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의 이해와 감상이란 참고서에 이 시의 주제를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애타는 기다림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이 시는 다름 아닌,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기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또한 작품의 이해와 감상을 덧붙여 놓았다.
김지하 시인은 '6.3 사태(1964)' 당시 대일(對日) 굴욕 외교 반대 투쟁에 참가한 이후 1970년대를 온통 도피와 체포와 투옥을 거듭하며 살아왔다. 오로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 만세'를 부를 날을 애타게 염원하며 절규하듯 살아왔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엔 많은 말이나 수사보다도 그의 양심 선언의 한 구절을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1975년 2월 동아 일보에 발표된 '고행 1974'와 인혁당 사건에 관한 내외 신문 기자 회견 내용이 문제가 되어 재수감되었을 때 정부에서는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세웠는데, 그 때 김자하는 방대한 분량의 양심 선언을 하게 된다. 다음은 그 중 일부이다.
"내가 요구하고 내가 쟁취하려고 싸우는 것은 철저한 민주주의, 철저한 말의 자유 ㅡ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자, 자유주의자이다. 내가 카톨릭 신자이며, 억압받는 한국 민중의 하나이며, 특권, 부패, 독재 권력을 철저히 증오하는 한 젊은이라는 사실 이외에 나 자신을 굳이 무슨 주의자로 규정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 대답밖에 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백성을 사랑하는 위정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피와 시민의 칼을 두려워하는 권력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