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여행
홍미선 지음 / 비주얼아트센터보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가볍고 산뜻한 표지. 동굴에서 보고 바다의 색은 점점 그 푸름의 깊이를 더하고 있었고, 파도의 거품을 막 걷어 올린 듯 한 구름이 천공을 가리듯 머물러 있는 사진이다. 서점에서 펼친다면 일각에 훑을 수 있는 얇은 사진첩이다. 이 ‘빛 여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사진들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찬찬히 감상하며 느끼고 싶었다.



작가는 홍미선. 1960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대학원을 거쳐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 대학원에서 영상예술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여러 전시회를 기획하였고, 주요 저서로는 ‘거울-사진에서 보여진 우리 여성 1880-1970’ 등이 있다. ‘여성’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설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최근에는 중남미를 여행하며 만난 태고의자연이 담고 있는 ‘빛과 자연’의 숭고함을 사진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책은 인위적 구분없이 ‘빛 여행’이라는 단일 주제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 자연을 담고 있고, 색채 또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푸른 바다, 잿빛 하늘 및 먹색바다, 에메랄드 빛 호수, 소금사막, 코발트색 빙하, 이끼로 뒤덮인 숲 등 자연의 숭고한 빛깔을 담백하게 담아낸 그림이 그윽하기도 하고 영롱하기도 하다.



그림은 저자의 선택대로 나열되었고, 규칙성이나 일관성은 찾을 수 없다. 저자가 특별히 한 마디 거들고 싶은 사진이 있었던 걸까. 아르헨티나의 거대한 웁살라 빙하와 빽빽한 구름사이 눈 내리듯 하얗게 빛이 투과하는 사진, 그리고 바다의 푸름이 먹물처럼 들어간 빙하의 사진, 그리고 녹은 빙하들이 강에 둥둥 떠있는 사진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저자는 연속적으로 한마디씩 던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어떤 연계성을 가지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 저자의 생각에만 몰입하여 독자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던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름, 모습, 말, 생각, 행동, 습관... 그 무엇으로 자신을 규정지을 수 있는가? (p. 26)

물질은 공하고 공한 것은 물질을 이루니... (p. 28)

모든 것은 변하고 인연 따라 흘러간다. (p. 30)



이외에도 금강경 구절을 곳곳에 한 페이지씩 장식하여 특정종교인 - 불자들을 위한 사진첩이라는 인식을 들게 했다. 사진과는 그닥 매치되는 않는 구절들을 저자 나름대로 끼워 넣었건만 오히려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사진뿐만 아니라 글로써도 저자가 독자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었다면, 아니 글이 사진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기능만이라도 충실하게 전달하고 싶었다면 저자는 조금 더 독자를 배려해야 했다. 왜냐하면 조잡한 글 덩어리들이 사진을 감상하는 독자의 개인적인 느낌까지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색감을 담아낸 타 작가들의 사진보다 ‘빛’에 둔 초점이 그리 뛰어난 사진도, 그렇다고 중요한 메시지나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울리지 않는 필력 또한 감상의 폭을 줄여놓았다. 쉽게 페이지를 훌훌 넘기기나 좋았고, 그렇다면 눈요기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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