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 신의 입자를 찾는 사람들
이강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과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물질의 근원과 우주와 별들에게 매료되는 것은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하실 겁니까?"

"인간에게는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이성 혹은 지성이라고 부르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있는 우주가 있습니다. 지성이 우주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생략하고) 본의아니게 본 책의 저자에게 질문하고 저자의 답을 받게되었었는데 그 내용이 위에 있는 내용이다. 칼 세이건의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극단적인 합리성과 감정배제가 필요한 첨단과학이 결국은 너무나도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이유때문에 추진된다는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했지만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처럼 말이다. 

LHC(Large Hadron Collider)는 우리말로 '대형 하드론 충돌기'라고하는데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있는 지름 8km, 길이 27km의 입자가속 및 충돌 장치이다. 평균 지하 100m 깊이로 건설되어 있다고 한다. (그동안 통상 입자가속기라는 말만 들어왔었는데 좀 더 정확한 이름을 알게된것 같다.)  CERN의 과학자들이 여기서 입자들을 광속의 99.999999%에 달하도록 가속시켜 서로 충돌시킨후 결과를 관측 분석해서 물질을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LHC가 사람들 입에 떠들썩하게 오르내린건 2008년이었다. 이때가 첫 가동시점이기도 했고 마침 실험중에 블랙홀이 생기면서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더 그랬던 측면이 있다. 순간적으로 블랙홀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지구 멸망은 황당한 이야기였고, 또 예상치 못한 고장으로 1년여 수리기간을 거쳐야했기에  잠시 잊혀졌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이런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연구하는 물리학에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고 깊숙이 이해하고 있는것은 절대 아니고,  '우리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주의 바깥도 있을까'따위의 유치하지만 버릴수 없는 궁금증에 해답을 줄만한 가장 유력한 사람들이 바로 여기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답을 알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막막한 질문에 평생을 걸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존경스럽게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킹 목사가 암울한 시기에도 '나는 꿈이 있다'고 외친 그런 모습을 보는것 같아서 더더욱. 

사실, 제목에 있는것처럼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야기이기에 비전공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띄엄띄엄 읽으면 앞에서 한 이야기나 용어 개념이 흐릿해져서 뒤에서 하는 이야기 진도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굳이 연연하지 않고 읽어도 좋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연구에 헌신했고 또 헌신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있고  저자의 말처럼 우주를 이해하고 싶은 인간 지성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첨단 입자물리학이지만 우주의 탄생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고고학이며 우주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미래학인 이 작업은 어색한 조합이지만 미래고고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멀리서나마 이 인류의 공동작업을 응원하며, 힘든작업일텐데도 과학과 일반인의 중계자 역할을 해준 저자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오래지 않아 놀라운 소식으로 새로운 버전의 LHC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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