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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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녀의 자전가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광고를 보다 꼭 접하게 되는 카피, 그 카피를 만든 박웅현이 실제로 했던 인문학 강독회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바로 ‘책은 도끼다(북하우스 펴냄)’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요.

1강 시작은 울림이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원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문학 책을 통해 나름의 영감을 얻었다는 경험을 통해 이야기 한 겁니다.

주 내용은 읽은 책을 주제별로 소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내용이죠.

광고 카피를 만드신 분이라 그런지 인문학을 통한 다양한 경험과 독창성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작가와 책을 소개하면서 박웅현 만의 느낌이 담겨있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처음에 느낌이 와다가도 뒤로 갈수록 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읽을 때 좋긴 하지만요. 아마 저에게 생소한 인문학이라 그런 것같네요.

그래도 인문학을 통해 견문을 높이고 상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제 부족한 서평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광고를 이십사 년간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림, 음악, 영화 등에서도 분명 많은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기에 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p13 시작은 울림이다 中에서

우리는 우리의 문명사만 엄숙하다고 하잖아요. 그러나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나 하나의 인간사가 전부가 아닌 것이죠. 4월 말, 봄이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드러낼 때의 연둣빛을 상상해보세요.
- p28~29 시작은 울림이다 中에서 (이철수 소개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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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개가 행복하다 - 시나위 신대철의 음악 인생 그리고 바른음원 협동조합
신대철.김철영 지음 / 알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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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뛰는 개가 행복하다(신대철·김철영 지음, 알파 펴냄)’는 시나위 신대철의 음악 인생과 철학을 담은 책입니다. 신대철과 김철영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이 책은 저에겐 천천히 음미하듯 읽을 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1장 1986년, 시나위 1집이 발매되던 그해
‘김철영이 어떻게 시나위를 알게 되었는가?’로 축약할 수 있는 하나의 간증되시겠습니다. 김철영이 시나위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 책 또한 나오지 못했겠죠.
 
2장 크게 라디오를 켜다
전설의 가수 신중현의 아들로만 기억되던 신대철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인터뷰입니다. 한마디로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되었다’죠.

3장 시나위, 새가 되어 가다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 시나위 역시 시작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유로운 음악을 꿈꾸며 계속 음악인생을 이어가죠. 

4장 명반의 조건, 그리고 새로운 도전
서태지, 김종서 등 유명한 가수가 거쳐 간 시나위 그리고 신대철, 위기는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신대철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고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5장 여정의 시작 그리고 시민 신대철
수많은 여정 속에서 신대철을 중심으로 한 시나위는 새로운 맴버 영입과 함께 여정을 이어갑니다. 아버지 신중현 헌정 음악 참여, 영화 음악 도전 등을 말이죠. 그 속에서 신대철은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겁니다.
 
6장 아틀란티스의 꿈을 말하다
‘과거의 흔적을 뒤로 하고 새로운 흔적을 만든다.’ 제가 이 장을 읽고 마음에 드는 단락을 적으면서 느낀 점입니다.
 
7장 바른음원 협동조합
음원을 제값주고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든 ‘바른음원 협동조합’, 과연 신대철은 왜 이런 협동조합을 같은 음악인들과 함께 만들었을까요?
 
신대철과 김철영이 대화하며 나누는 신대철 그리고 시나위의 음악 세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와 친하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 실컷 했으니 된 거 아닌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도 그리 되길 바랄 뿐이다.
 
세상에 태어난 것에 꼭 숙명을 들먹일 필요가 있나?
이유는 자신이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지.
- p5 신대철의 말
 
이 책은 ‘고담’스러운 도시 대구에서 우울한 사춘기를 보낸 한 중학생의 가슴속 울분에 대한 해소책으로 긴 세월을 지나 기이한 경로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바, 신대철 음악의 독자성이 논증되었는지 여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 p8 김철영의 말
 
시나위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MBC FM <박원웅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록음악’이라는 특집을 진행했는데, 첫 날이 신중현이나 산울림이 아니라 시나위였다! 라디오 듣는 것 말곤 삶의 낙이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던 회색빛 대도시의 사춘기 소년은 채널 속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쇳소리를 듣고 아주 불쾌해하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귀를 기울인다. 그 쇳소리는 그날 밤 잠자리에 든 소년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체불명의 그 사운드를 끝내 떨치지 못하고 다음날 바로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음반을 사고야 마는데, 그것이 바로 시나위 1집 앨범이었고, 이 소년의 인생에서 제1호 LP판이 되었다. 그 앨범을 사고 나서부터 소년의 인생은 삐뚤어지기 시작했고, 흘러흘러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 p15에서
 
