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레나의 비밀 편지 - 꼭 알고 싶은 나의 몸 이야기
안명옥 외 지음 / 동아일보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은 후 내 머리 속에 떠오른 한 가지 생각

'남자아이들, 참 불쌍하다.'

시간이 없어서, 뭘 가르쳐야 할지 몰라서, 가르치고 싶지만 막상 가르쳐주려니까 쑥스러워서....

성장기에 접어든 딸을 둔 어머니 혹은 교사들이 '성교육'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 몇 가지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분명해지는 깨달음 한 가지는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실감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신의 몸에 대해 가르치고, 생명의 기적과 탄생의 고통에 대해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지 못했다가 이 책을 접한 후,고민은 70% 정도까지 해결되었다.

  우리나라 순정만화의 대모라 불리는 황미나 선생님의 가늘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쑥스럽고 부끄러우며 난감한 ' 성에 대한 지식들의 열 두살 여자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20명 가까이 되는 여자아이들이 한번씩 돌려 읽기를 다 끝낸 후, 책은 3년 이상 된 것처럼 너덜거렸다. 그것도 부족해 다시 빌려 읽는 아이도 있었다. 생각같아선 한 권씩 사서 안겨 주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사정으로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아이들에게 뭔가 한 가지는 해 줬다는 뿌듯함에 스스로 막 자랑스러웠다.

"애들아, 니들은 키스는 몇 살때 할지 계획 세웠어?"라고 물어 보면서 남자와 여자의 성욕구가 다르다는 것을 약간 알려 줬다. 쑥스러워 괴성을 지르면서도 아이들은 의외로 귀기울여 주었다. 마침 그 때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애정의 조건'이라는 드라마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선택의 소중함'에 대해 역설했다. ?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루나레나'와 '황미나 선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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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12 - 완결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만화책을 자신있게 소개했으며, 만화책을 구하기 위해 서점에 들러 입품을 팔았다. 그런 만화다, 불의 검은....

   따뜻하면서도 당당한 인간의 품성을 지켜 나가는 아라의 모습은 내가 여자임을 자랑스럽게 했다. 부족의 흥망성쇠를 가름할 '불의 검'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그녀라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깊은 산 속 아버지와 함께 살던 여리고 순수한 소녀가 제아무리 힘센 장정이라도 휘청댈 만큼 가혹한 운명에 맞서는 모습은 고맙고 감사했다. 자신의 운명을 헝클어 놓은 사람에 대해서조차 '인간적인 연민'으로 감싸 안는 그녀는 고스란히 인간의 형상을 갖춘 거대한 산이다.

  고통 없이 얻는 것이 없다더니, 제대로 된 이야기를 플어내기 위해 진득하니 서두르지 않은 김혜린 선생님께 감사하고 고맙다. 기다리기 지쳐 영영 끝내지 못하실까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해마다 발행되는 날짜를 살펴 나름대로 다음편 출간 예정일을 점쳐 보기도 했던 일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곧 주문한 책을 받아보면 알겠지만, 내 손에 도착한 책을 섣불리 펼쳐볼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하고 밥을 같이 먹다가 가끔 던지는 질문이 있다. 아이가 퍽 좋아할 것 같은 후식이 그대로인 걸 보면서 " 너, 이거 안 먹을 거야?" 그러면 아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아니요, 아껴 먹으려고요" 나도  어린이처럼, 제일 맛있는 음식일수록 나중에 먹기 위해 남겨두는 아이처럼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싶다.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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