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칩거 기간 동안에 뭘했냐 하면, 

이 책을 보면서 바느질을 했다. 입체자수는 스텀프워크(stumpwork)라고도 하는데 자수를 2D가 아니라 3D로 만들어서 천에서 튀어나올 듯이 만드는 거다.









이런 거



아니면 이런 거?


책 보고 만들어 벽에 붙인 것. 난 살짝만 튀어나오게..


이 책 저 책 구경하다가 히구치 유미코라는 분의 완전 귀여운 자수 발견! 울스티치라는 통통한 자수를 놓는다. 







이런 자수 놓아서 필통 같은 거 만들면 귀엽겠다...






아 또 이런 것도 만들었다. 면끈 중에 가장 굵은 걸 사서 짠 발매트. 구멍이 숭숭 뚫려 물기가 잘 말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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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때 2015-04-01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옷... 꽃자수 액자 예쁘다. 자수엔 동양자수와 프렌치자수, 십자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입체자수까지! 아 진짜 우리 둘이 번역 때려치고 어디서 투자(?) 받아가지고 바느질/뜨개질 공방 같은 거 하면 재미나겠다.. ㅠ.ㅠ 근데 뭐 수입은 역시나 보장 안되겠지? ㅋㅋㅋ

고비 2015-04-01 17: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낮에는 공방하고 밤에는 공방 월세 마련하느라 번역해야 할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

NorthShore 2015-04-0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옷...멋집니다! 저 오징어 다리는 튀어나올 것 같이 - 이미 튀어나온 건가요? - 생겼지만 장식용으론 별로 ㅎㅎ

bluegoby 2015-04-06 10:10   좋아요 0 | URL
사람 머리나 손이 튀어나오면 튀어나오는 기법에 잘 어울리는 소재겠지만 역시 장식욕제격이겠지만 장식용으로는 무리겠지요? ㅋㅋ

2015-04-04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goby 2015-04-06 10:11   좋아요 0 | URL
나도! 진짜 오랜만이라 무슨 인사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ㅎㅎ

D 2015-04-0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맨 마지막거 저거저거 해야하는데

bluegoby 2015-04-06 10:13   좋아요 0 | URL
응응 저렇게 굵은 실로 짜면 금방 큼직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 면티 못쓰는 거 있으면 잘라서 굵은 실 만들어서 한 번 해봐. How to make T-shirt yarn 검색해봐

D 2015-04-1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간에 저거 혹시 공룡 꼬리? ㅋㅋㅋ

bluegoby 2015-04-15 11:49   좋아요 0 | URL
문어다리일듯ㅋ
 

작년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작을 읽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도 요즘 번역본이 나오고 있어 두 편 (<장미와 주목>, <딸은 딸이다>) 읽었는데, 딱히 내 취향도 아니고 이 책들까지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장편"에 한정하기로 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지워나가고 있다. 


어렸을 때 팬이었기 때문에 그때 워낙 많이 읽었다. 그런데 그때 읽은 책인지 안 읽은 책인지 지금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문제... 지난 주에 읽은 <에지웨어 경의 죽음>은 다 읽고 나서야 <13인의 만찬>이라는 제목으로 어릴 때 읽은 책이라는 게 기억이 났다. 그래도 유명우 번역이 아닌 책으로 다시 읽었다는 데 의의를 둔다. 


아마 이 목록에서도 읽었는데 잊어버린 것도 있고 안 읽어 놓고 지운 것도 있을지 모르겠다. 손에 들어오는 대로 한글로도 읽고 영어로도 읽으면서 하나씩 확인 중이다.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The Secret Adversary

The Murder on the Links

The Man in the Brown Suit

The Secret of Chimneys

The Murder of Roger Ackroyd

The Big Four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The Seven Dials Mystery

The Murder at the Vicarage

The Sittaford Mystery

Peril at End House

Lord Edgware Dies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Why Didn't They Ask Evans?

Three Act Tragedy

Death in the Clouds

The A.B.C. Murders

Murder in Mesopotamia

Cards on the Table

Dumb Witness

Death on the Nile

Appointment with Death

Hercule Poirot's Christmas

Murder is Easy

And Then There Were None/Ten Little Indians

Sad Cypress

One, Two, Buckle My Shoe

Evil Under the Sun

N or M?

The Body in the Library

Five Little Pigs

The Moving Finger

Towards Zero

Death Comes as the End

The Hollow

Taken at the Flood

Crooked House

A Murder is Announced

They Came to Baghdad

Mrs McGinty's Dead

They Do It with Mirrors

After the Funeral

A Pocket Full of Rye

Destination Unknown

Hickory Dickory Dock

Dead Man's Folly

4.50 from Paddington

Ordeal by Innocence

Cat Among the Pigeons

The Pale Horse

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The Clocks

A Caribbean Mystery

At Bertram's Hotel

Third Girl

Endless Night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Hallowe'en Party

Passenger to Frankfurt

Nemesis

Elephants Can Remember

Postern of Fate

Curtain

Sleeping Murder








<잠자는 살인>은 틀림없이 읽었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자주인공(그웬다)가 꽃무늬 벽지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 장면만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읽은 적이 없고, 그 장면은 텔레비전에서 본 거라는 게 기억이 났다.. 내가 어릴 적에 텔레비전에서 조운 힉슨이 나오는 미스 마플 시리즈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 본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꽃무늬 패턴에 대한 사랑은 그때 그 장면이 각인되어 시작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아무튼 그래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생각이 안 나니까 다시 읽었다. 그런데 요즘에 크리스티 책을 읽으면 처음 보는 책이어도 범인이 누구인지 너무 빤히 보인다. 어릴 때는 이런 능력이 없었는데... 그래서 좀 시시하게 느껴져서 슬프다. 아니 어쩌면 사실은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 범인이 누구인지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슬프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하냐 하면, (일부 스포일러지만) <잠자는 살인>에서 호주에 살던 그웬다가 영국에 처음 와서 살 집을 고르는데, 어떤 집이 마음에 쏙 들어서 당장 그 집을 산다. 그러고 그 집을 돌아보면서 여기에는 이런 장식이 있었으면 좋겠고.. 여기는 이렇게 바꿨으면 좋겠고.. 여기는 꽃무늬 벽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인테리어에 대한 이런 저런 소망을 펼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실 그 집은 그웬다가 어릴 적에 잠깐 살았던 집이었고 (그 시간이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웬다가 떠올린 것은 소망이 아니라 사실은 기억이었다는 거다. 