철영 시나위를 고3 때 만든 거네요?
대철 내 기억에는 고2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 박광현 형하고 어울려 다니다가 몇 명을 알게 됐어. 나보다 형들인데 밴드 한번 해보자 해서 같이 했거든. 모여서 팀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했지. 그러다가 ‘시나위’는 어떻겠냐고 내가 제안했어.
- p49에서
 
철영 형은 어떻게 버텼어요?
대철 힘들었지. 이십대 초반 1집, 2집 할 때만 해도 부모님한테 의존하던 시기잖아. 그런데 민기처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친구는 더 힘들었을 거야.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 우리 페이가 100만 원, 150만 원 이랬는데, N분의 1로 나누면 얼마 안 되었잖아. 30만 원으로 한 달 살아? 못 살잖아. 현실적인 걸 생각할 수밖에 없지. 반년은 견딜 수 있어. 그런데 이게 계속되면 이 짓 못하겠다, 그렇게 되는 거지. 김종서도 그렇게 부유한 환경이 아니었고. 다 그랬어.
- p87에서
 
철영 그런 식(서태지의 탈퇴, 솔로 데뷔)으로 솔로 데뷔하는 사람 기타 세션을 한 적이 전에도 있었어요?
대철 그때 시나위가 와해되고 할 게 없으니까 살 길이 막막하잖아. 그때 했던 게 세션 일이거든. 처음에 박광현 형이 자기 앨범을 하는데 기타 세션을 해달라는 거야. 그래서 했지. 그게 계기가 돼서 조금씩 하기 시작하니까 여기저기서 막 불러주더라고. 세션은 현찰 박치기니까 끝나면 돈을 바로 주잖아. 그러니까 벌이로는 괜찮았지. 일단 먹고는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이 길로 나가야 되나?’ 싶더라고.(웃음)
- p133에서
 
철영 형님이 지난번에 그런 말 했잖아. ‘산울림’, ‘사랑과 평화’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그럼 시나위 음악에서 신중현 음악은 영향을 준 게 별로 없는 건가요?
대철 기본적으로 내가 어렸을 때 음악을 많이 들었잖아? 음악이라는 게 뭔지 알기도 전에 아버지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거든. 영향 받는다는 게 다른 게 아니라 많이 듣는 거야. 많이 들으면 영향을 받게 되어 있어.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지.
- p161에서
 
철영 감독과 친분 때문에 한 거예요?
대철 그런 경우도 영입되어서 한 적도 있고. 크게 성공한 작품은 없는 셈이지. 영화음악은 항상 관심 있는 분야이긴 해.
- p167에서
 
대철 (선략) 윤호라고 건반 치는 친구 있는데 그 친구도 내가 처음 봤을 때 ‘천재인데’ 했던 애야. 지금 시나위에서 건반 한다고. 기타도 되게 잘 쳐. 그 친구는 이제 스물너덧밖에 안 됐는데 이미 잘나가. 편곡자로도 프리랜서로도. 시나위가 그런 친구들의 등용문이 되면 선순환 구조가 되잖아. 재능 있는 친구들이 나를 찾아오면 같이 작업하면서 시나위라는 크레디트가 생기고, 그 친구가 시나위 그만두고 또다른 업적을 세우면 계보가 생기니까. 그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더라고. 그리고 서로 부담 없이 하다 보면 나중에 좋은 기회에 같이 할 수도 있잖아. 넓은 영역에서 많이 받아들이고 싶어. 예를 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스쿼드가 다양해서 컵 대회 나가는 애들, 리그 나가는 애들 다른 것처럼 말야.
- p192에서
 
대철 (선략) 나는 요즘 흔히 얘기하는 진영 논리에 휩싸이고 싶진 않아. 뭔가 불합리한 것들이 보이면 어느 쪽이든 잘못한 게 있으면 호되게 비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다들 몸만 사리는 것같아. 비판 기능이 언더그라운드로 들어가 있으니까.(후략)
 
철영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겠어요? 그냥 한 명의 시민인 신대철에게 여쭙는 겁니다.
대철 이런 질문을 하면 누구나 똑같은 대답을 할 거야. 열린 사회로 가야 된다.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고…. 개소리 다 집어치우고.(웃음) ‘민생’이라는 말 자체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민생’ 그러면 빵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얘기거든. 이 말 자체가 갖고 있는 함의가 국민을 노예로 보는 거지. 빵 하나 던져주면 되는….
- p211에서
 
