게바라'는 쿠바 사람이 아닌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서구에서는 '체 게바라'가 프린트된 티셔츠나 기념품들이 유행이지만 오히려 쿠바를 포함한 남미의 젊은이들에게는 그가 전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지금은 독자적인 특성을 가진 장르 예술로 발달하고 있는 브라질 삼바춤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들의 춤과 원주민의 춤이 혼합된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세계 최대의 항구 도시다. 우리나라보다 뒤처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부에노스아이레스만큼은 세계적인 규모로 발달한 메트로폴리스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고층 빌딩과 마천루, 갤러리 등이 많아 특색 있고 화려하다. 반면에 러시아워가 심하기로 악명 높다.


칠레는 세계에서 제일 긴 나라인데 그 길이가 4300km로 서울 부산을 10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거리다. 불의 고리에 들어있어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 1960 년에는 9.4의 강진이 발생했고 8.0 이상도 20세기에 세 번이나 발생했다. 칠레에는 활화산만 500개나 된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스터섬의 '모아이석상'으로 유명하다.




책은 작고 얇다. 종이의 재질은 무척이나 좋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만큼의 정보가 있지 않았다. 그냥 개괄적인 소개로 끝나버려 라틴아메리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문화에 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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