바로 그거다. 우리가 소망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기억일 때가 많다. 자식에 대해서도, '좀 밖에 나가서 놀지 그러니' '만화 같은 거 그리면서 놀면 재밌을 텐데' 이런 소망을 품지만 사실은 다 내가 어릴 때 놀았던 기억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소망이다. '세상이 너무 물질주의적이야. 불평등이 너무 심해.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도 마찬가지다. 진취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복고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존재인 걸까.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품는 소망도 새로운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과거에 비추어 떠올릴 수밖에 없다면, (나이 든) 사람은 결국 보수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나. 


아니 그러니까 우리 모두 보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ㅜㅜ 물론 사상에 방향성이라는 건 분명히 있고 경험이나 시간의 순서와 상관 없이 어느 쪽이 진보고 보수냐는 상당히 명백하다. 다만 개인의 차원에서 꿈꿀 수 있는 건 경험과 기억이 극복과 부정의 대상이 아닌 한은, 아주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닌 한은, 경험과 기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좀 슬퍼졌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어떤 기억의 프레임을 기준으로 소망을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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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때 2015-03-2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맙소사 저 많은 걸 다 읽었다니...
근데 진짜로 나도 책으로 읽은 건지 영화로 본 건지 좀체 생각 안나는 작품들이 있더라. 심지어는 잠깐 얘기 들은 걸로도 읽은 걸로 착각했나 싶어. 새삼 어찌 그리 낯선지... 몇년 전엔 목록도 적고 독서노트도 마련했는데 그 책들도 완전 깜깜하니 이 썩어가는 뇌를 어쩌면 좋냐

고비 2015-03-27 15: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해. 읽었거나 봤어도 생각이 안 나니 새로 즐길 수 있고 좋은 건지도 ㅜㅜ

회화나무 2015-03-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맙소사... 정말 제가 내뱉고 싶은 탄식이었습니다. 맙소사...
크리스티... 나도 몇권 읽어볼랍니다. 벽지 나온 이야기요. 근데 원서로 읽는건가요?
내 평생에 한 권을 다 읽을랑가 모르겄소. ㅠㅠ
잠자는 살인 17000원이 넘는 책이요. ㅠㅠ

고비 2015-03-27 15: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대부분 중학교 때 읽었어요.. 그때 팬이었나 봐요. 버스 타고 광화문 교보문고 가서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빨간색 책 한 권씩 사 모으는 게 낙이었는데 제가 어느 시점엔가 과거를 부인하고 그 책들을 다 버렸나 봐요. 한 권도 안 남아 있네요. 크리스티 소설은 얇아서 그렇게 비싸지 않을 텐데요?

NorthShore 2015-03-28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포와로 TV 시리즈를 넷플릭스로 보기 시작했는데 영 진도가... 너무 진부하고 느리게 진행된다는 느낌에... 물론 더 큰 이유는 영어가 잘 안 들려서 자막 읽기 바쁘다 보니...ㅠㅠ

고비 2015-03-31 20: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요즘 미스터리 읽다가 크리스티 읽으면 고스톱하다가 패띠기하는 기분이랄까.. 속도도 느릿느릿하고 마음 편안하고 범인도 눈에 잘 보인다는 ㅋㅋ
 
영국식 살인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릴 헤어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전에 읽었는데 전혀 기억 안 나서 또 빌려와 또 읽음. 다 읽고 나니까 왜
기억이 안 났는지 생각남. 재미가 없었던 거야 ..ㅠ 아 그리고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과는 아무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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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2015-03-2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북플에서 별 달면 이게 알라딘에서 그 책에 100자 평으로 그냥 달려 버리는구나!!! 어쩌지.... 다른 사람들은 웬만하면 별 네개 다섯개 주던데 나는 재밌으면 세 개 달았거든.. 내가 별점 깎아먹는 악평가가 되는 건가.
 
미세레레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뒤로 가면서 좀 고어(gore)해진다. 온갖 기괴무도한 것들을 나열한 뒤에, 어떤 인물이 ˝프랑스가 원래 똘레랑스가 강한 나라잖아요˝ 이런 비슷한 말을 하는데 이 말이 이렇게 맥락이 다르게 들릴 줄은 정말 몰랐다.
샤를리 엡도 사건도 겹쳐지면서 이제 똘레랑스는 내가 알던 똘레랑스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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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미세레레>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보다도 역자에 대한 신뢰 때문에 고른 책이다. 

책 제목이 된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성가 <미세레레>를 검색해 보다가 위키피디아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읽었다. 


미세레레(Miserere mei, Deus, 주여 나를 가여이 여기소서)는 1630년대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아침기도 때 쓰기 위해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티칸에서는 이 곡의 악보를 옮겨 적거나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위반했을 때에는 파문이라는 극딜로 대응했다. 그래서 신비에 싸인 곡으로 명성이 드높았는데, 1770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열네 살 소년이 아버지랑 로마에 놀러갔다가 두번 듣고는 홀라당 외워서 악보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지금 유튜브에서 듣는데 참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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