철영 실제로 음원 사이트에서 꽤 많이 팔린다 하더라도 실제작자,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몫이 터무니없이 적은 상황이라는 거죠?
대철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야. 단푼 스트리밍의 경우 권리자 정산액이 7.2원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 이용하는 상품은 무제한 스트리밍이야. 이 경우 곡당 스트리밍 가격이 3.6원이지. 그러니까 3.6원을 그 음원을 제공해준 유통사에게 정산해줘. 그러면 유통사는 거기서 수수료 20퍼센트를 떼고 약 2.1원을 제작사로 정산해주지. 저작권료는 0.6원, 실연권료는 0.36원이 발생하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봐. 세상 어디에도 10원도 안 되는 2원대 심지어 영점 몇 원하는 물건 본 적 있어? 아마 세상에서 가장 싼 물건이 한국 음악일거야.
- p23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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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워크
E. F. 슈마허 지음, 박혜영 옮김 / 느린걸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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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굿 워크(GOOD WORK, 박혜경 옮김, 느린 걸음 펴냄)’은 일 혹은 노동에 대해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강연서입니다. 당연히 저에게 읽고 이해하기가 힘든 책이었습니다.

일’이라... 저는 태어나면서 쭉 학교나 자격증을 통한 공부, 직장을 얻으면서 한 일을 하면서 ‘지겹지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외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일종의 ‘노동학개론’이랄까요?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읽고 1~9장까지 파트별로 간단히 분석해보았습니다.

1장 한 세기의 종말 앞에서
우리 삶에서 없어선 안 될 자원인 석유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슈마허는 석유를 가격이 비쌀 정도로 귀한 자원이 될 거라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값싼 자원이었던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았습니다.

2장 산업사회의 4대 죄악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에서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은 모두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도 뒤늦게 산업사회에 진입했고요. 하지만 산업사회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슈마허는 주장합니다.

3장 거대기술의 노예가 되어
잘 사는 나라들이 개발한 거대기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전에 쓰던 지혜를 잊어버리면서 거대기술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슈마허는 대도시와 소도시 그리고 농촌의 격차가 늘어나게 된 원인으로 거대기술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4장 복잡하게 만드는 바보, 단순하게 만드는 천재
슈마허는 우리가 할 일로 어디선가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점을 깨닫는 거라고 4장 첫 부분에 얘기했습니다. 네 가지 흐름이 이를 부추겼다고 얘기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5장 좋은 경영을 위한 안내
시스템이 바뀌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고 하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생각해보도록 슈마허는 조언하고 있습니다.

6장 작지만 위대한 실험, 중간기술
‘중간기술’? 이 책대로 하면 개발도상국이 잘사는 나라처럼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쓸 수 있게끔 하는 기술입니다. 최소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만들자고 슈마허는 제안하고 있지요.

7장 작은 일터가 즐거움을 만든다
덩치가 크고 복잡한 일터가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슈마허는 이를 부정하면서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8장 일의 즐거움이 없다면 삶의 즐거움도 없다
좋은 노동은 어떤 걸까요? 좋은 교육은 어떤 걸까요? 이 책대로 하면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원초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슈마허는 조상들이 어떤 지혜를 가지고 있는 지를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9장 그대가 바로 우주이다
양적으로 성장하기만 하면 삶이 나아질까요? 슈마허는 양에 대한 허상을 벗고 질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노동과 삶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책으로 느껴집니다. 다양한 사례와 문제를 제시하면서 읽는 사람이 고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한번 읽기에 어렵지만, 조금씩 천천히 자주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굿 워크’, 이 책에 있는 대로 세상이 나아지길 바래봅니다.

우리는 노동의 세 가지 목적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선한 청지기처럼 신이 주신 재능을 잘 발휘하여 타고난 각자의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셋째는 태생적인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가지 차원에서의 이런 역할을 통해 노동은 인간 삶의 중심이 됩니다.
- p18 ‘프롤로그’에서

세계 역사상 값싼 석유가 그토록 남아돌던 전대미문의 그 짧은 기간 동안 결과적으로 대량의 저가 석유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결과적으로 어떤 식의 경제생활이 형성되었는가? 대량의 저가 석유의 직접적 결과로 가능했던 모든 것이 이제 그런 경제적 토대가 점차 후퇴하면서 붕괴되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 p38에서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고도로 복잡하고 자본집약적인 대량생산방식 대신에 소규모로도 가능하고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생산방식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막대한 자본축적 없이도 가능한 단순한 기술방식을 찾아내도록 애써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생활양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 p46~47에서

