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 거리의 아이 최성봉,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최성봉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1. 내용
다들 아시겠지만 프로필에 나와있는 내용을 자세하게, 느낌을 살려 실은 자서전입니다.
프로필만 봐도 대충 아시니 패스!

2. 구성
 1부 - 잊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는, 나의 유년 : 길거리에서의 10년
 2부 - 새롭고 낯선 세계로 첫발을 내딛다 : 야학에서의 3년
 3부 - 나도 남들처럼 살 수 있을까 : 학교 그리고 음악
 4부 - 이제 나 행복할 수 있을까 : 세상속으로 한 발짝
 + 인터뷰 : 최성봉의 지난 시간들을 증명하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포함해서 이렇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느낌을 따로 옮겨놔서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게 만드네요.
그 중 몇 단락 옮기면서 느낌을 적어봅니다.

p23
 햇볕은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만큼 강렬하고 거리는 광장처럼 넓다.
 나는 밝은 것도 넓은 것도 싫었다.
 좁고 캄캄한 곳이 좋았다.
 바퀴벌레처럼.
 내겐 친구가 없지만 어둠이 내 친구 같았다.

p27
 나를 재워준 사람들은 각기 달랐지만 그 끝은 항상 같았다.
 그들이 나가라고 하거나, 내가 제 발로 나오거나.
 거리로 돌아온 아침이면 지붕이 없는 그곳이 내 집인 듯 편안했다.

p54
 제각기 다른 이유로 거리에 나왔지만 사람들의 목적은 같았다.
 돈.
 돈 때문에 인생의 사지로 몰린 사람들이
 껌을, 떡볶이를, 오뎅을 팔았다.
 우리 모두에게 용전동 거리는 세상의 끝이었다.
 이곳에서조차 내쳐지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p59
 한번 북받친 울음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왔다.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올 때,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 기대어 서 있을 때,
 컴컴하고 인적 없는 용전동 뒷골목을 걸을 때,
 느닷없는 울음이 속수무책으로 터져나왔다.
 이후로 한참 동안 나는 울면서 욕하고 울면서 잠들고
 울면서 껌을 팔았다.

1부를 접하면서 처음에 인간세상을 떠나 정글이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글리나 타잔을 생각했었습니다. 동물들의 곁에 살면서 그들의 말과 생활방식을 배웠듯 최성봉씨도 고아원에서 나와 길거리에 살면서 그 곳 사람들의 어투와 생활방식을 배우며 살았겠죠.

그러다 저 자신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분에 비하면 무척 행복하긴 하지만 아는 사람도 적고 남들과 생각하고 사는 게 달라 외로울 때가 많았죠. 처음에 읽었던 책 `읽어야 산다`의 저자이신 정회일씨도 비슷한 삶을 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p69
 뼛속까지 외롭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누나들한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듣거나
 담배 한 대를 얻어 피우는 게 절실했다.

p86
 하지만 이 거리에서 누가 선량한가.
 누구의 편에 서야 정의로운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경찰들조차 내게는 정의로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의의 편도 악한의 편도 아니었다.
 나는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의 편,
 내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의 편이었다.

p129
 나는 살려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다.
 이제는 제발 죽여달라고 기도했다.
 신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은총은 내 삶을 끝장내주는 것,
 그리하여 내 발목에 채워진 고통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었다.

10년 넘은 고통의 나날 속에서 야학을 통해 한글을 접하게 되고 음악을 만나면서 세상에 뒤늦게 다가가게 됩니다. 꿈도 그렇게 갖게 되었구요.

p170~171
 내가 합창의 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
 내가 내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진다는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호흡하고 똑같이 소리 내는 일은
 그들과 내가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같았다.

p200
 십 년을 넘게 이름도 없이 캄캄한 절망 속에서 살았는데
 한꺼번에 세 가닥의 빛줄기가 내게 비친 것이다.
 나만의 공간,
 최소한의 생활비,
 그리고 학교.

지옥의 끝에서 살다 자신의 꿈을 찾아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는 최성봉씨...
지금 그분이 부른 노래나 목소리를 들으며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 그 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읽는 마음을 길거리에서 배웠지만 그분의 마음은 순수한 청년으로 느껴집니다. 지금도 간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계시죠.

p283
 세상 바깥에서 겉돌던 내가
 비로소 세상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사이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세상 속에 들어온 내가 할 일이었다.

p285
 버려진 아이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을 때
 내가 느꼈던 외로움과 고민이 이 친구들에게도
 고스란히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과 손을 잡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통하는 게 있었다.
 그동안 말라버렸던 눈물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이 친구들의 눈을 보자 흘러나왔다.

p290
 세계적인 이목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스타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았다.
 내가 할 일은
 꾸준히 음악으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뿐이다.
 나는 이제 시작이니까.

이 책을 보며 나도 최성봉씨처럼 어러움을 넘어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오히려 제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하며 살았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롤모델은 아니지만 한번 만나며 친해지고 배우고 싶습니다.

이 분이 경희사이버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생했던 만큼 행복한 나날이 많으리라 생각하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p283
 세상 바깥에서 겉돌던 내가
 비로소 세상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사이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세상 속에 들어온 내가 할 일이었다.

p285
 버려진 아이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을 때
 내가 느꼈던 외로움과 고민이 이 친구들에게도
 고스란히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과 손을 잡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통하는 게 있었다.
 그동안 말라버렸던 눈물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이 친구들의 눈을 보자 흘러나왔다.

p290
 세계적인 이목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스타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았다.
 내가 할 일은
 꾸준히 음악으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뿐이다.
 나는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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