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고대사 - 민족과 국가의 경계 너머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취약했던 과목을 집중 과외 받고 있구나..' 

책의 저자가 러시아 태생의 외부자이기도 하지만(그러나 앎과 실천에 있어서는 원주민보다 더 철저한 내부자) 평소 삐딱이처럼 보일만큼 이 사회의 모순을 꾸준히 지적해왔던 인물이기에 이 책의 내용 또한 낯설거나 불편한 부분이 없을수가 없었다.  제목부터 '거꾸로'라고 되어 있으니... 

거꾸로 서면 불편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이 주는 묘미(?)는 바로 그것이다. 

책의 서술은 대부분 통일신라 이전의 삼국시대를(가야까지 포함한다면 4국시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고대사'다. 최근에 중국역사와 로마제국 관련 책을 좀 봤더니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는 고대같지도 않아보이긴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요점은 이것이다.  현재 우리가 배우고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되어지는 하나의 우리민족, 우리조상은 착각이라는 것. 고대 국가들에게, 그리고 그 나라의 백성들에게 뚜렸한 국경은 물론 국적 개념이 있지도 않았으며 아예 다민족 다국적 사람들이 이리저리 이합집산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왔고 고구려,신라,백제로 대표되는 한반도 국가들의 언어나 풍습도 상당히 이질적이었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고대를 평가하는건 아전인수라는 것이다.   사실 '민족' 개념도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하는 이야기도 새로운 것은 아니니 저자의 주장이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까는(?) 책은 처음이다. 

안타까운 점은 '일본서기'의 위변조 내용이 많다는 제약을 알면서도 '그래도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겠느냐'하면서 일본서기를 여기저기서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가능한한 먼관련성만을 이용하면서 매우 약한 수준에서 사용하고 있고, 사료가 거의 없는 마당에 그나마라도 있는 자료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되지만 너무 위험할 정도로 빈번히 사용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는 현재 중국영토내에 있었던 여러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국가들과 일본, 그리고 북방의 여러 부족국가들이 얽히고 섥힌 복잡한 드라마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한중일 3국의 개념도 없고 생각보다 지배층의 인적 교류도 많았다. 이런 점에서 만주가 우리 땅이었느니, 동북공정이니 하는 현재기준의 역사인식은 말그대로 아전인수이며 이점을 무시한, '자기 편한대로만 생각하는 인식'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따끔하다. (침략한 역사는 지우고 피해받은 역사만 강조하는 것 등)      

고대사를 알면 알수록 이 땅에 살던 조상들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된 역사를 알기 위해서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접해야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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