현대 산업주의의 근본 목표는 노동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산업주의가 이룩한 가장 뿌듯한 업적은 노동시간을 절약한 것이며, 이로 인해 노동은 달갑지 않은 것으로 낙인찍히게 되었습니다. 달갑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는 없기에 노동자들의 삶은 품위 없는 삶이 되었습니다.
- p58에서

현실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산업사회는 앞으로 급격히 바뀌지 않는 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고 봅니다. 지금 산업사회는 끝없는 성장을 목표로 추구하기에 파국이 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파국이란 말은 복음서의 관점에서 볼 때 산업사회가 추구하는 끝없는 성장이라는 목표에 실패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는 이 괴물 같은 개발이 던진 엄청난 시험문제를 모두 잘 풀어 승자로 부상하게 될 것이기에 파국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 p67에서

만일 자본주의 체제가 기술을 만들어냈다면 이 기술이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고 착취하고, 계급 지향적이며 비민주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나아가 반생태적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기술이라는 징표를 태어날 때부터 달고 나왔을 리 없습니다.
- p79에서

현대기술이 인간의 정착형태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지만 아직까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략)
사실 중요한 것은 도시화의 비율이 아닌 도시화의 형태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물론 도시도 필요하지만 농촌에서 나오는 식량이나 원자재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도시와 농촌 양쪽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농촌 지역과 가까운 인근지역에 도시가 있어서 사람들이 하루 동안에 서로 방문할 수 있는 형태가 도시화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 p86에서

헐값이던 화석연료 덕분에 기술은 네 가지 방향에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먼저, 모든 것이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는 물건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드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세 번째 흐름은 앞선 두 가지와 연결됩니다. 생산에 드는 자본비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실제로 무슨 일을 하려면 그에 앞서 먼저 부자거나 세력가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의 네 번째 흐름은 기술의 폭력성입니다. 폭력을 인간들 사이의 전쟁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보면 생태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인간이 자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폭력적인 태도가 계속 증가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p95~99 단락 앞부분 발췌

더 작게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물론 모든 물건을 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물품들은 가능합니다.
둘째로 많은 물건이 더욱 간단한 방법으로 생산될 수 있습니다.
셋째로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기술은 보통사람들을 소외시키려는 원리에 충실하기 때문에 정의나 평등과는 전적으로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사람들은 물건을 좀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찾게 될 것입니다.
넷째로 비폭력적인 방향에서 살펴봅시다. 여기서 ‘비폭력’이란 자연체계를 강제로 거스르지 않고 생태적 원리들을 존중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노동하는 생산양식을 말합니다.
- p100~103 단락 앞부분 발췌

시스템의 변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간디는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그런 완벽한 시스템을 찾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이건 조직 내부에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조직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 p125에서

우리는 소위 ‘자기부정의 법령’을 몇 가지 정했습니다. 그 법령 중 하나는 퀘이커교에서 나왔는데 우리가 만든 상품이 무기로 사용된다는 증거가 나오는 즉시 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법령은 이사회가 아닌 일종의 직원 의회가 주권 단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세 번째 법령은 회사에서 주는 최고 봉급액과 최저 봉급액 간의 차액을 최대 얼마로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입니다,
(중략)
네 번째 법령은 400명 이상의 규모를 성장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입니다.
(중략)
자연에서는 세포 하나가 계속해서 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장의 압박이 커지자 회사를 세 개로 나누어 안전한 독립적으로 운영했습니다.
- p133~135 앞부분 발췌

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많은 기술은 자본을 절약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본절약형 기술들이기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지나치게 노동집약형 기술이어서 일을 너무 많이 해야 했습니다.
- p160에서

우리는 매우 적은 자본으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중간 기술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적은 자본으로도 많은 자본을 들인 경우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 p180에서

조상들은 무엇이 좋은 노동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상들을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숭배하느라 일생을 보낸 불쌍한 몽상가들이라고 늘 하던 대로 경멸하기만 한다면 조상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중략)
좋은 노동을 위한 교육은 전통적 지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여기서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도달해야 할 목표와 거기에 이르는 길이 나타가게 됩니다.
- p199~200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 좋은지를 결정하여 좋은 것은 잘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고, 마찬가지로 무엇이 나쁜지를 결정하여 나쁜 것은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두 과정을 합산하여 전체적으로 커졌는지 작아졌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바로 삶의 질이기 때문입니다.
- p207에서

