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하다 - 5도2촌 엄마의 귀촌 이야기
윤인숙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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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혹은 산촌에서 사는 삶, 당신은 뭐가 떠오르시나요?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라면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산넘어 남촌에는’ 같은 전원 드라마를 떠올리실 것이고, 젊은 분이라면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패밀리가 떳다’, ‘삼시세끼’와 같은 버라이어티를 떠올리실 겁니다. TV에서 나오는 농촌 혹은 산촌을 보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도시에서 살면서 지친 몸을 농촌이나 산촌에서 잠시 활력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그런 여러분에게 제가 ‘마음을 정하다 - 5도2촌 엄마의 귀촌 이야기-(윤인숙 지음, 한울 펴냄)(이하 마음을 정하다)’를 추천합니다.

저자인 윤인숙 작가님이 제가 참여하고 있는 책쓰기·글쓰기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출신 작가인데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듣고 소개받아 읽게 된 겁니다.

윤인숙 작가님은 한국토지주택 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셨습니다. 도시 관련 연구위원인데 생뚱맞게 산촌이라니... 물론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5도2촌을 하면서 지금은 산촌으로 아예 정착하고 사직서를 내셨답니다. ^_^

작가님은 2013년 6월부터 100여명의 지인들에게 산촌 생활을 ‘산촌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메일로 보냈는데 그 글들을 모아 낸 게 ‘마음을 정하다’입니다. 5장의 제목이기도 한 ‘마음을 정하다’, 작가님께서 정하신 건지, 출판사에 정해준 건지 모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5도2촌이 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 말씀드리면, 5都2村, 즉 평일인 닷새를 도시에서 지내고 주말 이틀을 산촌에서 보내는 생활이죠. 많은 돈이 필요하냐고요? 아닙니다. 윤인숙 작가님은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럼 작가님은 왜 도시에서 누리는 안락함을 버리고 5도2촌을 시작하신 걸까요? 바로 자녀를 둔 부모라면 늘 걱정하게 되는 교육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자녀를 산촌유학보내다 경남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대안학교)에 입학시키면서 5도2촌을 시작하신 작가님, 거기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고 재미난 발견을 하게 됩니다.

급기야 작가님과 남편 분은 자식들과 스페인 산티아고로 가족여행을 가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산촌으로 정착하기에 이릅니다.

어떠십니까? 이정도면 한번 살아봐도 될 것 같지 않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고, 도시에서 누리던 삶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는 점은 책에 당연히 들어가 있습니다. 대신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맑은 땅과 물 그리고 공기,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사람과 사람끼리의 소통 등등을 말이죠.

저는 ‘마음을 정하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편안함을 느꼈지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했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에필로그에 나와 있지만 시골에서 살아봐야겠다고 해서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도시와 시골을 번갈아 사는 예비경험을 해보고 시작하라고 작가님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살아보면 좋다고 권하고 있지요.

‘마음을 정하다’, 여러분은 벌써 마음을 정하셨습니까? 정하셨다면 한번 읽어봅시다!

‘오도이촌’ 좋은 건 알겠는데 돈 있는 사람만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도시에서 한 집 살림하기도 버거운 사람들에게는 사치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이쯤 되면 은퇴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살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골살이를 꿈꾼다. 오도이촌은 그런 사람들이 미리 해봐야 할 현실적인 대안이다.
- p208 에필로그 ‘오도이촌을 권하며’ 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나는 늘 아이의 교육이 버거웠다. 두 아들은 8년 차이가 난다. 둘째 아이 때 학교 분위기는 첫째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큰아이 초등학교 때 교과목 학원을 다니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 작은 아이 때는 그게 일반적인 일이 되어있었다.
(중략)
저녁 나절에야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놀 시간이 없었다. 나이 서른여섯에 힘들게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일주일간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허약한 아이는 자주 코피를 흘렸고, 초저녁이면 지져 쓰러져 잤다.
(중략)
고민이 깊어지던 2학년 겨울방학, 아는 분이 강원도 양양에 산촌유학센터를 열었다면서 오픈식 초대장을 보냈다.
(중략)
거기서 새로운 길을 만났다. 공교육 속에서 대안교육을 할 수 있는 길, 사라져가는 시골 학교를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길이라는 산촌유학의 취지에 공감했다.
- p6~8 프롤로그 ‘마을에서 꾸는 새로운 꿈’에서

오후에 마을 뒷산을 한 바퀴 산책하고 돌아와 밭으로 내려가니 퇴비간(두엄간) 근처에 쥐 한 마리가 죽어있다. 제일 무서워하는 게 동물인지라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얼핏 본 모습이 귀여운 듯도 싶고, 세상에는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다는 반야심경의 불구부정(不垢不淨) 구절이 갑자기 떠오른다.
못 볼 것이 뭐 있겠냐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눈을 반쯤 감고 슬며시 들여다보았다. 몸집이 잡고 통통한 쥐는 앞발을 얼굴 쪽으로 올리고 입가에는 살짝 미소를 띈 채 눈을 감고 옆으로 누워 있다. 왜 죽었을까 궁금했지만, 표정이 너무도 편안해 보이니 평화로운 죽음인 게 틀림없는 것같다.
(중략)
산촌에 와서 겪은 동물의 죽음을 이렇게 적고 나니 별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내내 신기한 일로 기억된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토록 편안하고 신선한 동물의 죽음을 내 생애 처음 봐서 그런가보다.
- p27~28 1장 ‘마을에 들다’ 중 ‘편안한 죽음’에서

이 마을 남자들은 다들 부지런하고 바깥일을 잘한다. 농사는 기본이고 목수일도 아마추어 이상이다. 도시에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남자들이 이렇게 변하는 이유는 뭘까. 바깥일을 즐기는 남자들이 주로 귀촌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골에 오면 저절로 바깥일을 즐기게 되는 것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 p85 2장 ‘주변을 바라보다’ 중 ‘새로운 귀촌’에서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여기(산청 간디학교) 와서 처음 들은 부모들도 지난 3년을 원 없이 자~알 놀았다. 부모들은 학교가 아이를 행복하고 자발적인 인간으로 변화시키기를 바라면서 학교를 선택했지만, 학교는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한 법. 대안학교 와서도 부모가 여전히 불안해한다면 아이는 절대 크지 못한다고, 그러니 자식한테서 부모의 욕망을 채우지 말고 부모 스스로 행복해지라고…….
- p169 4장 ‘마을에서 크는 아이들’ 중 ‘겨울방학 공유 여행’에서

남편도 합류했다. 회사에는 일주일 남은 휴가를 올리고 한 달 동안 휴직을 신청했다. 휴직 사유는 치유를 위한 가족여행. 그러나 회사 규정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단결근하면 퇴직금도 없이 바로 퇴사라는 말에 여행지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드디어 자유다!
(중략)
8월 25일 나는 대전의 짐을 정리해서 산촌으로 옮겼다.
(중략)
갑작스런 사직에 회사 사람들이 놀랐나보다. 그러나 산촌일기를 받아보던 사람들은 이유를 짐작할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들어서일까. "좋은 데 가신다면서요?"하는 말도 듣고, 1,2급 환송회 자리에서는 내가 제일 부럽다는 말도 들었다. 직장인이 퇴직하면 살고 싶은 삶. 그 삶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앞으로 뭘 해먹고 살 거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은 적게 먹고 적게 쓰며, 내 손으로 직접 하겠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예기치 못한 곳으로 내가 또 가있을 것이다.
- p212~214 에필로그 ‘새로운 삶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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