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이었던가.

해 저무는 물가에서 숨죽여 울던 내가

갈대의 울음 소리를 들었던 때가.

 

여전히 나는 눈부신 봄볕 아래에서 지그시 눈을 감으면 홀연히 그 해 겨울로 돌아가

서걱거리는 갈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요즘의 나는 울적하기만 하다.

아니 언제고 울적했던 나는 만성 우울증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웃을 일 하나 없는 삶이 얼마나 비극인가를 잔인하게 깨우쳐 주기 위해, 봄은

그리하여 소리없이 스치고

햇빛 찬란한 날들 속에서 속절없이 가슴만 태우고 살아가는 나는

눈물도 멎어버린 오늘,

미친듯 하루를 웃어버린다. 

 

지독한 편집증과 지리한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내 마음에도 봄이 왔으면 한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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