인류가 남긴 모든 전통문화는 공통적으로 숫자로 따지는 일에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성경에 대해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성경의 역대기와 열왕기 두 곳에도 이런 적대감이 나와 있습니다. 인구조사를 최초로 했던 사람은 다윗 왕이었는데, 인구조사를 행한 행동은 하느님을 크게 진노케 했습니다. 하느님은 다윗에게 형벌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말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저도 제가 죄를 지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옛 유대인들은 매우 자유롭게 논쟁을 펼치곤 했습니다. 다윗 왕은 즉시 인구조사를 한 행동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이해했습니다.
그것은 수치 단위로 셀 수 없는 인간을 마치 수치 단위처럼 취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신이 만드신 우주이기 때문입니다.
- p234~23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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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한겨레출판 펴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오마주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이 책은 주간지 ‘한겨례21’과 신문 ‘한겨례’ 안에 있는 ‘esc’, ‘시네21’ 편집장을 거쳐 지금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를 맡고 계신 고경태 기자의 책입니다.
 
부제인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도 그렇지만 표지부터가 큰 글씨로 표현된 걸 보니 디자인이 깔끔해 보입니다. 에디터답게 눈길을 사로잡는 데 일가견이 있나 봅니다.
 
신문이나 잡지, 출판에는 늘 편집자가 따라다닙니다. 작가가 자신의 문체로 생각을 담아 글을 쓰는 거라면, 편집자는 독자가 보기 쉽도록 글을 교정하고, 홍보 문구나 헤드라인을 뽑지요. 그 과정에서 편집자 본인의 스타일이 묻어나오고요.
 
그럼 에디터 입문서인 ‘유혹하는 에디터’, 출발해볼까요?
 
1부 재미있으면 용서하라? (나의 무책임한 매체론)
편집론 1~6으로 구성된 1부는 고경태 기자의 편집 철학을 보여주는 맛배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황색 잡지에 볼 법한 기사의 선정성에 대해 고경태 기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독자의 눈에 쉽게 띄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2부 다이어트, 다이어트 (잘 빠진 한줌 언어의 미학)
긴 글을 짧게 줄이는 게 힘들지요? 이 책은 그러한 노하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줄이고, 정리하고, 문장부호 붙이고, 이름 짓는 거에 대한 노하우를 말이죠.
 
3부 제목을 갖고 놀자 (단어의 단어장을 참신하게)
기사나 포스팅을 알릴 수 있는 첫 단추는 제목입니다. 이름을 짓는 것만큼 제목도 잘 지어야 합니다. 다양하고 참신하게 제목을 짓는다면 반은 성공한 겁니다. 꽃향기에 반해 꽃으로 다가가는 벌과 나비처럼요.
 
4부 그래, 가끔 사기 좀 쳤다! (1994~2006 《한겨레21》 표지·광고 이야기)
매주 ‘한겨레21’의 표지 카피를 뽑을 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장과 달리 컬러로 찍혀 있어서 그 때의 느낌을 같이 느끼도록 했군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이지만 곳곳에 노하우가 숨어 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겁니다.
 
5부 무기 사용 설명서 (편집자를 위한 글쓰기 개론)
4부까지 노하우를 익히면서 재미있고 웃으셨습니까? 5부부터 식상해지기 쉬운 이론 단계입니다. 하지만 고경태 기자는 십계명을 이용해 재미를 살리면서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6부 ‘음모’를 획책하자 (편집자의 완성을 위한 기획론)
기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사례가 춤을 추는 가운데 배울만한 내용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중간 중간에 있는 에세이는 쉬어가는 재미를, 끝에 있는 부록 ‘말은 참 쉽죠~잉 – 창조적인 편집자가 되는 십계명’은 편집에 창의력을 더하기 위한 방법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유혹하는 에디터’는 다 읽고 나서 또 읽어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답니다.
 
에디터 일을 하는 고경태 기자의 노하우를 읽으면서 그림과 사례,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인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배움을 위해 정독해도 좋고, 재미를 위해 읽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만큼 재미있으면서, 이해하기 쉬운 ‘유혹하는 에디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읽고 나서 판단해주세요. 

