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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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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일 버려대는 쓰레기가 제 3세계에 던져져서 어느 가난한 소녀 손에 잡히면 그걸로 20루피를 받아 목구멍에 풀칠하는 자원이 된다. 북한에서는 탈북을 시도할 때 브로커에게 드는 비용만 일인당 500만원이다. 그 돈이 없으면 압록강 건너다 총살, 중국 건너와도 공안에게 잡히면 북으로 호송행이다. 제 3세계에서는 배가 고파 선진국에 장기 파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돈을 벌기 위해 국제적으로 납치와 살인을 자행한다. 그 무엇에도 가격이 붙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돈이 무서운 것이다.

가격이 매겨지는 모든 곳을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설명해주는 책, 모든 것의 가격은 독자에게 실로 엄청난 통찰력을 선물하고 있다. 저자는 에두아르도 포터.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을 졸업, 런던 임페리얼 컬리지 과학기술의과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의 금융·경제부 수석기자로 입사하여 편집위원이 되었고, 많은 칼럼과 기사를 쓰고 있다.

이 책은 총 9가지의 가격을 다루고 있다. 사물, 생명, 행복, 여성, 노동, 공짜, 문화, 신앙, 미래. 단어 하나하나가 다 방대하고 추상적인 느낌이 있기에, 이것을 겨우 300페이지에 녹여냈다면, 겉도는 정의나 몇 마디 했으려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히 압축적이고, 내용은 버릴 게 없다. 경제적인 면을 기준으로 하여 꽤나 알찬 지식과 저자만의 통찰을 전달하고 있다.

나는 이 중에서 ‘공짜의 가격’파트를 유심히 보았다. 실제로 저자도 저작권과 관련한 이 파트를 굉장히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도서, 음악파일, 정보 등에 대한 무임승차 심리를 비판하고 무차별적 공급과 불법공유 시스템으로 쇠락해져가고 있는 관련 산업을 꼬집는다.

만일 정보가 진정 공짜가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p. 211)

20세기에 번영했던 미디어 회사들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음반사들은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과연 정보가 자연스러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우리의 정보 경제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든 그 안의 정보는 결코 공짜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p. 233)

나는 그렇게 확신하지 않는다. 저자는 폴 매카트니가 존에게 ‘수영장이나 하나 사게 곡을 쓰자’고 한 일화를 소개하지만, 그건 반세기 전 이야기다. 지금은 ‘정보’라는 것과 ‘공유’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현격하게 다르다. 지식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요자만큼이나 공급자도 증가했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방구석에서 혼자 카세트 틀어놓고 음악을 들었지만, 요즘은 인터넷 카페에만 가도 음악이 줄줄 흐른다. 예전에는 방구석에서 혼자 앉아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녹화해서 바로 유투브에 올린다.

언론의 정보, 공급자의 해박한 식견과 전문성 들어있어 차별화된 기고는 보호받아야한다. 그러나 클릭 한번 얻고자 낚시타이틀로 아우성인 기사들은 지금 시대에서 정보의 축에 들 수 없다. 만약 어떤 기사 한 줄 공짜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해도 개인이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에 올린 정보의 공급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의 미디어는 개인이 기자가 되어 직접 게재한 콘텐츠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소식(News)’정도로는 수요자에게 지불가치 있는 정보로 인정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업적인 목적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고급 창작물을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일이 만연해진 이 시점에서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공급자는 점점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교육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비단 ‘국영수’의 문제풀이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문화적 수준의 향상은 너도 나도 악기 하나는 다루게 하고, 음악적 다양성의 추구는 가창력 이상을 요구한다. 그럼 아무나 영감 받아 곡 만들어서 녹음해서 씨디에 저장하고 팔면 앨범이고, 소극장 대관 한번해서 포스터 붙여놓고 파워 블로거들에게 스크랩이벤트 좀 하면 공연 홍보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요즘은 비전공자들도 책 내고 공짜로 배포하고 전시회열고서 무료로 개방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언론계가 많이 죽었다. 저자가 관계자로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공짜의 가격’을 집필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한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는 지금의 죽어버린 정보가 다시 옛날 가격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것이 기술의 진보, 지식의 평준, 다양한 문화의 수용력이 향상된 지금 시기의 정보 거래가가 아닐까.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시각을 펼쳐주는 좋은 책이다. 배움이 깊고, 전달하는 저자의 필력도 상당하다. 현 정치경제의 관념들을 읽으며 세계인의 숙제가 어디 있는지 깨닫게 된다. 저자의 중립적인 태도, 특히나 종교적인 면에 있어서 종교인을 거슬리게 하지 않을 정도로 논리적인 전개가 훌륭하다. 다만, 재질이 좋아 생각보다 두껍고 무거우니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은 비추한다. 나는 좀 팔꿈치가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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