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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크로아티아 하면 떠오르는 것. 파란 하늘, 깨끗하고 선명한 바다, 그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해변의 붉은 지붕, 명랑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된 전통의상 그리고 다양한 과일. 유럽을 여행한다면 한 번은 지나가야 할 따뜻한 동네 같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그런 크로아티아에 대한 극찬의 연발이다. ‘여기를 가도 좋았고, 저기를 가니 더 좋았고, 거기는 어쩌다 갔는데 황홀했다’는 식의 나열. 그러나 말뿐인 광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제시하는 사진들로는 독자도 할 말을 잃게 할 정도였다.
저자. 이 사람 되게 궁금하다. 읽는 내내 ‘도대체 당신 누구세요?’라고 물어지게 한다. 저자 소개란에는 그냥 뭐 어렸을 때 바다 좋아했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 있었다 정도. 이 책 말고 제주도와 뉴욕에 관한 여행기 2권 있다는 정도. 남자이고 30대를 좀 넘긴 나이지만,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에 나는 말렸다. 무지 궁금하지만 그 흔한 블로그 주소하나 알아낼 수 없는 저자, 김 랑 이다.
아드리아 해에 줄을 대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모든 해안선을 죽 돌았다. 간간히 내륙으로 뻗는 동부 쪽도 잊지는 않았지만 그냥 뭐 바다와의 만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로, 또한 본디 그런 나라다. 위쪽부터 이스트라반도, 자그레브, 디나라 알프스, 달마티아 이 네 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설명하고 있는 여정은 차가운 바람이 이는 고풍스런 도시 ‘로빈’에서 시작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평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끝나고 있다. 그러나 저자에게는 첫사랑으로 운을 떼는 남아있는 사랑 잔재와의 동행이었고, 새로운 만남이 있었음을 수줍게 알려주는 여운으로 펜대를 놓고 있다.
크로아티아를 찍어댄 많은 사진들을 보았으나 그의 사진은 색의 경지를 구경할 수 있게 한다. 특히나 ‘푸름’에 있어서 그가 담아낸 다양하고 오묘한 어쩌면 신비하기까지 한 그 자연의 광채와 색감을 생생히 전달해 준다. 그야말로 ‘크로아티아 블루’이다.
바다도 좋고, 느껴지는 공기의 신성함도, 눈부시게 발광하는 태양도. 정 많은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도, 그리고 가슴 떨리게 공존하는 풍경들 다 좋았다. 그러나 그저 크로아티아가 가진 혹은 일구어낸 순수한 경치만을 담아냈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서적이 될 수 있었을까.
사진 한 장 한 장은 놀라울 정도로 그 곳과 독자를 가깝게 한다. 사진을 보면서 그 풍경에 감동받았고 셔터를 눌렀을 작가를 떠올리게 하고, 그것은 곧 찍은 그와 보는 나의 교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더 징한 게 있었다. 그는 왜 크로아티아를 ‘다시’갔고, 그 길을 걸으면서 그가 ‘거기서’계속적으로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적고 있다. 시를 쓰는 사람인지, 감성적인 눈요기에 취해 그런 문학적 표현이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저자의 여행기는 차별화되었고, 감정적으로도 몰입할 수 있었다.
누구나 여행, 특히나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리고 으레 그런 데를 가서는 ‘그런 것’들을 느끼고 싶어 한다. 쉽게 말해, 여행에 대한 감정까지도 계획하고 떠나는 이들이 있다. 저자에게서는 그런 인위적 필치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크로아티아를 가보지 않고, 이 책을 읽는 이들은 그에게서 그 나라에 대한 많은 ‘영감’따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훨씬 더 ‘블루’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