이 책은 ‘편집자 그 이상’을 추구한다. 굳이 규정하자면 ‘종합적인 양식을 갖춘 편집자의 완성’이다. 줄여 말하자면 ‘기획편집자’다. 전통적 역할인 헤드라인·지면 관리와 함께 글쓰기 능력, 기획력은 편집자가 갖춰야 할 삼박자에 해당한다. 이 ‘트라이앵글’은 편집자로 하여금 매체의 진짜 주인이 되게 하는 핵심 동력이다.
- p7 서문에서
 
매체 편집 일을 사랑한다면, 이 분야에서 밥을 먹고 싶다면, 일단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즐기자. 이런 게 더 행복한 마인드가 아닐까. 그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 p21~22 ‘편집론1 편집이 대수냐’에서
 
나는 아무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기사를 쓰거나 지면을 꾸밀 바에는 선정적인 편집 자세를 갖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쪽이다. 편집자는 가끔 뻥도 쳐야 한다. 사기 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중략)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선정성의 다른 이름은 ‘여유’다. 그리고 ‘자신감’이다. 바른 말씀만 되풀이하는 이들에게 꿀리지 않는다는 배포다. 고리타분한 원칙에 생각이 갇히면 선정성의 칼을 휘두르기 힘들다.
- p36 ‘편집론 5 선정주의를 찬양함 – 임팩트 없는 지면보다 백 배 낫지 뭐’에서
 
정보를 중시하는 스트레이트 뉴스의 헤드라인은 전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짧게, 절실한 순서대로 담아야 한다. 최대한 줄이거나 빼야 한다. 지금 스트레이트 제목 뽑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면, 우체국에서 전보를 치기 위해 문구를 다듬는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독자들이 전보를 받는 다고 생각하고 글자를 줄여보라.
- p58~59 ‘그 여름의 헤드라인 – 열자로뽑아안그럼다쳐’에서
 
새 소식을 알려주는 가벼운 쪽지기사에서 가장 기본은, 그 주요 내용을 한눈에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 단지 ‘기본’일 뿐이다. 그걸 싣는 매체의 상황에 따라 헤드라인의 분위기가 바뀌기도 하고, 강조점도 달라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되.
- p65 ‘궁금한 걸 콕 집어서 – 헤드라인은 구호가 아니라네’에서
 
편집자는 일종의 ‘대변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대변인은 달변은 아니더라도, 정확한 커뮤니케이터여야 한다. 정확하고 깔끔하게 특정 조직의 입장과 행위의 내용들을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요약’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바로 핵심을 요약하는 능력이다.
- p111 ‘말 못하는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종잡을 수 없어 슬픈 문장이여’에서
 
첫째, 제발 무엇을 전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전할 것인지를 고민하자. 메시지에 집착하지 말고,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할 세련된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보자.
둘째, 선전·선동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자.
셋째, 각자 색깔 좀 내자. 제각각의 제호를 단 수많은 매체들이 어찌 그리 한결같은가. 여기서의 ‘한결같음’은 일관성이 아니라 획일성이다.
넷째, 구호가 아니라 이야기를 쓰자. 격문이 아니라 휴먼 스토리를 쓰자.
다섯째, 유머를 갖자. 웃음이야말로 정치적 깃발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 p134~135 ‘메마른 투사여, 새로운 단어를 갖자 – 선전·선동에 감동을, 주장 압도하는 스토리를’에서 금속노조 선전학교 중급과정 ‘제목 뽑기’ 강의 때 내린 ‘종합진단’ 앞부분을 따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땐 끝까지 밀어붙여라. 직속 상사나 주변의 반응에 기겁해 자기 의견을 스스로 죽이면 좋은 작품을 만들 기회를 잃는다.
 
잡지에선 취재기자도 비주얼에 관한 마인드가 요구된다. 표지가 반드시 편집자나 사진기자, 디자이너의 몫만은 아니다.
- p171, 174 ‘애증의 표지열전1 – 내 맘대로 뽑은 톱 10’에서

정말로 대중들의 구미를 당기는 건 홀딱 벗은 게 아니라 살짝 보여주는 거다. 다 벗으면 허탈할지니…….
 
흥분하지 마라. 흥분하는 카피와 디자인은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
 
한번 히트했다고 자꾸 써먹으면 금방 식상해진다.
 
