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메일이 왔다.

보이지 않는 전선을 타고 고향의 봄 내음이 전해졌다...

 

::: 백석, 고향(故鄕)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누구의 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중국 시인의 시였다는 것 뿐.

그 시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시인이 자신의 고향에서 왔다는 한 사람을 만나서 고향 소식을 묻거늘...

수많은 궁금증 다 접어두고

마을 어귀 나무에 올 봄에도 꽃이 피었냐고...

그 한마디로 그리운 고향 소식을 전해 듣고자 하더라.

어찌나 긴긴 여운이 감도는 시던지...

그 시가 요즘들어 자꾸 생각난다.

그 시를 대신해 이 시를 한번 두번...읽고 또 읽어보고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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