인터뷰이의 말 속에서 표지 카피를 뽑을 경우, 그가 혹시 이 카피로 난감해지지는 않을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
- p178, 179 ‘애증의 표지열전2 – 참 나쁜(!) 표지’에서
 
1. 잽을 날려라
2. 첫 문장은 유혹이다, 더불어 제목이다
3. 솔직하게, 소탈하게 쓰자
4. 말하듯 쉽게 쓰자
5. 체험과 예화를 적극 활용하자
6. 중언부언한다고 느껴질 때 과감히 포기하라
7. 초고를 프린트한 뒤 고치고 또 고쳐라
8. 신뢰할 만한 이에게 감수를 맡기자
9. 어? 의외다!
10.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져라
- p249~260 ‘그대, 어필하였는가 – 나만의 글쓰기 십계명’에서
 
1. 의심의 화신이 되자, 상투를 틀자
2. 시시껄렁한 잡담을 귀히 여기자
3. 뱀파이어가 되자, 사람의 피를 빨아먹자
4. 전문킬러로 독자들을 죽여라
5. ‘365일 안전운전 금지,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
6. 깬다 깨. 뭔가 엽기적인 거 없습니까
7. 화두가 있습니까? 단어를 대라. 단어를!
8.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해보자
9. 꼬마 콘텐츠에 연연하자
10. 다른 부분에 대한 톨레랑스를 갖자
- p311~335 ‘상투를 틀자, 뱀파이어가 되자 – 기획의 주인이 되기 위한 열 가지 방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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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 신해철 유고집
신해철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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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신해철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2014년 의료사고로 원치 않게 하늘나라로 간 故 신해철을 기리며 생전에 남긴 글을 모은 유고집입니다. 예전에 남긴 글이 곳곳에 있지만 데뷔하기 전 유년~학생 때 기억, 이후 생각들은 부분적으로 알려진 걸 제대로 모아 담은 것입니다.
 
뮤지션이면서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지 않은 마왕 신해철, 저에겐 한명의 롤 모델이자 팬덤의 존재였죠. 고등학교 때 ‘고스트 스테이션’을 간간이 들으며 이름만 듣던 신해철 그리고 넥스트를 알게 되었고, 덤으로 인디밴드의 존재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신해철은 노래든 글이든 말이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마초나 간통 등 금기시되던 것을 드러냈고, 북한 미사일 발사 찬양(을 가장한) 퍼포먼스까지 하는 등 언론을 크게 장식했고, 안티를 만들었지만 그보다 더한 팬을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비난과 찬사 속에 쿨하게 자신의 길을 갔던 마왕 신해철...
 
저는 이 유고집을 읽으며 한때 웃으며 읽고 들었던 그의 생각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내용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페이지는 많아 보이지만 딱히 어려운 단어나 표현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으니 부담가질 필요 없습니다.
 
1부 나, 신해철
신해철의 일대기가 담긴 자서전입니다. 간간히 접하게 되는 그의 생각을 보고 있자면 그때부터 저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나의 꿈은 번데기 장수였다. 이 때문에 주위 가족 및 친족(몇 번이나 얘기하지만 울 아부지 십 남매, 엄마 칠 남매, 나는 그냥 남매, 게다가 고모 삼촌들이랑 같이 살았다), 관공서(래봤자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로부터 갖은 압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건히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중략)
여기서 번데기 장수의 사업적 비전과 골목길을 지배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에 대해 논해보자. 골목길에 “뻐언~”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면 동네 아이들의 귀는 쫑긋 선다.
- p53~55 ‘어릴 적 내 꿈’에서
 
난 종교가 없다. 단지 뭐든 종교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알아보려던 것인데, 생각보다 방황이 길어져 오늘날까지 왔다.
- p61~62 ‘나에겐 종교가 없다’에서
 
2부 마왕, 세상에 맞서다
세상 속 고정관념에 맞서던 신해철의 기록입니다. 때론 엉뚱하게, 때론 진지하게 나름의 주장을 펼쳐왔죠.
 
우리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가 미스코리아 출신이거나 재벌가 딸내미라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곰보라 해도 어머니는 어머니고, 도박꾼에 한량이라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를 사랑하긴 하지만 이러저러한 점만은 절대 닮지 말아야겠다 하듯, 우리 민족사의 오점과 무능도 그저 사실로 인정하고 거기서 더욱 많은 교훈을 추출해내야겠다 하는 태도가 아닐까.
하다못해 축구 경기만 해도, 졌으면 졌다 인정하고 패인을 분석해봐야지, 분명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재수가 없어서 졌다며 술만 들이켠다면 다음 경기의 승패는 불 보듯 빤하지 않은가. 갑갑한 노릇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기 전에,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기 전에, 우리의 역사에서 자뻑과 허풍을 덜어내고 진실만을 남겨놓을 일이다.
- p287 ‘역사 왜곡은 우리도 한다’에서
 
선진국이란 과연 무엇일까. OECD 가입국이라고 해서 과연 우리가 선진국일까? 빌어먹을, 오이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시디로 구우면 그게 오이시디지, 우리네 삶과 그게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경제지표의 백분의 일만큼도 실제적인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하면서도 입만 열면 경제, 뒤떠든다. 손에 든 만원짜리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내 손에 십만원만 들어오면 행복해지리라고 믿는다.
- p353 ‘분노의 질주’에서
 
3부 안녕, 마왕
마왕 신해철을 떠나보낼 즈음 지인, 유명인사가 남긴 말들입니다. 글마다 신해철이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에필로그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던 신해철을 내게는 젊은이였지만 사실상 그들 세대는 이미 우리 사회의 중견이다. 그래도 그는 내 마음속에 ‘자유로운 청춘’으로 각인되어 있다.
- p406 소설가 황석영의 글에서
 
우리는 훌륭한 뮤지션을 잃었다. 그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상실이나, 우리가 잃은 것은 그뿐이 아니다. ‘고스트스테이션’ 세대에게 신해철은 가수 이상의 존재였다. 그들은 그가 골라주는 음악들을 통해 감각을 기르고, 그가 사회를 향해 퍼붓는 발언들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했다.
- p410~411 미학자 진중권의 글 ‘마왕을 보내며’에서
 
마왕 신해철, 이 유고집을 읽으며 전 재미를 느꼈지만 동시에 세상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 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해철에 대해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만, 저는 우리 역사에서 길이 남을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어릴 때 나의 꿈은 번데기 장수였다. 이 때문에 주위 가족 및 친족(몇 번이나 얘기하지만 울 아부지 십 남매, 엄마 칠 남매, 나는 그냥 남매, 게다가 고모 삼촌들이랑 같이 살았다), 관공서(래봤자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로부터 갖은 압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건히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중략)
여기서 번데기 장수의 사업적 비전과 골목길을 지배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에 대해 논해보자. 골목길에 "뻐언~"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면 동네 아이들의 귀는 쫑긋 선다.
- p53~55 ‘어릴 적 내 꿈’에서
 
난 종교가 없다. 단지 뭐든 종교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알아보려던 것인데, 생각보다 방황이 길어져 오늘날까지 왔다.
- p61~62 ‘나에겐 종교가 없다’에서
  
우리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가 미스코리아 출신이거나 재벌가 딸내미라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곰보라 해도 어머니는 어머니고, 도박꾼에 한량이라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를 사랑하긴 하지만 이러저러한 점만은 절대 닮지 말아야겠다 하듯, 우리 민족사의 오점과 무능도 그저 사실로 인정하고 거기서 더욱 많은 교훈을 추출해내야겠다 하는 태도가 아닐까.
하다못해 축구 경기만 해도, 졌으면 졌다 인정하고 패인을 분석해봐야지, 분명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재수가 없어서 졌다며 술만 들이켠다면 다음 경기의 승패는 불 보듯 빤하지 않은가. 갑갑한 노릇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기 전에,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기 전에, 우리의 역사에서 자뻑과 허풍을 덜어내고 진실만을 남겨놓을 일이다.
- p287 ‘역사 왜곡은 우리도 한다’에서
 
선진국이란 과연 무엇일까. OECD 가입국이라고 해서 과연 우리가 선진국일까? 빌어먹을, 오이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시디로 구우면 그게 오이시디지, 우리네 삶과 그게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경제지표의 백분의 일만큼도 실제적인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하면서도 입만 열면 경제, 뒤떠든다. 손에 든 만원짜리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내 손에 십만원만 들어오면 행복해지리라고 믿는다.
- p353 ‘분노의 질주’에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던 신해철을 내게는 젊은이였지만 사실상 그들 세대는 이미 우리 사회의 중견이다. 그래도 그는 내 마음속에 ‘자유로운 청춘’으로 각인되어 있다.
- p406 소설가 황석영의 글에서
 
우리는 훌륭한 뮤지션을 잃었다. 그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상실이나, 우리가 잃은 것은 그뿐이 아니다. ‘고스트스테이션’ 세대에게 신해철은 가수 이상의 존재였다. 그들은 그가 골라주는 음악들을 통해 감각을 기르고, 그가 사회를 향해 퍼붓는 발언들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했다.
- p410~411 미학자 진중권의 글 ‘마왕을 보내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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